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카스트로, 체 게바라,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헤밍웨이, 모히토, 다이키리, 럼, 시가, 살사, 호세 미르티, 클래식 올드카…. 쿠바하면 떠 오르는 단어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징적인 단어들 안에 하바나 호세 마르티 공항에 첫발을 내딛는 우리 여행자들이 가지는 기대와 흥분, 약간의 불안감과 속이 울렁거리는 긴장감 같은 상반되는 마음도 함께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한 입국수속을 통과하고 하바나 시내로 들어서면 눈부시게 쏟아지는 카리브 해의 강열한 햇살과 흥겨운 살사 뮤직이 마법처럼 우리를 순식간에 무장 해제시켜 버립니다.
# 하바나 시내의 변화의 모습
쿠바 여행길이 미국과의 정치관계에 따라 열렸다 닫혔다를 거듭하면서 5년 만에 다시 찾았는데 지난 60여 년 간 이어진 미국의 대 쿠바 경제제재와 팬데믹을 겪으면서 쿠바 사람들은 어떻게 이 시간들을 견뎌 왔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하바나 시내에는 전에 없었던 멋진 호텔들이 새로 들어서고 부분적이나마 인터넷이 보급 되고, 지도자가 바뀌고 또 여기 저기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뭔가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좋은 신호로 보입니다.
진한 핑크빛, 노랑, 초록 등 원색의 멋진 60년대 올드 카를 타고 캐러비안의 바닷바람을 즐기며 카피톨리오와 센트랄 팍을 돌아 혁명 광장에 잠시 멈춰 서면 사람들은 광장 내무성 건물벽 앞에 베레모를 쓴 체 게바라의 얼굴 조각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습니다.
# 따뜻한 카리스마, 체 게바라
쿠바에는 이 나라 사람이 아니면서 쿠바를 먹여 살리는 두 명의 Ernest가 있다는 농담이 있는데 쿠바를 너무 사랑했던 Ernest Hemingway와 아르헨티나 사람으로 쿠바의 독립을 도운 Ernesto(Che) Guevara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실제로 쿠바 여행 중 반은 이 두 사람에 대한 발자취를 따라 가는 여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체 게바라는 여행지 가는 곳곳마다 길거리와 건물, 기념품 가방에, 조각품에, 시골 담벼락에 까지 어떤 광고보다 더 많이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는데 군복을 입고 시가를 물고 있는, 아기를 안고 있는 웃는 모습, 심지어는 게릴라 전술에서 헝클어진 모습을 하고 있는 얼굴조차 차라리 낭만적으로 보입니다.
그는 공산주의 이론가였지만 일체의 차별과 억압을 두고 보지 않는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휴머니스트 의사였고 혁명가였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쿠바 사람들한테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영원한 영웅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혁명보다 더 강열한 쿠바의 음악과 춤
오렌지 빛으로 해가 저무는 말레콘 방파제 앞으로 얼굴을 맞댄 젊은이들이 몰려들면 어김없이 남국특유의 정열적이고 탄력적인 리듬의 음악과 살사 춤이 시작되고 말린 씨앗을 넣어 경쾌한 소리를 내는 마라카스와 지속적인 비트는 저절로 우리들의 어깨와 엉덩이까지 들썩거리게 만듭니다.
흑인과 유럽계 백인들까지 다양한 피부색을 한 사람들이 어울려 감성적이고도 정열적으로 살아가는 쿠바 사람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 보면 기후나 인종의 다양성을 넘어 수백 년동안 열강의 식민지로, 혁명의 통해 독립했지만 공산주의 국가로, 그리고 미국의 경제 봉쇄와 불황으로 지금도 몇 개의 계란을 배급받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하는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이 사람들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쿠바 사람들의 내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명이라는 무거운 구호도, 공산주의 국가라는 이름도 무색하게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오직 쿠바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 현실을 잊게 하는 힘, 노래와 춤
쿠바 여행 중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음악과 춤은 혁명도 정치구호도 이념까지도 낭만적으로 변화시키고 그리고 처절한 가난마저도 망각하게 하고 오로지 힘든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인 듯 노래만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처럼 열정적으로 춤을 춥니다. 이렇게 살지 않고서야 어떻게 맨 정신으로 견딜 수 있을까요.
가끔씩 신호도 없이 전기가 나가고 5스타 호텔의 샤워물이 쫄쫄 흘러나오고 빈약한 호텔 아침 뷔페 테이블과 보수가 안 되어 여기저기 홈 파인 길을 덜컹거리며 이동해도 우리가 불평할 수 없는 건, 늘 이런 예상치 못한 일상들의 익숙함 속에 살아가는 쿠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게 뭐가 문제야? 아웅다웅하면서 애쓰지 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는 그냥 시간이 주어지는 대로 내려놓고 음악에 맞춰 신나게 노래하고 춤을 춰봐,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 한스의 다음 쿠바 여행 일정: 2024년 1월 18일- 1월24일 문의 (703)658-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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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한스관광 조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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