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문제 때문에 필자를 상담하러 처음 오는 한인 고용주들의 공통점이 있다 즉, 자기에 대 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다. 자기 비즈니스나 본인에 대해 필자에게 자세하게 설명하면 필자가 케이스 방어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아니면 자기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단지 케이스에 관련된 팩트만 들으려고 하지 클라이언트나 소송을 제기한 전 종업원들 사이의 시시콜콜한 역사(?)에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말을 끊을 수 밖에 없다. 안 그러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서 정작 필요한 케이스 방어에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없 다.
일단 필자가 한국에서 자랐고 한국말을 잘 한다는 점을 알고나서 털어놓는 본인에 대한 이야기들은 대강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첫번째는 본인 들이 왕년에 얼마나 잘 나갔었냐는 부분이다. 오래전 서울의 유명한 고교를 졸업했다든지 자기 집이 얼마나 부잣집이였는지 부모,형제, 처가, 친정, 시댁들이 얼마나 인텔리이고 훌륭한지 등등 이다. 아니면 유명인을 안다고 자랑하거나 같이 근무 했거나 같이 학교를 다녔다고 하는 등 물어보지도 않은 말들을 늘어놓는다.
최근 한국 영화 ‘서울의 봄’으로 재조명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같이 공수부대에서 낙하산을 탔다고 말씀하시는데 군대 면제인 필자 는 뭐라고 말을 할 지 잠시 고민했었다. 다들 미국에 와서 어느 정도 비즈니스 성공해서 현재 사는상황도 결고 나쁘지 않은데 꼭 이렇게 과거의 영광을 밝혀야 필자로부터 존경을 받는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는 꼭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 옛날 이야기를 필자에게 해준다. 캘리포니아주 노동법에 의하면 종업원들에게 꼭 식사를 제공할 필요 없이 식사시간만 제공하면 된다. 그런데 6.25때 서울에서 얼마나 배고팠는지 고생해서 밥을 꼭 종업원에게 주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80대 리커 사장님의 애원을 마다할 수 있나. 아니면 이민 초기에는 어떻게
비즈니스를 했는 지 역사 강의 를들어야 한다. 내가 이 이야기들을 왜 들어야 하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한국에서이민와 미국에서 살면서 한국말 모르는 자녀들에게 이야기 해봤자 안 통하고 이웃 미국사람 들도 관심이 없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는 들려주고 싶은 욕망때문이라고 필자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두번째는 어떻게 하면 필자와의 공통점을 통해 “우리가 남인가”를 증명하고 싶은 점이다. 필자 의 배경을 미리 조사해서 학연, 지연, 혈연(?)을 동원한다. 본인이 필자와 동창이 아니면 배우자 나 아는 형, 동생들까지 필자에게 혹시 아냐, 학번은 몇이나 하고 호구조사에 들어간다. 필자와 유대관계가 깊으면 케이스도 비례해서 잘 해결해 줄 것이라고들 착각들 하시는데 생판 모르는 클라이언트들도 똑같이 최선을 다해서 변호한다. 즉, 그렇게 필자와의 동질감을 찾기보다 필자의 말을 잘 따르고 필자가 요구하는 자료들을 찾는데 더 시간을 투자하기를 바란다.
세번째는 소송을 제기한 전 종업원을 평소에 얼마나 잘 대접해 줬냐는 점이다. 필자가 이 종업원들을 잘 대해주지 않았다고 비난한 적도 없는데 구구절절 역사가 나온다. 즉, 그 종업원이 차를사는데 코사인을 했다거나, 애들 생일에 선물을 줬다거나, 영주권을 스폰서해 줬거나 돈을 빌려줬는데 이렇게 소송을 당했다는 푸념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캘리포니아주 노동법에는 직원들이 차나 집을 사는데 도와주거나 밥을 사주라는 조항들이 없다. 즉, 노동법에서 규정하는 법들은 안 지키고 다른 점들로 호의를 베풀었다고 해서 판사가 크레딧을 주지는 않는다. 즉,영어는 100점 받고 수학은 50점 받았는데 영어에서 점수를 빼서 수학 점수에 더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성세대들이 자주 쓰는 “나 때는 말이야”를 코믹하게 표현한 “라떼는 말이야”는 학교, 직장 등사회에서 자꾸 과거를 들먹이는 꼰대들을 비꼬는 말이다. 변하는 시대에 맞게 마인드도 변해야한다. 그런데 많은 한인 고용주들의 마인드는 조선시대인데 손으로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불균형이라 걱정이다. 앞으로는 100세 시대인데 50-60세 밖에 (?) 안 되신 분들이 자꾸 라떼를 거론하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 한국의 한 광고에서 상사는 야근하는 부하직원에게 “저녁 뭐 시켜줄까”라고 메뉴를 묻는데 부하직원은 “퇴근시켜주세요”라고 대답하는 장면을 봤다. 이렇게 MZ 세대들이 대부분인 직원들 을 이해하려면 ‘나 때’가 아니라 ‘앞으로는’을 더 언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해원 노동법 전문 변호사haewonkimla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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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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