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O “여성이 행하는 전통적 어업, 상업적 대량어획 아닌 생계형”
▶ 무형문화유산 이은 쾌거…해녀 고령화 등 감소 추세 숙제
소라 채취하는 해녀 [연합뉴스 자료 사진]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방식의 전통 어로인 '제주해녀어업'이 국제사회 인정을 받으면서 제주 해녀만의 독특한 어로 행태 등이 주목받고 있다.
12일(이하 한국시간) 제주도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10일 제주해녀어업을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2016년 유네스코가 제주해녀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데 이은 쾌거다.
FAO는 제주해녀어업에 대해 "주로 여성이 행하는 전통적인 생계형 어업"이라며 "호흡 장치 없이 물속에 잠수해 전복, 뿔소라, 미역 등의 해산물을 채집해 왔다"고 인정했다.
해녀의 어업체계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 위주로 이뤄지는 독특함이 있고 또 상업적인 대량 어획의 어업 형태가 아닌 가계의 생계 수단 역할을 하는 것에 주된 의미가 있다.
FAO는 전 세계의 전통 농업 활동과 경관, 생물다양성, 토지 이용체계의 보전·계승을 목적으로 세계중요농업유산을 지정하고 있다.
◇ 여성 '물질' 어업의 독특함
제주해녀어업 형태인 물질은 기계장치 없이 맨몸으로 바닷속에 들어가 일하는 잠수작업 기술을 말한다.
제주해녀어업 형태는 자연 자원과 인간의 공생, 경쟁자와의 협력과 공존 등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녀들이 채취하는 해산물은 해초와 조개류 등이 주를 이룬다. 제주해녀의 물질은 바다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수렵·채집인 셈이다.
제주 연안의 해초와 수산물은 중요한 시장 상품이었고 이를 채취할 수 있는 해녀들에게는 중요한 현금 소득이다.
제주해녀들이 채취하는 소라는 1970년대부터 일본으로 수출됐다.
해녀들의 물질은 또 고도의 몸 기술과 전통 어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며 생태적 지식을 동반하는 어로 기술이다.
물질은 간단한 도구를 이용할 뿐 온전히 자기 몸의 숙련을 통해 이뤄지는 노동으로, 오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
제주해녀는 숨을 참고 10m 이상 되는 깊은 물 속에서 1분 이상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을 할 수 있다.
조수의 흐름과 세기, 해저 지형, 바람의 방향과 계절에 따른 해산물의 생태적 서식에 대한 지식이 총동원된다.
이러한 어로는 스쿠버다이빙이나 잠수기선에 비해 자원남획을 방지하고 생태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방식이다.
전복 등을 대량 어획하는 잠수기선이 일제강점기에 도입되기도 했지만 1970년대 들어서 해녀들의 항의로 이제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마을 어촌계의 잠수회원들은 마을주민들로 구성되며 그들의 관계는 가족이나 친인척 등의 관계로 형성돼 왔기 때문에 단지 경제적인 합리성만을 추구하지 않았다.
이 같은 마을주민들 간의 관계 안에서 소수가 많이 벌기보다는 다수가 적게 벌지만, 골고루 분배하는 체계를 유지해 왔다.
이들에 의한 어로 소득은 마을주민의 가구소득으로 전환돼 개별적 소득은 적지만 여러 가구의 소득으로 분산되는 장점이 있다.
안미정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 교수는 '지속 가능한 생활방식으로서의 제주 잠수의 어로' 연구를 통해 "제주해녀들이 이러한 사회관계를 통해 새로운 기계 기술의 도입으로부터 오래된 물질 방식을 지키고 그들의 물질 방식도 지켜냈다"고 말했다.
이번 FAO의 등재 결정은 등재 추진 7년 만의 성과다.
제주도는 2016년부터 제주해녀어업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추진해 왔다.
도는 2018년 FAO에 제주해녀어업 등재 신청을 했지만 탈락했고 이어 2020년까지 세 차례 보완해 각각 신청한 바 있다.
제주해녀어업은 2015년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호로 지정됐다.
◇ '발등의 불' 해녀 수 감소
하지만 앞으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해녀의 고령화와 그에 따른 해녀 수 감소가 가장 큰 문제다.
작년 말 기준으로 도내 해녀는 8천245명이다. 이 중 현직 해녀는 3천226명이고 나머지 5천19명은 은퇴했지만, 어촌계원으로 등록된 해녀다.
해녀 수는 1970년 1만4천143명에서 40여년 만인 2022년 41.7% 줄었다.
지난해 기준 현직 해녀의 연령별로는 70∼79세가 1천328명(전체의 41.2%), 80세 이상 762명(23.6%)에 이른다.
현직 해녀는 전년에 비해 제주시는 115명, 서귀포시는 96명 각각 줄었다.
반면 최근 2년간 어촌계에 가입해 새롭게 해녀가 된 인원은 제주시 18명, 서귀포시 10명에 불과했다.
물질 중 숨지는 해녀도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3명에 이른다.
연도별 고령 해녀 사망 건수는 2022년 6명, 2021년 10명, 2020년 4명, 2019년 5명, 2018년 8명, 2017년 9명, 2016년 7명, 2015년 9명, 2014년 6명, 2013년 7명, 2012년 4명, 2011년 9명, 2010년 5명 등이다.
물에 빠지는 익수나 심장마비가 사망 원인으로 주로 꼽힌다.
고령 해녀들은 어업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몸이 좋지 않은데도 물에 들어가곤 한다.
수산업협동조합법 시행령 등에 의하면 어업인 자격을 유지하고 수산물직불금 등을 받으려면 연간 60일 이상 조업을 하고 120만원 이상의 어업 관련 소득을 올려야 한다.
제주도는 해녀에게 유색 해녀복과 테왁 보호망 등 안전 조업 장비 지원, 어업인 안전 보험 가입비와 해녀 진료비 지원 등의 정책을 펴고 있다.
또한 고령 해녀들이 맨손으로 조업하는 특수성을 반영해 만 80세 이상 고령 해녀가 물질을 그만둘 경우 3년간 월 30만원의 은퇴 수당을 지급한다.
제주도는 해녀 은퇴 수당 지급 가능 연령을 만 75세로 낮추고 월 지급 액수도 50만원으로 늘리기 위해 관련 시행규칙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해녀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노령화로 인한 사망과 작업 중 사망이지만 가장 큰 요인은 해녀 물질이 아주 힘든 반면 소득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옛날 해녀들은 물질로 자녀들의 대학 교육비까지 지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물질만으로는 살림살이도 벅차다.
신규 해녀를 양성해 해녀 수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2007년 11월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에 한수풀해녀학교가 개교했고 2015년 5월에는 서귀포시 법환마을 해녀학교도 개교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해녀가 된 해녀학교 졸업생은 30여 명뿐이다.
어촌계마다 사정이 다른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어촌마을로 들어가 물질을 하려고 해도 집을 구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신규 해녀의 진입을 막고 있다.
제주해녀어업이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됐지만 동시에 독특한 전통 어로를 보존하고 후세에 남겨줘야 할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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