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중동 7개 전선서 공격받아”…이란 대리세력 공격 확대
▶ 이란, 자국군 장성 피살에 보복 공언…미국, 군사행동 수위 변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지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중동 곳곳으로 번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하마스를 지원하는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국제 교역의 주요 항로인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계속 공격하는 가운데 이라크에서는 친이란 무장세력과 미군의 무력 공방이 벌어졌다.
이란이 자국군 고위 간부가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됐다며 보복을 공언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이'다자 전선'으로 복잡하게 번지며 중동 지역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예멘 반군, 홍해 선박 또 공격…친이란 무장세력-미국 무력공방
홍해에서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함대 연합이 출범했지만 후티 반군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후티 반군은 26일(현지시간) 홍해에서 컨테이너선 'MSC 유나이티드 8호'를 공격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후티 반군의 야히야 사리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 선박이 3차례 경고를 무시해 미사일을 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파키스탄으로 가는 중에 공격받았으며,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이날 홍해 남부에서 후티 반군이 발사한 공격 드론 12대, 대함 탄도미사일 3발, 공격용 순항 미사일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계속 공격하면서 글로벌 해운사와 주요 에너지 업체 등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인 홍해 이용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쪽으로 멀리 돌아가고 있다.
다국적 함대 연합이 홍해 안전 확보에 나서고, 세계 2위 해운업체인 머스크가 홍해 항로 운항 재개를 준비 중이지만 많은 선박이 여전히 이 항로를 피하면서 물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25일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가 이란과 연계한 무장세력의 드론 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다쳤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 '카타이브 헤즈볼라'와 관련 단체들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미군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들의 거점에 대한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미군은 무장세력 다수를 사살하고 이들의 시설 여러 곳을 파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넓어지는 전선 '예측 불허'…이란 참전 여부·미 대응 수위 관건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는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시리아군, 이라크 민병대 등 스스로를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주변 국가 무장세력들의 공격도 동시에 받고 있다. 모두 이란과 연계된 무장단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26일 크네세트(의회) 외교국방위원회에서 "우리는 가자지구, 레바논, 시리아, 서안, 이라크, 예멘, 이란 등 7개의 서로 다른 전장에서 공격받고 이중 6곳에서 반격을 가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다자 전선'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말했다.
아직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없지만, 이란이 어떤 행보를 할지가 주요 변수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자국군 고위 간부를 살해했다며 보복을 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전날 시리아 내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가장 경험 많은 선임 고문 중 한 명인 사이드 라지 무사비 준장이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위한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대리세력을 내세워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장기전을 벌일 것으로 관측했다.
파르시 부소장은 미 의회 전문매체 힐에 "이란은 후티 반군과 헤즈볼라 등의 (군사) 능력을 키우고 있다"며 "이란의 공격보다는 미국에 대한 더 많은 공격을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 선임연구원은 가자지구 전쟁이 길어질수록 중동 지역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진단했다.
중동 지역 무장단체 수는 물론 이스라엘 군사작전과 이란 대응책의 예측 불가능성을 고려할 때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전쟁을 '저강도 전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등 확전 억제에 애쓰고 있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고 있다.
특히 밀러 선임연구원은 미군이 공격받아 사망자가 발생하면 미국은 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분쟁을 격화시키려고 하지는 않겠지만 우리 국민과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추가로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바버라 슬래빈 연구원은 "모두가 체스 게임을 하고 있다"며 "정말 많은 플레이어(관련 국가·무장단체)가 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전쟁에서 비롯된 다자간 분쟁이 완화될 징후가 없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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