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레이션 고통 여전하고 전쟁·기후변화 등이 인류평화 위협
다사다난했던 계묘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올해도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이 서민들의 삶을 고달프게 했다. 또 2년째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가을에 터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등이 인류의 평화를 위협했다. 또한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한 해로도 기록됐다. 튀르키예 강진과 캐나다 산불 등 대형 재난재해도 잇따랐다. 시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공식 종료가 선언되며 3년 넘게 위축돼 있던 일상이 회복됐다. 올 한해 워싱턴 한인사회의 큰 이슈가 됐던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➊ 식품비 등 인플레이션 고통 여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 폭등으로 장보기가 겁났던 인플레이션의 한 해였다.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이 더해져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삶을 힘들게 했다.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6월 9.1%를 고점으로 기록한 뒤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도는 달랐다. 특히 식료품 가격의 높은 상승세는 소비자들을 움츠러들게 했다.
➋ 튀르키예 지진 구호기금 모금 캠페인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한 모금에 워싱턴 한인사회의 온정이 답지했다. 본보는 지난 2월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강진이 발생한 직후 성금 모금 캠페인을 전개해 4월5일 미 적십자사 페어팩스 지사에 튀르키예 지진 성금으로 17만1,301달러를 전달했다. 성금 기부자들은 푸드 스탬프를 받으며 어렵게 사는 사람, 자녀들이 생일 선물로 준 돈을 낸 노부부 등 다양했다.
➌ VA 총선 공화 패배…문일룡·아이린 신 당선
‘낙태’ 이슈가 버지니아의 정치지형을 바꿨다. 11월 실시된 버지니아 총선에서 민주당이 주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올해 선거에서의 가장 큰 이슈는 낙태로 유권자들은 임신 15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자는 공화당인 글렌 영킨 주지사의 제안에 반대, 임신 2기(약 26주) 동안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현재의 법을 유지하는 것을 원했다. 한편 선거에 출마한 문일룡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후보와 아이린 신 VA 주하원의원(민, 헌던)은 무난히 당선됐다.
➍ 윤석열 대통령 워싱턴 국빈방문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4월24일부터 27일까지 한국 대통령으로는 12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24일(월) 콘래드 워싱턴 호텔에서 동포간담회를 열었다. 26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는 6,848명이 참석했다. 이어 8월에도 미국을 방문해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갖고 3국 협력의 장을 열었다. 그러나 한국이 당면한 외교, 경제 등 현안에서 국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➎ 재외동포청 출범 및 재외동포기본법 제정 시행
지난 6월5일 인천에서 재외동포청이 출범했다. 이로써 외교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각 부처에 산재해 있던 재외동포 관련 업무가 한 곳에서 통합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재외동포 사업을 해온 재외동포재단은 해단했으며 초대 청장에 이기철 씨가 임명됐다.
또 재외동포기본법이 지난 4월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법률안에는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연도별로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➏ 한미동맹 70주년 행사 다채
올해는 한미동맹 70주년이 되는 해로 워싱턴 한국문화원(원장 김정훈)을 중심으로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문화원은 특별사진전 ‘함께 가요’와 ‘한미동맹 70주년, 우정의 멜로디’ 음악회, DC 최초로 ‘김장: 김치 만들기’ 행사도 마련했다. 대사관은 10월 케네디센터에서 국군의 날 및 개천절 기념행사를 열어 한미동맹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겼다. 연방하원은 한미동맹 70주년 기념의 일환으로 12월6일 연방 정부차원에서 ‘김치의 날’(11월22일)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➐ 과도한 팁에 소비자들 불만 고조
자발적으로 주던 미국의 팁 문화가 서비스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욱 심화됐다. 일부 한인 식당들과 주류사회 요식업소들의 과도한 팁 요구에 한인들의 불만이 높았다. 팁플레이션(tip-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과도한 팁은 팬데믹 이전 10~15%에서 어느 순간 15%~25%가 돼버렸다. 일부 식당은 30%까지 팁 퍼센티지가 명시된 영수증을 책정해 놓을 정도였다.
➑ 한국 항공권 고공 행진
코로나 팬데믹 동안 급등한 항공권 가격이 내려올 줄 몰라 한인들의 불만이 폭증한 한해였다. 지난해 수요 증가로 크게 올랐던 미국 항공사의 항공권 가격은 올해 항공편이 늘어나면서 진정됐지만 대한항공의 워싱턴-인천 노선 비행기 티켓은 미국 국적 항공사에 대해 2배 이상 높은 가격에 책정돼 있다. 성수기인 여름에는 4,000달러에 육박할 정도였으며, 비수기인 9월과 10월에도 대한항공 워싱턴-인천 노선 이코노미석 왕복 직항 항공료는 2,500달러 선이었다.
➒ 제임스 유 방화 자폭사건
12월4일 버지니아주 알링턴 카운티 주택가 한복판에서 50대 한인남성이 경찰과 대치하다 폭발 화재로 사망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씨는 1970년대 워싱턴에서 민주화 운동을 했던 고 유기홍 박사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일했던 고 애나 신씨의 아들로 확인되며 워싱턴 지역 올드타이머들에게 안타까움을 주었다. 제임스 유 씨는 2017년 이혼 판결을 받은 후 알링턴 자택에서 혼자 거주해 왔으며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➓ 캐나다 산불 연기 워싱턴 공습
캐나다 동부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인한 미세먼지와 연기가 지난 6월 말 워싱턴 지역을 공습해 ‘코드 레드(Code Red)’ 발령이 몇 차례 발표됐다. 산불 연기에 휩싸인 워싱턴 지역은 뿌옇게 흐려져 하늘과 먼 거리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모든 공립학교에서 체육 수업과 스포츠 경기 등 야외 활동이 중단됐고 각종 행사도 연기·취소됐다. 더 이상 기후변화와 환경위기가 남의 일이 아닌 인류 공동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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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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