▶ 더 브로드 ‘장 미셸 바스키아’
▶ 해머 뮤지엄 ‘메이드 인 LA’
해머 뮤지엄에 별도의 전시관으로 운영된 이강승 작가의 퀴어 상상 박물관. [해머 뮤지엄 제공]
장 미셸 바스키아의 ‘혼 연주자들’(Horn Players)과 위커’(Wicker) [더 브로드 제공]
전 세계 미술계가 가장 주목하는 도시 중 하나가 LA이다. 새해 7만5,000만 달러가 투입된 미 서부 최대 미술관인 LA카운티 뮤지엄의 신축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LA는 글로벌 미술 시장을 주도하는 국제적인 명성을 갖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2023년, 뉴욕에 이어 현대미술의 심장이 될 LA에서 열리고 있는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를 소개한다.
■ 더 브로드 소장전 ‘장 미셸 바스키아’
더 브로드의 포괄적 프리젠테이션 시리즈 ‘장 미셸 바스키아’가 새해 첫 날까지 전시를 연장한다. 브로드 컬렉션인 천재 낙서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 12점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이 중에서 바스키아의 ‘산토 2’(1982) ‘데프’(1984) ‘위커’(1984) 3점은 브로드가 최초로 공개한 작품들이다.
미국 태생의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는 사회에서 버림받은 길거리의 낙서 광이었다. 비극적인 삶 속에서도 생존적 본능이 뚜렷이 나타나는 충격적이고도 충동적인 작품을 많이 남겨 팝 아트 계열의 자유구상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레온하르트 에머를링이 펴낸 ‘장 미셸 바스키아’에 따르면 그는 기존 제도에서의 의식과 감성의 허구를 폭로하고 거부하면서 비인간화를 주도하는 일체의 모순을 말없이, 그러나 어느 표현수단 보다도 더 강렬하게 웅변하고 있다.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장 미셸 바스키아는 고교를 중퇴하고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하여 SAMO라는 그룹을 창단했다. 길거리 낙서(그래피티) 작업을 시작으로 뉴욕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바스키아와 같은 이런 어린 미술가들은 지하철의 스프레이 낙서에서 화랑의 캔버스로, 무시당하던 존재에서 전시회 오프닝을 오가는 존재로 자리를 옮겼다가, 관심이 사라지면 예고 없이 추락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미술계의 야성적인 남자 역할을 하느라 넌더리가 났다거나 그 때문에 낙서미술 운동계를 떠났다는 바스키아의 진술은 진실의 오직 일부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바스키아는 사람들의 인정과 명성, 돈에 굶주려 만족할 줄 모르는 활력과 과대망상, 그리고 극복되지 않는 소심함 사이에서 신념이 흔들리자 자멸적 충동으로 스스로를 학대하던 중 1988년 8월 12일 스물일곱의 나이에 마약 과용으로 세상을 떠났다.
오늘날 바스키아의 그림들은 지하철과 거리의 벽을 장식한 지저분한 낙서를 미술의 차원으로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를 돌며 전시되어 새로운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더 브로드는 예술가 및 예술 작품에 대한 지속적이고 지속적인 참여의 결과물인 브로드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포괄적 프리젠테이션 시리즈로 공개되는 브로드 컬렉션은 아티스트 경력의 전 영역에 대한 특별한 조명이 돋보이는 기획전이다. 더 브로드는 3층 갤러리에서 장 미셸 바스키아, 로이 리히텐슈타인, 카라 워커, 앤디 워홀, 크리스토퍼 울 등의 작품과 함께 다른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이러한 깊이를 강조하고 있다.
예약이 필요하지만 운이 좋으면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입장이 가능하다.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일본 작가 야요이 쿠사마의 ‘인피니티 미러룸’을 볼 수 있으면 새해는 운수대통이다. 웹사이트 www.thebroad.org
■ 해머 뮤지엄 ‘메이드 인 LA 2023: 삶의 행위’
한인작가 이강승, 곽영준, 문지영이 참여한 해머 뮤지엄 비엔날레 ‘메이드 인 LA 2023: 삶의 행위’가 오는 12월31일 막을 내린다. 독립 큐레이터 다이애나 나위, 해머뮤지엄 큐레이터 파블로 호세 라미레즈, 루체 큐레토리얼 펠로우 애쉬톤 쿠퍼가 기획한 해머 뮤지엄 비엔날레에는 세대를 아우르는 39명의 작가 또는 콜렉티브가 참여한다. 전시는 순수예술을 일상생활과 연계된 문화의 확장된 영역으로 간주하며 다양한 매체, 세대간의 교류, 디아스포라적 역사와 같은 주제를 아우른다.
특히 이강승 작가는 전시관 하나를 통틀어 소외되고 억압된 퀴어의 역사를 조명하는 아키이브 전시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인체와 물체를 통해 전해지는 퀴어 역사를 기억하고 시각화하여 새로운 퀴어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는 이강승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삼베 금실 자수, 다매체 설치, 그리고 드로잉, 자수, 수채, 오브제 등 혼합 매체를 이용한 양피지 작업 등 1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퀴어 아카이브에 소장된 1,500종이 넘는 출판물을 스캔한 표지를 보거나 에이즈 운동가 오준수씨가 직접 쓴 편지를 트롱프뢰유(실제같은 속임수 그림)로 그린 작품을 소개한다. 전통적인 아카이브 자료의 프레젠테이션과는 달리, 이강승의 많은 프로젝트는 관객을 내러티브나 전기로 초대하는 더 조용하고 완곡한 방식을 취한다. 이강승은 이들에 관한 아카이브를 흑연과 색연필 드로잉, 금실 자수, 태피스트리, 도자기, 직물 조각, 네온 작업 등 작가의 몸을 통해 완성되는 노동집약적 매체로 전유함으로써 역사를 새롭게 쓰고 상상하는 대안적인 방식을 제안한다.
해머 뮤지엄 이강승 전시 https://hammer.ucla.edu/made-la-2023-acts-living/kang-seung-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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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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