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 사이 지미 카터의 아내 로잘린에 이어 투자가 찰리 멍거와 헨리 키신저, 첫 연방 여성 대법관 샌드라 데이 오코너가 각각 96, 99, 100, 93세로 한꺼번에 세상을 떠난했다. 모두 칼럼 거리가 되기에 충분한 삶을 살았지만 여기서는 일반에게 덜 알려진 멍거 얘기를 해볼까 한다.
투자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들도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가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가 이런 성공을 거두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물이 있다. 찰리 멍거가 그 사람이다.
같은 네브라스카 오마하 출신으로 버핏보다 6살 많은 그는 버핏의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잡화상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그 때 버핏과 만난 적은 없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법조인인 그는 미시건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으나 제2차 대전에 공군으로 참전하기 위해 학교를 중퇴하며 그 후 아버지 모교인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하려 하지만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입학이 거부된다. 그러나 아버지 친구이자 전 하버드 학장인 로스코 파운드의 도움으로 결국 입학 허가를 받은 그는 최우등으로 졸업한다.
그는 훗날 회고담에서 군대에서 배운 좋은 것 중 하나가 카드 놀이였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카드에서 돈을 따는 비결은 나쁜 패가 들어왔을 때는 재빨리 포기하고 드물게 들어오는 좋은 패는 반드시 기회로 살리는 것인데 이는 성공적인 투자 비결과 같다는 것이다.
하버드 졸업 후 패사디나로 돌아와 자기 법률 회사를 차리기도 했으나 그만두고 자기 투자 회사를 설립한다. 그 이유는 전처와의 사이에 낳은 2명의 자식, 현 부인과 낳은 자식 4명, 현 부인이 전 남편 사이에 낳은 자식 2명 등 8명의 자식을 부양하기에는 변호사 월급만으로는 부족한데다 경제적 독립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의 투자 철학은 ‘가치 투자의 대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저평가 된 주식을 사 시장이 그 가치를 알아볼 때까지 장기 보유하라’는 그의 가르침은 그레이엄의 대표작 ‘똑똑한 투자가’(the Intelligent Investor)에 기술돼 있는데 버핏은 이 책을 “투자에 관한한 최고의 책”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두 사람은 1959년 오마하의 한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다. 얘기를 시작하자마자 두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이 만난 사람 가운데 가장 똑똑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그 후 수십년 동안 하루 몇 시간씩 대화를 나누는 일이 반복됐다. 두 사람의 기본적인 사고 방식은 비슷했으나 디테일은 달랐다. 버핏은 스스로 “담배 꽁초”라 부르는 별 볼 일 없는 회사 주식을 싸게 사는 방식을 택해온 반면 멍거는 아주 훌륭한 회사 주식을 적절한 가격에 사기를 원했다. 버핏은 멍거가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멍거는 성공 비결을 묻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애써 쌓아올린 고정 관념을 부숴라”부터 “남을 부러워 하지 말라” “버는 것보다 더 쓰지 말라”등 생활 습관에 관한 것 등 다양한 명언을 남겼다. 이런 어록을 모아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는데 이는 그가 인생 교사로 삼은 벤저민 프랭클린의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을 흉내낸 것이다.
그는 20억 달러가 넘는 재산을 모았지만 70년 동안 자신이 설계한 평범한 집에서 살았고 스탠포드와 헌팅턴 라이브러리 등에서 각 4,000만 달러가 넘는 기부를 하는 등 활발한 자선 활동을 펼쳤다. “호화 주택에서 사는 것은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하기보다는 덜 행복하게 한다”는 말도 남겼다.
누구보다 성공적인 삶을 산 그이지만 개인적인 불행도 겪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첫번째 부인 사이에서 얻은 큰 아들 테디가 1955년 9살에 백혈병으로 죽은 것이다. 그 후 6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죽기 전까지 아들 얘기가 나오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또 하나는 1978년 백내장 수술 실수로 눈 하나가 먼 일이다.
그는 7살 때 동갑 소녀와 마을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다 광견병에 걸린 개의 공격을 받은 일을 회고하면서 개가 그 소녀를 물고 자신은 물지 않았는데 그 소녀는 얼마 후 죽고 말았으며 자기가 살아남은 것은 순전히 운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뛰어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두뇌와 노력, 그리고 많은 운이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누구 못지 않게 성공적인 삶을 살고 간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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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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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세 유명 투자자의 죽음에 명복을 비는 것이 논설의 요지인가요? 사회면이나 경제면 뉴스에 올라온 내용의 인물소개이자 기사는 넘칩니다. 그런 인물의 삶을 통해서 우리 사회나, 공동체의 아니면 가정, 개인의 문제들을 투영해보고, 제시하고, 비평하고, 혹은 뭐 배워보자는 뭐 이런 논평을 기대했다면 논설위원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인가요?
역시 이렇게 머리가 탁 깨인 사람은 성공하는군. 헌데 내 주위 많은 사람들보면 이런 장기적인 안목없이 매일 매일 출퇴근하며 매주 첵크 받아 근근히 생활하며 지 보다 못사는 불체들 정부 혜택주면 왜 나는 못받는데 그들은 공짜냐며 불같이 화를 낸다. 이런 사람들은 보는 눈이 이런것밖에 안보이기에 발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