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측 휴전 입장차 커…”네타냐후, 전후 계획 내부 논의도 거부”
▶ “헤즈볼라, 이스라엘 북부에 최대 규모 로켓 공격”
▶ 이스라엘, 헤즈볼라 겨냥 “외교적 시간 얼마 안남아” 경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헛도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오히려 가자지구 중부에서 공세를 강화, 인명피해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전쟁을 저강도 장기전 단계로 전환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마이웨이 기조를 이어가면서 오히려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레바논 등지로 확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휴전 전망 '요원'…미·이스라엘, 저강도 장기전 전환 협의
2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가 무기한 휴전을 위해 인질·수감자 추가 교환을 촉구하는 방안을 내놨다고 익명의 중동 지역 국가 외교관 3명이 밝혔다.
이들 소식통에 따르면 이집트를 포함한 몇몇 국가가 휴전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협상안 수용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지속적인 휴전이 없는 한 인질 석방 협상은 없다는 자세다.
하마스 간부인 자헤르 자바린은 NYT와 인터뷰에서 "모든 관련 당사자들에게 전달한 우리의 입장은 다른 사안에 앞서 포괄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 정부에 민간인 피해를 제한하기 위해 전쟁 단계를 저강도 장기전으로 바꾸라는 압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 담당 장관이 지난 26일 미국을 방문, 토니 블링컨 미 국무방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저강도 전환 계획, 전쟁 이후 구상 등에 대해 논의했다.
백악관 당국자는 양국이 하마스 지도부 등 표적에 최대한 집중하기 위해 저강도 단계로 전환하는 방안, 종전 이후 계획, 남은 인질 석방 노력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블링컨 장관은 내달 5일께 이스라엘을 방문, 관련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서안지구,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방문해 중동 상황 전반에 대해 숙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정부도 저강도 전투 단계로 들어갈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의 압박에 네타냐후 정부가 순순히 따르지는 않을 분위기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현재의 고강도 전쟁 단계에서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더 정밀한 표적 공격에 집중하는 단계로 바꾸자는 논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가자지구 전후 계획을 논의하자는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이스라엘군 수뇌부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현지 방송 채널12가 보도했다.
익명의 한 안보 부처 관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가자지구 안팎의 모든 관련 당사자를 상대로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설명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후 계획을 논의하는 내각 회의가 수일 안에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네타냐후 총리가 총리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전후 계획 논의를 미루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쟁이 마무리되면 지금의 전시 연정 내각이 해체되며, 팔레스타인 측이 관여하는 어떤 가자지구 해법도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의 안정성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이스라엘, 가자 난민촌 등 폭격…헤즈볼라 "이 북부에 로켓 34발 발사"
이런 외교적 논의와 상관 없이 이스라엘군은 오히려 가자지구 중부에서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날 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역, 특히 중부의 부레이즈, 마가지, 누세리앗 난민촌에 대규모 공습을 가해 민간인 수십 명이 숨졌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이스라엘군의 폭격 이후 부레이즈 난민촌 등지에서 발생한 사망자 131명이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알아크사 병원에 접수됐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북부에서 부레이즈 난민촌으로 대피한 피란민 라미 아부 모삽은 영국 가디언에 "지옥 같은 밤이었다. 개전 이후로 그런 폭격을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난민촌 공습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나타내고 이들 지역의 인도주의적 상태가 이미 재앙 수준인 데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20명 사망 공습으로 남부 최대 도시 칸 유니스에서 피란민들이 묵고 있던 집이 폭격당해 20명이 숨졌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전날 "전투 지역을 가자지구 중부 난민촌들로 알려진 지역으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또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하마스 상대 전투가 "복잡한 지역"에서 벌어져 "여러 달 더 계속될 것"이라면서 "1주일이든 또는 몇 달이 걸리든 하마스 지도부에 닿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게다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사망자가 발생하고 이스라엘 북부의 레바논과 접경 지역에서도 친(親) 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충돌이 격화하면서 전쟁이 주변 지역으로 번져나갈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서안지구 툴캄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 무인기의 공습으로 6명이 사망했다고 팔레스타인 보건부가 발표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수배자 체포 작전 중인 이스라엘군에 폭발물을 던진 무장 테러리스트 6명을 공습으로 사살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도 이날 이스라엘 북부의 마을과 해군 기지를 겨냥해 최소한 34발의 로켓을 발사했다.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는 전쟁 발발 이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가한 최대 규모의 공격인 것으로 전해져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전날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에 대해 공습을 가해 헤즈볼라 무장대원 1명과 그의 친척 2명이 숨졌다고 레바논 현지 관리들이 전했다.
이에 대해 할레비 참모총장은 레바논과 접경 지역의 이스라엘군이 "고도로 준비가 돼 있다"면서 "필요시 공격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지도자로 전시 내각에 참여한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도 "외교적 해법의 초시계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세계와 레바논 정부가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에 대한 공격을 막고 헤즈볼라와 거리를 두기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이스라엘군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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