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트럼프 강경파 공화의원 20명, 의장 해임·신임의장 선출 주도
▶ 트럼프와 그를 지지하는 ‘마가 공화당원’ 막후에서 영향력 행사
‘진영정치’ 택한 민주당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격 될 수도’
신임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마이크 존슨 의원[로이터=사진제공]
미국 역사상 처음이었던 연방 하원의장 해임 및 20여일간의 의장 공석 사태의 최후 승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정치권 안팎의 트럼프 지지 세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마이크 존슨 의원(루이지애나)이 해임된 케빈 매카시 전 의장의 후임자가 되기까지 의회 내에서의 모든 과정은 당내 초강경 보수주의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회원을 중심으로 한 20여 명의 극우 성향 의원들이 주도했다.
매카시 전 의장 해임안은 당내 초강경파의 간판 인물인 맷 게이츠 의원(플로리다)이 발의했다. 이어 지난 3일 하원 본회의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당론으로 가세한 가운데, 게이츠를 따르는 공화당 의원 7명이 매카시 전 의장에 등을 돌리면서 가결됐다.
초강경파 20여 명은 매카시 후임을 정하는 과정도 좌지우지했다.
현재 하원 의석은 공화당 221명, 민주당 212명으로 9석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공화당 의원 5명만 '반기'를 들어도 민주당의 협조가 없으면 의안을 처리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런 구도 속에 소수인 초강경파 의원들은 자신들 보기에 충분히 '보수적'이지 않은 의장 후보에 대해서는 단결해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자신들과 이념적으로 가까운 후보는 똘똘 뭉쳐 지지했다.
이에 따라 당내 경선 과정을 거쳐 매카시 전 의장의 후임자 후보로 처음 선출된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와, 3번째 후보로 선출된 톰 에머 하원 원내 수석부대표는 초강경파들의 벽에 막혀 '본선'인 하원 본회의 투표까지 가보지도 못한 채 사퇴했다.
프리덤 코커스 공동설립자로 초강경파의 일원인 짐 조던(오하이오) 법사위원장이 2번째 후보로 나섰다가 당내 중도파 등 20여명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물러서자 초강경파들은 '대안' 격으로 강경 보수 성향의 '이론가'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인 존슨 의원을 밀었다.
대우크라이나·이스라엘 군사 지원, 2024회계연도 예산 협상 등을 앞두고 공화당 내분으로 인한 의장 공석에 따른 하원 마비 사태가 장기화하자 양상은 '치킨게임' 형국으로 흘렀다.
결국 당내 중도파 등은 결집한 초강경파 20여 명을 이기지 못한 채, 25일 하원 본회의에서 그들이 미는 후보(존슨)에 찬성표를 몰아줬다.
공화당 초강경파 의원들의 배후에 자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신의 존재감과 정치적 영향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기에 이번 사태의 승리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2020년 대선 결과를 인증했던 에머 수석부대표가 24일 3번째 하원의장 후보로 뽑히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세계화 지지자인 말로만 공화당원"으로 규정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노골적인 반대에 밀려 에머 의원은 곧이어 후보 자리에서 내려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에머의 뒤를 이어 후보가 된 '친트럼프' 후보 존슨에 대해서는 소셜미디어에 "나는 선두 후보 마이크 존슨과 함께 가길 강력하게 제안한다"는 글을 올리며 존슨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고, 결국 존슨은 의사봉을 잡았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원'들도 이번 사태의 '승자'로 꼽힌다.
이들은 친트럼프 후보인 짐 조던 법사위원장이 2번째 의장 후보로 선출됐다가 낙마하자 그를 지지하지 않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위협적인 메시지를 보내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들과 정치적 성향이 가까운 의원을 하원의장으로 만들어냈다.
2년마다 치열한 당내 경선을 거쳐 선거를 치러야 하는 공화당 소속 하원 의원들로서는 고도로 결집된 '마가 공화당원'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조던 법사위원장을 반대했던 의원들이 존슨 의원에게는 찬성표를 던지기까지 더 이상 의회 파행을 연장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과 함께 '마가 공화당원'들의 표심도 의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번 사태의 '패자'로는 공화당내 중도 성향 의원들과 더불어, 여당이자 하원 소수당인 민주당을 빼놓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소수의 공화당 초강경파들이 발의한 하원의장 해임안에 당론으로 동조한 민주당은 매카시 전 의장보다 더 강경한 보수파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더 가까운 존슨 의장이기 때문이다.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격일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매카시 전 의장이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 개시를 결정한 점 등이 당론으로 해임 찬성을 결정한 배경이라지만 매카시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하루 앞뒀던 지난달 30일 임시예산안을 발의함으로써 여야 합의 하에 셧다운이라는 파국을 막은 인물이기도 했다.
초당적 타협의 정치가 실종된 상황에서 진영 정치에 충실했던 민주당은 결국 공화당 초강경파 주도의 '하원의장 교체'에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고, 그 여파는 앞으로 쉽게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존슨 신임 의장이 대폭적인 예산 삭감을 주장하는 마가 공화당원들의 뜻을 충실히 이행하려 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국정 의제들은 벽에 부딪힐 수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초당적 지지가 있는 대이스라엘 지원 등과 함께 묶어 신청한 대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614억 달러<약 83조원>)부터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적지 않은 공화당 의원들은 물론 일반 미국민들도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동맹국도 아닌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데 점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한편, 친트럼프 성향의 강경 보수 이론가인 존슨 의장이 입법 권력의 정점에 올라서면서 의회의 예산 심의 등에서 '미국 우선주의'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따라서 이번 하원의장 교체가 한국의 외교·안보와 경제 현안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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