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되돌아보는 2023년 주택시장 (상)
▶ 주택 거래 끊겼지만 매물 부족에 집값은 계속 올라…눈덩이 손실에 유례없는 주택 보험업체 철수 사태
올해도 에너지 비용 절약을 위한 친환경 리모델링 공사가 많이 이뤄졌다. 특히 올해는 자연재해 대비를 위한 공사가 예년보다 늘었다. [로이터]
주택 시장 둔화로 팬데믹 기간 급증했던 부동산 에이전트 수가 올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로이터]
한 해가 다 가고 어느덧 2024년 갑진년을 앞두고 있다. 올해 주택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둔화가 이어진 해다. 연초부터 모기지 이자율이 계속 오르면서 주택 거래는 자취를 감췄지만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에 주택 가격을 여전히 오름세다. 높은 이자율을 피해 내 집을 마련하려는 바이어들은 독특한 방식의 대출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였고 콧대가 낮아진 셀러들은 여러 양보 조건을 제시하며 자세를 낮춘 해였다. 다사다난했던 올해만큼이나 여러 변화가 있었던 2023년 주택 시장을 되돌아본다.
◆ ‘친환경^자연 재해’ 리모델링
주택 가격과 모기지 이자율이 동시에 오르면서 현재 거주 중인 주택을 고쳐서 사는 ‘스테이 풋’(Stay Put) 현상이 올 한 해도 이어졌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안’(IRA) 시행에 따른 세제 혜택 확대로 친환경 리모델링이 증가한 한해였다. 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한 친환경 공사로는 단열재 보충, 이중창, 스마트 온도조절 시스템, 태양광 패널 및 전기차 충전 시스템 등 영역이 다양해졌다.
물 부족이 심각한 남가주에서는 절수형 변기, 절수형 샤워기, 건식 조경 등 절수형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자연재해 대비 공사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자연재해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대비 공사를 실시한 주택 보유자가 42%였다.
◆ 콧대 낮아진 셀러
올 초부터 주택 시장 주도권이 바이어 측으로 빠르게 넘어가면서 셀러의 콧대는 크게 꺾였다. 모기지 이자율 상승으로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한 지난해 4분기부터 가격을 깎는 것은 물론 여러 조건을 양보하는 셀러가 많아졌다.
클로징 비용 부담은 물론 전에 없던 조건을 양보해야 집을 팔 수 있는 시기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올해 셀러가 양보한 조건은 클로징 비용 부담에서부터 각종 수리비 부담, 모기지 이자율 ‘바이다운’(Buy-Down) 비용 부담 등 다양하다. 이들 양보 조건을 금액으로 따질 경우 수천 달에서부터 수만 달러에 이르기까지 셀러가 부담하는 금액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가 시작됐다.
◆ 부동산 에이전트 감소
한동안 급증하던 부동산 에이전트 숫자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심각한 매물 부족으로 주택 거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수수료 수입은 크게 줄었지만 치솟은 물가는 떨어지지 않아 ‘투잡’, 심지어 ‘쓰리잡’에 나서는 에이전트도 있었다.
주택 시장에 이른바 ‘팬데믹 붐’이 일었던 2020년과 2021년에만 무려 15만 6,000명이 신규 에이전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NAR에 따르면 2021년 10월 등록 에이전트 수는 약 160만 명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에이전트 숫자는 5개월 연속 감소했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7만 5,000명의 에이전트가 부동산 업계를 떠났다.
◆ 독특한 방식의 모기지
모기지 이자율이 작년보다 약 두 배 넘게 오르자 다양한 방식으로 주택 융자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바이어가 들었다. 이자율 바이다운은 일정 기간 이자율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선불 수수료를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주택 구입 초기 페이먼트 부담을 크게 낮춰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있다.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은 말 그대로 집을 파는 셀러가 대출 은행처럼 바이어에게 융자를 해주고 집을 넘기는 방식의 매매다. 바이어는 은행을 통한 대출 때와 마찬가지로 매달 셀러에게 원금과 이자를 납부한다. 낮은 이자율로 발급된 셀러의 기존 모기지를 그대로 떠안아 집을 구매하는 옵션과 부족한 다운페이먼트를 채우기 위해 다른 은행에서 2차 융자를 받는 방식의 피기백 론도 많이 활용됐다.
◆ 주택 보험업체 철수 사태
최근 자연재해로 보험금 지급액이 급증하면서 주택 보험 업체가 보험료를 줄줄이 올렸다. 일부 보험 업체는 아예 신규 고객을 받지 않는가 하면 보험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황당한 사례까지 벌어졌다. 가뜩이나 고물가 시대에 보험료까지 치솟아 주택 소유주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해였다.
보험 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택 보험료가 전국적으로 평균 약 9% 인상될 전망이며 자연재해 피해가 컸던 가주, 플로리다주, 루이지애나주의 경우 보험료가 최고 66%까지 치솟을 수 있다. 가주 최대 보험회사인 스테이트팜은 신규 주택 보험 가입을 받지 않기로 했고 다른 주요 보험회사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 내 집 마련 열망 높은 MZ 세대
인생에서 내 집 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아는 MZ 세대가 올해 어떤 희생이라고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온라인 재정정보업체 뱅크레잇닷컴이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집이 없는 MZ세대(18세~42세)의 82%는 내 집 장만을 위해 어떠한 희생이라도 감수하겠다며 주택 구입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MZ 세대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약 66%는 내 집 마련이 곧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것이라며 주택 구입에 대한 강렬한 염원을 보였다. 반대로 주택 구입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MZ 세대는 6~8%로 대부분 MZ 세대는 내 집 마련을 꿈꾸는 것으로 조사됐다.
◆ 선 구매, 후 재융자
집은 사야겠는데 이자율이 너무 많이 올라 고민이 끊이지 않은 해였다. 그래서 등장한 방법이 바로 ‘선 구매, 후 재융자’다. 이자율은 높지만 일단 집을 장만하고 이자율이 떨어지면 재융자를 실시해 낮은 이자율로 갈아타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선 구매, 후 재융자 방식의 장단점을 먼저 따져보라고 조언했다. 이 방법을 선호하는 이자율은 주택을 구입 뒤에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지만 구입 가격은 일단 집을 사고 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주장과 그러나 향후 이자율이 어떻게 변동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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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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