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전 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2007년부터 미국을 휘몰아친 금융위기로 구조조정 광풍이 기업가를 휩쓸고 있었다. 한인 언론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 신문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필자도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았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단행했던 큰 폭의 인력감축 대상이 되었던 터라 충격이 컸지만, 다행히도 교사인 아내 덕분애 새 직장을 구할 때까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당시 함께 해고당한 일부 동료 선후배들의 모습들을 생각하면 가슴 아픈 기억이 많다. 회사에서 밀려난 일부 직원들은 본인이나 가족이 갑작스런 질환으로 사망하기도 했고, 몇몇은 오랜 병고에 시달리고 있다. 어떤 동료는 한국으로 되돌아갔고, 일부는 여전히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기업의 해고가 이들의 고난과 직결된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당시 필자의 감정이나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할 거라 생각한다.
불확실성의 시대다. 수십 년 된 기업이 하루아침에 날아가고 수십 년 다녔던 일터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오리무중의 현실이다.
직장인들에게 일터는 하루 먹을 쌀값을 마련하고 집값을 감당하고 할부금을 내고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밥줄’이자 ‘생명줄’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직장인이 어떤 이유로든 일터에서 쫓겨나는 것은 생명줄이 끊어지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희망’ 은행 뱅크 오브 호프가 또 한 차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 3월 80명 감원에 이어 6개월 만에 두 번째다. 이번에는 전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190여명의 직원이 일터를 잃고 ‘절망’으로 내몰렸다.
4인 가족으로 계산할 경우 800여명의 생명줄이 위험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 중에 절반이 당장 다른 일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또 다른 절반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중에는 수십 년에서 수년간 일한 사람이 적지 않다. 남아 있는 직원들의 사기도 말이 아니라는 소식이다.
케빈 김 행장은 이번 구조조정 배경에 대해 “경기 둔화 국면에서 전략적인 비즈니스 모델 확산과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반적인 금융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려운 말이지만 결국 비용절감이 목적인 듯하다.
어떤 기업이든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한 직원 해고에는 보이지 않는 몇 가지 원칙이 존재한다. 이번 뱅크 오브 호프의 직원 대량 해고는 원칙중 하나인 사회적이고 인간적인 측면에서 최소한의 합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즉 해고당한 사람이 ‘아프지만 회사의 결정에 이해가 간다’는 최소한의 합의 말이다. 그러나 만약 ‘윗사람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당신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고 묻는다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봐야한다.
뱅크 오브 호프 직원들의 올해 3분기 현재 평균 급여는 11만1,258달러다. 평균으로 따지면 많아 보여도 직급이나 직책별로 급여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우리가 흔히 ‘텔러’라고 말하는 일선 지점 창구직원은 연 3만6,000달러 정도, 사무직 급여는 5~6만달러 선이다. 지점장 정도는 되어야 10만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고, SBA 융자 매니저급은 실적에 따라 15만~25만달러를 연봉으로 챙길 수 있다.
반면 그동안 본보 등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5명의 뱅크 오브 호프 경영진에 지급된 총 급여는 2021년 기준으로 행장 335만6,442달러를 포함, 684만6,226달러에 달한다. 또한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행장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한번 회의에 참석하는 11명 이사들의 연봉 합계는 2022년 기준으로 166만9,911달러다.
수십만달러에서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간부들의 연봉은 고스란히 남겨둔 채 일선 직원들의 밥줄만 끊는다면 어느 누가 비용절감 정책을 이해할 수 있을까. 경기둔화로 인한 경영부실 책임이 모두 말단 직원들에게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직원들을 대량 해고하겠다고 발표할 때 경영진도 뼈를 깎는 심정으로 고통분담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하버드대 철학교수였던 존 롤스의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자신의 현재 처지를 배제한 상태에서 양자가 합의할 수 있는 법칙이 바로 정의라는 개념이다. 이 이론을 은행 감원에 접목시켜본다면 경영진이든 말단 직원이든 은행측이 경비 절감을 위해 단행한 대규모 인력 감축을 어떤 희생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기로 합의했어야 정의다.
뱅크 오브 호프의 잇단 감원 결정이 최소한의 사회적, 그리고 인간적 합의에 바탕을 뒀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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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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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자본주의 에서 직원 감원에 원칙이 어디있나? 주인맘대로 하는거지.. 이것부터 이해해야 안짤리고 살수있다.
이럴때 노조가있으면 노조에 밑기면 됩니다 세상만사 두가지 얼굴이 있듯이 한국의 노조활동만 보시면 안됩니다 그건 선진국의 노조와 다릅니다 떼쓰는 거지요 표얻으려고 특정직종 최저임금 정하는게 더악마 이지요 전체노동자 이면 몰라도 희망은행 주주들이 나서야 합니다 쏠림 현상을 막기위해서. 누굴 자르고는 신만이알지만 우리 인간들도 룰를 만들고 문서회 해서 이런불만을 최소회 시켜야지요. 여기 KT는 정의가 살아 있는곳 일끼요 묻고십읍니다
6개월은 직장없이도 버틸수있는 현금은 언제나 저축을해야만 되는데 현금이 $400.00도 없다는기사를보았는데 이래가지고야 어디 되겠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