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 한달간 송강호 회고전… ‘기생충’ 등 상영
▶ “봉준호 감독 디테일 유명하지만, 나만의 창의적인 연기 노력”
"4년 만에 여러분께 이렇게 인사드리게 돼 정말 영광스럽고 기쁩니다."
7일 밤 로스앤젤레스(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에서 현지 관객들과 만난 배우 송강호는 이렇게 첫인사를 했다.
이 자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아카데미재단이 마련한 것이다. 재단은 아카데미영화박물관에서 이날부터 내년 1월 13일까지 약 한 달간 송강호의 주요 작품 13편을 상영하는 회고전을 열면서 그를 현지로 초청해 팬들이 직접 만나볼 수 있게 했다.
이날은 첫 작품으로 '기생충'을 상영했고, 영화가 끝난 뒤 재닛 양 아카데미 회장이 참석해 배우와 공개 대담을 진행했다.
'기생충'이 2020년 2월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이자 외국어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며 할리우드에 파란을 일으킨 지 4년이 지났지만, 현지 팬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거웠다. 특히 이날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20∼30대 젊은 층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송강호가 무대에 들어서자마자 열렬한 환호를 보냈고, 그의 말이 통역을 거쳐 영어로 전달될 때마다 박수로 화답했다. 계속되는 박수갈채와 호응에 송강호는 웃으며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거듭했다.
'기생충'을 비롯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느냐는 질문에 송강호는 봉 감독이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수상 소감으로 했던 말을 인용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장 중점적으로 견지했다"고 답했다.
그는 "흔히 봉 감독이 디테일하고 섬세하다고 얘기하고, 배우들이 연기를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정답은 가장 개인적인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나만의 창의적인 모습이 진정으로 봉 감독이 원하는 바가 아닌가 생각하면서 쭉 연기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사실 연기란 것은 정답이 없고,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연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봉 감독도 어떤 정답이 나올지 모르고 연출하는 것이고 배우들도 그 과정에서 감독과 합일점을 찾아가는 것이어서 다각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부연했다.
봉 감독이 연출한 할리우드 영화 '설국열차'에 출연했던 경험에 대해서는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고, 그들과 함께하면서 신선한 에너지를 얻었던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다만 그는 "배우가 연기하는 대사와 언어 뒤에는 그 문화와 역사가 굉장히 깊이 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언어의 깊이를 통해 작품의 깊이, 역사와 전통, 삶을 아주 밀도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지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다른 외국에서 연기하고 활동하는 외형적인 확장보다는 '기생충' 같은 작품을 통해 세계와, 여러분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게 진정한 '진출'이고 소통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는 굉장히 잘생긴 배우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런 (할리우드 진출) 역할은 우리 후배들에게 양보하고 싶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의 주인공이 됐던 순간에 대해서는 "정말 언어를 뛰어넘어, 인종과 문화를 뛰어넘어 전 세계 관객들과 같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했고, 진정한 예술의 가치를 실감한 것이 가장 고무된 점이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앞으로의 계획으로는 "꾸준히 영화를 하겠지만, 지금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나 여러 채널을 통해 콘텐츠의 소통이 너무나 다변화한 세상이기 때문에 내년 5월쯤 (출연작인) OTT 드라마가 한 편 공개될 것 같다"고 밝혔다.
내년 3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기대작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독일의 빔 벤더스 감독이 일본에서 찍은 영화 '퍼펙트 데이즈'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일본 영화 '괴물'을 꼽았다.
이어 그는 "(아카데미에 출품한) 한국 대표작으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도 굉장히 역동적이고 새롭고 힘 있는 영화"라고 소개하며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은 2021년 개관 후 매년 한국 영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기획 프로그램을 마련해 왔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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