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영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제공]
뇌혈관 벽이 약해지면서 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뇌동맥류(腦動脈瘤ㆍcerebral aneurysm)’다. 뇌동맥류는 언제 터질지 모르기에‘머리 속 시한폭탄’으로 불린다.‘뇌동맥류 치료 전문가’ 박근영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박 교수는“뇌동맥류는 전 인구의 2~3%에게서 나타나는데 혈관이 터지면 3명 중 2명이 사망하거나 중증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며“하지만 뇌동맥류 환자의 70~80% 정도는 치료하지 않고 추적 관찰만 필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뇌동맥류는 50~6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므로 40세가 넘으면 예방적 차원에서 뇌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뇌동맥류가 왜 발생하나.
발생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혈역학적으로 높은 압력이 가해지는 뇌혈관 부위가 비대칭적으로 부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뇌혈관 벽이 약해졌기에 파열될 위험이 적지 않다. 담배를 피우거나, 직계 가족 중 뇌동맥류 환자가 2명 이상 있거나, 고혈압·자가면역질환·특정 유전 질환 등에 노출됐다면 고위험군에 속한다.
뇌동맥류가 있더라도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에 자기공명혈관조영술(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MRA)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뇌혈관조영술 등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될 때가 가장 많다. 간혹 두통이 심한 환자가 원인을 찾으려고 뇌 검사를 받다가 뇌동맥류를 발견하기도 한다. 두통이 뇌동맥류와 직접 관련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처음 겪는 극심한 두통이 생기면 뇌동맥류 파열을 시사하는 소견일 수 있다. 즉, ‘머리를 망치로 때리는 것 같았다’ ‘머리 안에서 뭔가가 터지는 것 같았다’ 등으로 표현되는 것처럼 완전히 다른 양상의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발생하면 뇌동맥류 가능성이 높다. 뇌동맥류 크기 위치에 따라 신경이 눌리면서 일부 환자에게서 복시(複視)·안구운동장애·안검하수가 나타나기도 한다.
-뇌동맥류가 있으면 빨리 치료해야 하나.
꼭 그렇지는 않다. 뇌동맥류가 있어도 크기·위치·모양 등을 고려해 파열 위험이 높지 않으면 추적 관찰만 진행한다. 예를 들어 내(內)경동맥 상상돌기 주변에서 발생한 작은 뇌동맥류는 터질 위험이 매우 낮아 몇 년에 한 번씩 추적 관찰만 하면 된다. 또 80대 이상 고령인에게 뇌동맥류가 발견되면 시술·수술 위험이 파열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되면 정기적인 추적 관찰만 해도 된다.
-뇌동맥류는 어떻게 치료하나.
뇌동맥류를 직접 제거하지 않고 뇌동맥류 속으로 피가 흐르지 않도록 차단하는 수술이나 시술을 시행한다. 머리를 열고 시행하는 개두술(開頭術)인 ‘클립결찰술’과 코일로 막는 ‘혈관 내 시술(코일색전술)’로 나뉜다.
클립결찰술은 가장 오래된 치료법으로 두개골을 조금 열어 풍선처럼 튀어나온 뇌동맥류 목 부분을 클립으로 꽉 집어주는 수술이다. 반면 대표적인 혈관 내 시술인 코일색전술은 마이크로카테터(미세 도관)를 혈관을 거쳐 뇌동맥류에 위치시킨 다음, 뇌동맥류 속을 아주 부드러운 백금 코일로 채워 넣어 뇌동맥류 안으로 혈액이 흐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밖에 대형 뇌동맥류나 방추형(베틀북형) 뇌동맥류, 박리성 뇌동맥류를 치료하기 위해 특수 스텐트의 일종인 ‘혈류 전환기(flow-diverter)’와 뇌동맥류 입구가 넓을 때 사용하는 ‘혈류 차단기(Woven EndoBridge·WEB)’도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혈류 전환기 및 혈류 차단기 삽입술은 코일색전술에서 한 단계 발전한 치료법이다.
코일색전술은 백금으로 만들어진 코일 여러 개를 뇌동맥류 안에서 엮어 실타래 형태로 만드는 것인데, 큰 뇌동맥류에서는 재발 가능성을 항시 염두에 둬야 하고 뇌동맥류 입구가 넓을 때에는 스텐트를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혈류 전환기는 뇌동맥류는 건드리지 않고 모(母)동맥에 특수한 형태의 스텐트를 넣어 뇌동맥류를 치료하는 것으로, 큰 뇌동맥류의 재발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명심해야 할 점은 이러한 치료법이 상호경쟁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것이다. 따라서 치료 방향을 정할 때는 여러 뇌혈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뇌동맥류 진단 후 파열을 막기 위한 생활 습관은.
가장 중요한 건 혈압 관리와 금연이다. 고혈압 환자는 고혈압 약을 제때 복용해야 하며 가정에서 평소 꾸준히 혈압을 측정해 혈압이 평소보다 올라가지는 않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일부 환자는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해 혈압이 정상이라면 임의로 고혈압 약을 끊기도 한다. 이는 고혈압 약에 의해 혈압이 조절된 것이지 고혈압이 치료된 것이 아닐 때가 대부분이다. 또 추운 날씨에 새벽 운동을 한다거나 물구나무 자세를 만드는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등 갑자기 혈압이 올라갈 수 있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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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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