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 부풀리고 할인 제공하는 ‘속임수 가격 설정’, “유혹적인 세일은 고객 끌기 위한 마케팅 전략”
▶ 백화점과 의류체인 등 불법 행위로 소송 및 합의…구글 등의 가격 변동 및 비교 사이트 이용이 도움
허위 할인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소매업체가 많다. 가격 변동 알림, 가격 비교 사이트, 가격 매칭 서비스 등을 활용해 눈속임 상술에 속지 않도록 소비자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 [로이터]
할인된 가격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게 진짜 할인된 가격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소매업체가 대대적인 할인 광고 이메일을 보내는 연말 샤핑 시즌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할인이 실제 할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일부 30%, 40%, 50% 할인 가격은 (부풀려진 가격에서) 원래 가격으로 돌아가는 이른바 ‘롤백’(Rollback)일 뿐이다. 일부 소매업체는 소비자 지침을 위반한 눈속임 상술로 법적 문제에 직면하기도 했다.
메릴랜드 대학 마케팅학과의 지에 장 교수는 “소매업체가 우선 가격을 부풀린 뒤 할인 내용을 유혹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대대적인 할인을 제공한다”라며 “이는 이른바 속임수 가격 설정 행위”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한 가운데 고용시장이 최근 냉각되고 팬데믹이 지원금마저 소진되면서 소매업계는 불확실한 연말 샤핑 시즌을 맞게 될 전망이다. 10월 소매 판매가 3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는데 이는 소비자들이 높은 물가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국소매연맹’(NRF)은 올 11월 12월 소비자 지출 증가 폭이 예년보다 낮은 3~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개 연말 할인 기간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시작으로 수주간 이어진다. 시장 조사 기관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가장 좋은 할인 가격을 찾을 수 있는 기간은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로 이어지는 추수 감사절 전후 5일 연휴 기간이다. 전자 상거래 업체 ‘쇼피파이’와 갤럽의 설문 조사에서 소비자 86%는 이 기간 샤핑을 할 계획이라고 답했고 약 16%는 소매업체를 비교해 더 좋은 프로모션과 할인을 제공하는 곳에서 구매하겠다고 했다. 연말 샤핑 시즌을 앞두고 할인과 미끼 상품에 대해 알아본다.
■속임수 가격이란?
소비자들로 하여금 일반 가격보다 나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상술이 바로 속임수 가격이다. 대형 TV와 같은 특정 품목의 가격을 짧은 기간 올려놓고 원래 가격으로 내리면서 제한된 기간 대대적인 할인을 제공하는 것처럼 광고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일부 소매업체는 정가를 공개하지 않고 할인 가격만 제시하면서 광고하는 뻔뻔한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 장 교수는 “소매업체에 의한 이런 행위가 비일비재하지만 소비자들이 알아채기 쉽지 않다”라고 지적한다.
소비자 옹호 출판물 컨수머 첵북은 지난해 33주 동안 24개 주요 소매업체가 판매하는 25개 품목에 대한 가격을 추적조사했다. 컨수머 첵북에 따르면 이 중 8개 업체가 판매하는 품목의 절반 이상이 거의 매주 허위 할인 가격으로 광고되고 있었다. 조지타운 대학교 룩 와티우 마케팅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제품의 가격을 면밀히 추적 조사하지 않기 때문에 소매업체에게는 매우 효율적인 상술”이라며 “또 이들 소매업체가 소비자들이 적정가격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정확히 알고 이를 악용하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허위 할인에 속지 않으려면?
우선 가격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그런 다음 가격을 비교하고 추적한다. 구글은 지난달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을 공개했다. 소비자들은 구글의 새 기능을 통해 제품의 가격 변동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해당 제품의 일반적인 가격 추세까지 볼 수 있다.
또 여러 가격을 한 곳에서 볼 수 있고 전에 검색한 제품에 할인이나 프로모션이 제공되면 알려주는 기능도 추가됐다. 아마존 샤핑객은 ‘캐멀캐멀캐멀’(CamelCamelCamel)이나 ‘키파’(Keepa)처럼 가격 변동 내역을 알려주는 웹사이트를 사용하면 실시간 할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라쿠텐’(Rakuten)이나 ‘허니’(Honey)와 같은 일부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은 다른 사이트에서 더 낮은 가격을 제공하면 이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경우에는?
와티우 교수는 실제 매장에서 샤핑할 때는 가격 매칭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면 좋다고 강조한다. 매장을 방문하기 전 다른 매장의 낮은 가격을 보장하는지 먼저 알아본다. 매장 진열대의 상품을 둘러보면서 (스마트폰 등의 기기로) 다른 매장의 가격을 찾아본다. 와티우 교수는 “매장간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소비자로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라고 강조했다.
■왜 허위 할인에 속을까?
많은 소비자는 할인 가격을 찾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기뻐하는데 소매업체들은 바로 이점을 이용한다. 장 교수는 “긴박감, 희소성, 독점성을 느낄 때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이 발동한다”라며 “강력하고 확실한 심리적 효과를 자극하는 상술이 먹히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와티우 교수는 “80달러짜리 스웨터가 40달러에 할인 판매되면 소비자는 80달러 상당의 품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느껴 바로 구매에 나서게 되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속임수 가격 행위는 불법인가?
불법이지만 입증하기가 복잡하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속임수 가격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지침을 마련했지만 1970년대 각 주 정부가 관련 지침을 주도하도록 하면서 시행을 중단했다. 필라델피아 소재 오버매이어 법률회사의 소송 전문 헨리 노이 변호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피해 사례를 규정하고 증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소비자는 특정 소매 업체의 가격 결정 행위를 일정 기간 추적 조사해 문서화해야 하고 업체가 상습적으로 속임수 가격 행위를 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노이 변호사는 “이런 소송은 대개 큰 규모의 집단 소송이나 소비자를 대신한 정부 기관이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개인 소비자가 감당하기 쉽지 않음을 설명했다.
가주에서는 대형 백화점 JC페니가 ‘허위 참조 가격 구조’(false reference pricing schemes) 행위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집단 소송이 진행 중이다. 뉴욕주에서는 신발 체인점 풋 락커가 제품이 다 팔릴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허위로 긴장감을 조성한 혐의로 집단 소송에 직면해 있다. 의류 체인점 올드 네이비와 부후는 지난 2년간 허위로 가격을 부풀린 혐의로 원고 측과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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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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