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와 의료계의 희한한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대학 의대생 입학 정원을 2,400여명 늘리자는데 의사협회가 반대, 파업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병 고치는 일은 인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인들이 의사 숫자 늘리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이다.
교육계의 선생과 학부모 간의 마찰로 발생하는 법정공방과 교육자와 학부모 간의 항의데모도 비정상적 ‘소란’으로 비춰진다. 수백만 명을 거느린 노동계 쟁의는 툭하면 무기한 총파업, 나아가 정권타도, 윤 대통령 퇴진 같은 막장 상한선으로 치닫기 일쑤다.
지하철 노조의 임금인상 투쟁 등 국가 전체 동력을 마비시킬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저항들이 줄을 잇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몇 개월도 안돼 주말마다 정권 퇴진 데모가 서울시내 한 복판에서 소란을 피우는 상황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여망을 표출하는 것이야 말로 필수적인 것이고 동시에 불가피한 측면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제반 저항들을 캐고 들면 정당들의 배후 조종이 작용하는 것 같아 유감이다. 심지어는 야당 정치인들이 직접 데모에 참석하여 정권 퇴진을 소리 지르는 장면이 보도돼 혀를 차게 만들기도 한다. 사회 각 분야가 이토록 불화, 불만이 커져 가는데도 이런 사태를 책임져야 할 여야 정치인들은 무한 상쟁만 계속하고 있다.
지금 여야 양당은 내년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총선거에만 몰두하고 있다. 국민 각계각층의 요구와 불만을 해결하고 개선하려는 정책을 연구 개발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을 선동하여 제각각 득표수단, 환심 사기, 인기몰이에만 여념이 없다. 정국이 더욱 소용돌이에 취 말릴 것 같아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야당은 다수 의석을 무기삼아 탄핵 공세, 쌍특검 추진, 대북정책 등을 내걸고 정부여당을 거세게 몰아붙일 것이다. 여당의 야당 공격에 대한 반격도 만만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를 물고 늘어질 것이다. 만에 하나 총선 전에 이재명 대표가 유죄 판결이라도 받는 날에는 야당이 치명상을 입게 될 게 틀림없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이재명 방탄 급소를 노리고 있다. 여야로부터 화합이나 협치를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연목구어일 것이다. 국힘과 민주당의 반목은 정책 대결이나 의회주의에 입각한 협치, 토의 차원을 훨씬 지나 죽으냐 사느냐의 물고 물리는 감정대립 양상이다.
국민의 힘이 선거에서 패할 경우 급격히 윤석열 대통령 퇴진이나 탄핵 처지에 놓일 것이 쉽게 예측된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할 경우에도 이재명 대표의 유죄 판결 구속사태가 예상되고 확고한 지지 기반인 개딸(개혁의 딸)이 와해되며 민주당은 지리멸렬하게 될 것 같다.
그러니 어느 편이 승리하든, 패하든 민주 의회를 기대하는 것은 오히려 과욕일 것만 같다. 여야의 극한 대립에서 선거 결과에 미련을 두는 자체가 황당한 희망일 수밖에 없다.
이제 정국 난맥상을 풀어 가려면 모든 국민이 중도노선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때다. 중도이념은 결코 고립주의, 배타적 사상이 아니다. 보수, 진보, 극우, 극좌를 배제하고 온건 우파와 온건 좌파를 포용하여 협치 화합의 길로 나라를 이끌어 가자는 주장이다. 중도노선을 무사안일주의자거나 기회주의라고 규정하는 것은 무지한 모략이요, 자기 편에 들지 않는다는 불평에 다름 아니다. 중도노선은 양심세력이다.
과거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격렬한 사상 논쟁으로 대립했을 때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도 일찍이 중도론을 주장했다. 그들은 마땅한 정도를 초과하거나 미달하는 것은 악덕이며 그 중간을 찾는 것을 참다운 덕으로 파악하였다.
불교 철학에서도 중도 사상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예수도 화해와 관용을 늘 가르쳤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는 중용(中庸)을 주장했다. 지나치게 모자람이 없이 도리에 맞는 것이 ‘중(中)’이며 평상적이고 불변적인 것이 ‘용(庸)’이다, 라고 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정치 혼란 해소를 위해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이 중용, 중도사상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여론조사마다 대다수 국민이 중도노선을 지지하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민주주의 상징으로 국민의 추앙을 받던 진짜 민주당은 사라지고 프롤레타리아 독재(인민중심주의) 성향, 이재명 대표의 ‘개딸당’ 만이 야당을 자처하고 있는 판국이다. 개딸당의 한계 넘는 횡포는 민주당 내 진짜 양심세력을 마구 탄압하고 있다.
국민의 힘도 국민선동 반공주의와 부자 감세, 서민 증세 등으로 반동 역사를 쓰고 있다. 혁신위원회를 발족시켜 놓고 다시 구태로 돌아가는 등 정권을 장악해놓고도 주체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여야에 의한 민주정치 회복은 절망적이다. 중도노선, 중용사상이 난국 타개의 유일한 출구이다. 중도세력이 다수 국민의 지지를 믿고 힘차게 깃발을 들어 올려야 한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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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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