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년 전 12월16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께서 전사하셨다. 그는 나라를 구했다.
잠시 당시로 돌아가 본다.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에 사신을 보내어 명나라를 치러갈테니 길을 빌려달라고 요구해왔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조선이 이를 거절하자 1592년(음력 4월 13일), 고니시 유키나가와 가토 기요마사 등이 이끄는 9개의 대규모 왜(일본)군이 부산에 차례로 상륙한다.
그리고 전쟁을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조선땅을 파죽지세로 서울, 평양을 거쳐 함경북도까지 올라간다. 모두 20만명의 대군이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조선땅은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그해 말에 명나라 육군이 조선에 들어오고 조선 각지에서 의병들이 일어나자 임진왜란은 모양새가 달라진다.
한편 남해안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수군(해군)이 전쟁 초기부터 옥포해전을 시작으로 당포, 한산도, 부산포… 싸울 때마다 이겨 바다를 장악한다. 이로 인해 뱃길로 남해안과 서해를 거쳐 육군에게 군수품을 지원하려던 일본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명나라와 일본 사이에 강화회담이 시작되고 전쟁은 소강상태에 들어갔으나 3년을 끌던 협상이 깨지고 도요토미는 정유재란(1597년)을 일으킨다.
어리석은 선조는 이순신을 감옥에 가두고 원균이 이끄는 조선의 수군은 칠천량해전에서 대부분의 배(판옥선)와 군인을 잃어버린다.
다시 이순신 장군이 삼도 수군통제사가 되어 남아 있던 배를 모아 13척으로 9월달 명량에서 기세등등한 왜군 133척을 상대하여 그 중 31척을 부수었는데 그는 일기에 ‘천행이었다' 고 썼다.
이 해전때문에 보급품을 받지 못하고 허덕이던 왜군은 이듬해 8월 도요토미의 사망으로 남해안쪽으로 후퇴하면서 일본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전남 순천 왜성에 주둔하고 있던 고니시 유키나가는 명나라의 진린 장군에게 뇌물을 주어 통신선 한척을 내보내는데 성공한다. 이를 알게된 이순신은 다른 왜군들이 고니시를 구출하러 몰려 올 것을 예상하고 작전을 변경한다.
1598년 양력 12월 15일 오후, 이순신은 진린을 설득하여 조명 연합수군을 만든다. “왜놈들은 이리로 올 것이다. 한조각 작은 배라도 살려 보낼 수 없다. 천지신명이시여 이 원수를 무찌른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노량의 서쪽인 죽도에는 진린의 수군이, 근처 남해도의 서해안에는 조선 수군을 배치한다. 이튿날 새벽 가장 어두운 때에 동쪽에 있는 하동과 남해도 사이에 있는 노량해협으로 적의 배들이 나타난다.
사천과 남해도 그리고 부산쪽에서 온 400에서 500척의 대규모 선단이다. 이순신은 80척, 진린은 200척. 겨울 어두운 밤, 조명연합군은 때마침 부는 북서풍을 등에 업고 맹렬한 화공을 적에게 퍼붓는다.
200척의 배가 불에 타고 부서지자 그들은 남해도 서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살 길을 찾아 도망가기 시작했다.
관음포 어구에서 왜군은 바다인줄로 착각하고 어두운 관음포 항구안으로 깊숙히 들어간다. 가다보니 육지로 막혀있다. 독 안에 든 쥐가 고양이에게 덤비듯 그들은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다. 7년 해전 중 가장 치열한 근접 백병전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제까지 조총의 사정권 밖 먼거리에서 총통으로 포격전을 구사해왔는데 여기서는 사정이 달랐다. 날이 밝으며 적군은 이순신을 찾아조총을 발사한다.
이순신은 “싸움이 급하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신다. 진린에게도 위기가 여러 번 있었는데 조선군이 구해주었다. 전투가 마무리될 즈음 진린은 이순신에게 인사하려고 이 장군의 배로 올라왔다. 이순신을 존경의 마음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야(이공)”라고 큰 소리로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진린은 “이공은 죽은 뒤에도 나를 구해 주셨소" 라고 하면서 통곡한다. 원래 포악한 성격의 그는 처음에 이순신을 무시했으나 가까이 보면서 그 고매한 인품과 능력을 존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왜군의 나머지 150여 척 가운데 100여 척이 붙잡히고 겨우 50여 척이 도망가므로 지루한 7년의 전쟁은 끝난다.
인터넷에 yisunsinworld.com이라고 치면 이순신 장군, 임진왜란, 거북선에 대한 글이 한글 뿐만이 아니라,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로 번역된 것을 읽을 수 있다. 이 충무공의 뛰어난 인격은 2세들의 정체성 교육에 도움이 되고 이웃에게도 소개할 만하다.
이 충무공께 오늘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쭙는다면 그는 가르쳐 주실 것이다. 그가 사신대로.
<
조영길 목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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