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이었다. 근무시간이 끝날 무렵 카페 식당을 지나려 할 때였다. 어린 아이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식탁에서 피자를 먹고 있던 제니였다. 어머니 안나, 언니 신디와 함께 앉아 있었다. 내가 신디 옆의 빈자리에 앉았다. 신디가 피자 한 쪽을 잘라서 종이 플레트에 담아 나에게 주었다. 차도 없는데 어떻게 왔냐고 물었더니, 나를 만나기 위해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왔다고 말했다. 신디가 산 피자를 나누어 먹어면서 힘들게 살고 있는 그들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디는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니카라과에서 미국에 밀입국해서 리버데일 시의 낡은 아파트에서 방 한칸을 세를 얻어 네 사람의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 영주권이 없어서 마땅한 일자리도 없다. 아버지는 건설 하청업자의 현장에서 파트타임으로 허드렛 일을 하고, 어머니와 신디는 라티노 식당에서 잡일을 한다. 세 사람이 열심히 벌어 노력해도 총수입이 적어 방값을 지불하고 나면 겨우 하루의 생계를 이어가는 정도로 생활이 힘들다. 그래서 식비라도 절약하고자 사랑의 등불 선교회가 제공하는 구제 식품과 생필품을 받기위해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경에 봉사활동 현장에 찾아와서 4가지 백의 구호품을 수령한다.
신디는 다정하고 선한 10대 후반의 소녀다. 어떤 때는 주방기기나 옷과 양말들이 나오면 그녀의 아파트에 가서 모아둔 생필품을 신디에게 전해준다. 중학생인 여동생 제니는 나를 만날 때마다 ‘당신을 만나면 행복해요.’라는 말을 하고 나의 품에 꼭 안긴다. 작은 도움에도 감사할 줄 아는 신디의 가족들을 만나면 행복감을 느끼고 더 많은 선물을 전하고 싶어진다. 사랑은 주고 받는 것.
이주영 원로 목사님의 부인인 정영주 사모님이 신디네를 위해 연두색의 쌀통 하나를 사랑의 등불 선교회에 기증을 했다. 오는 금요일 신디네를 만나면 예쁜 쌀통을 전해주어야지. 신디가 기뻐할 모습이 기대가 된다.
가을이 깊어 간다. 해가 질 무렵이면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 뒷뜰에 서있는 키다리 낙엽수에서 떨어진 붉은 낙엽들이 잔디밭에 수북이 쌓인다. 한 해가 가는가 보다. 이제 두 달만 지나면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온다. 마땅히 해놓은 일도 없이 나이만 먹고 살아온 내 모습을 보고, 마음이 쓸쓸해지고 텅빈 것 같다. 고독감을 느낀다. 이렇게 고독할 때는 나는 음악을 듣는다. 늦가을 소슬한 바람이 불어오는 뒤뜰에서 듣기에 제격인 베토벤의 월광곡 ( Sonata #14, op 27/ no.2)을 듣는다. 귀가 극도로 나빠져 가는 말년에 베토벤의 고독과 쓸쓸함을 피아노로 표현한 애절하고 사랑이 가득한 불후의 명곡이다.
베토벤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피아노 견습생인 두 여인 테레제와 요세피네들과 사랑을 하고 싶었지만, 그의 괴팍하고 독선적인 성격에 적응할 수가 없어서 두 여인은 베토벤과 결별을 한다. 베토벤은 세 번째 제자이며 귀족의 딸인 줄리에타 귀차르디라는 젊은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베토벤은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사랑의 대상인 줄리에타를 혼신을 다해 사랑한다. 두 사람은 2년 정도 열렬히 사랑을 하고 결혼하려고 했다.
베토벤은 불행하게도 결혼하기로 약속한 줄리에타와 결혼을 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한다. 줄리에타의 부모가 가난하고 괴팍하며 귀까지 들리지 않는 베토벤과의 결혼을 한사코 반대했다. 줄리에타는 이룰 수 없는 베토벤과의 사랑을 포기하고 아픈 가슴을 안고 베토벤의 곁을 떠난다.
베토벤은 심혈을 기울여 그녀를 사랑하고 결혼하려고 했던 줄리에타를 그리워하며 식음을 전폐하고 비탄에 빠져 몸부림친다. 베토벤의 이별의 슬픔이 얼마나 컸었는지는 베토벤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오로시 묻어나 있다. “줄리에타가 떠난 후 지난 2년 동안 내가 얼마나 쓸쓸하고 슬펐는지는 자네가 잘 알고 있지... 줄리에타와 결혼하고 싶었지만 내가 그럴만한 위인이 못되는 것 같아.”
베토벤의 절망과 아픔이 담긴 월광곡은 진심으로 사랑했던 줄리에타와의 사랑의 시간들을 그린 피아노 명곡이다. 제1악장에는 베토벤이 줄리에타를 향한 열렬한 사랑의 표현이 천둥처럼 강렬하게 진동한다. 실연한 그의 아픔을 리얼하게 느끼게 한다. 제 2 악장은 줄리에타를 그리워하며 잔잔하게 애타게 사랑을 호소한다. 제 3악장에서는 사랑을 잃은 베토벤의 애절한 고통이 천둥과 번개가 포효하듯 베토벤은 오열하며 끝을 장식한다.
베토벤은 월광곡을 완성한 후에 연인 줄리에타 귀차르티에게 월광곡의 악보를 헌정했다. 그녀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당신을 만날 때면 언제나 행복했어요.”라고 진솔한 사랑을 전했다.
줄리에타에 대한 베토벤의 사랑에서 나는, 내가 진심으로 남을 사랑하면 남도 나를 사랑하게 되고, 사랑의 바이러스는 서로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성경에서도 행복해지는 비결을 말하고 있다.
“서로 사랑하라( Love and accept on another- 베드로 전서 1:22 )
내가 아닌 남을 위해 기도하라 - 히브리 서 13:7
그리스도의 진리를 남과 공유하라 - 골로시안 3:9”
“당신을 만나면 행복합니다.”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
나의 모든 친구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귀한 사랑의 말이다.
<
대니얼 김 사랑의 등불 대표, 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