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노조 파업과 테슬라
▶ 노사 한달 넘게 공회전, 완성차 3사 23% 인상 제시 ‘불발’, 매출 손실 34.5억달러 달해…공장 멈추자 직원도 일자리 잃어
노조 없는 테슬라만 반사이익, 생산 차질·비용 인상 없이 ‘무풍’, 3사와의 임금 격차 커질 땐 노조 설립 불 붙여‘독’될 수도
미국 최대 자동차 노동조합인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이 22일로 39일째 진행 중이다. 파업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완성차 업체에서 지난달 14일 동시에 시작됐다. 빅3 업체가 한꺼번에 파업을 하는 것은 1935년 UAW 설립 후 처음이다.
UAW는 3개 업체의 노조원 약 14만6,000명을 대표한다. 이들은 4년마다 각 회사와 노사 계약을 갱신하는데, 지난달 노사 합의가 최종 불발되며 노동자 3만4,000여명이 파업에 들어갔다.
UAW는 △앞으로 4년 간 40%의 임금 인상 △주 40시간 근무를 주 32시간으로 단축 △근속 연수에 따른 임금 차별 폐지 등을 요구한다.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률. 이들이 40%라는 큰 폭의 인상을 주장하는 건 지난 4년 간 3사의 최고경영자(CEO) 보수가 각각 21~70% 오른 반면 노조원들의 평균 임금은 6% 올랐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미시간주 웨인 카운티의 UAW 파업 현장을 찾아 노조 모자까지 쓰고 파업 지지 의사를 밝힌 명분도 심각한 임금 격차였다.
파업 전 협상에서 GM·포드는 20%의 임금 인상안을, 스텔란티스는 17.5%의 인상안을 제시했다. 파업이 길어지자 3개 업체 모두 23% 인상을 제안했다. 이달 11일 포드의 켄터키주 공장 노조원 약 8,700명이 추가로 파업에 동참한 것이 3사의 위기감을 자극했다. 켄터키 공장은 포드 연간 매출의 약 16%(약 250억달러·약 33조8,400억원)를 책임지는 최대 생산기지다.
UAW는 23% 인상안을 거절했다. 숀 페인 UAW 회장은 “우리는 아직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다”고 했다. UAW는 25% 인상을 현실적인 목표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3사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컨설팅업체 앤더슨 이코노믹은 이들이 약 34억5,000만 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었고, 미국 자동차 산업 전체엔 75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노동자들도 웃지 못했다. 파업 참여자들은 파업 기간에 임금을 받지 못했고, 파업 불참자 중 약 6,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파업으로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공장의 남은 직원들을 사측이 임시 해고했기 때문이다.
3사 노사의 출혈은 파업이 장기화할수록 커지게 된다. 3사의 노사가 어떤 합의에 이르든 “승자는 따로 있다”는 평가가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오르내린다. 이번 갈등에 등장하지 않는 이름,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다.
‘反노조 경영’ 테슬라 반사이익
테슬라가 이번 사태와 무관한 건 테슬라엔 노조가 없기 때문이다. UAW는 테슬라 지부 설립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좌초했다. “노조는 불필요한 것”이란 머스크의 노동관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노조 활동에 비판적이다. 머스크는 미국, 독일, 중국 등에 테슬라 제조 공장을 세워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지만,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노조 설립을 방해했다.
머스크는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서 노조 설립 움직임이 일자 “테슬라에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을 막는 사람은 없지만, 회사가 주는 스톡옵션을 포기하고 노조비까지 내면서 그들이 노조에 가입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X(옛 트위터)에 썼다. 이듬해 미국 연방정부는 이 글이 노조 설립 방해를 금지하는 노동관계법을 위반했다고 판정했다. “노조에 가입하면 스톡옵션을 잃게 될 것”이라고 협박한 것으로 본 것이다.
올해 2월엔 미국 뉴욕주 버펄로 테슬라 공장의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을 추진했다. 이들은 머스크에게 “로봇처럼 취급 받는 데 지쳤다”며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했는데, 노조 설립을 주도한 노동자를 포함해 수십 명이 해고됐다. 해고자들이 “보복성 해고”라고 주장했으나, 테슬라는 “낮은 성과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머스크의 이 같은 반(反)노조 경영은 초유의 자동차 업계 파업 국면에서 테슬라에 반사이익을 안겼다. 경쟁사들의 경영 악화 자체가 테슬라엔 호재다. UAW의 3사는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쫓아가야 하는 처지인데, 결과적으로 테슬라에 더 멀리 달아날 시간을 주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UAW에 힘을 실은 만큼 이번 파업은 UAW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 주면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이 역시 테슬라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임금 인상으로 3사의 인건비 지출이 늘어나면 생산비가 증가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이 같은 상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차량 가격을 더 낮추는 것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올해 3분기)를 지키려 할 수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UAW 파업 시작 직후 “파업은 3사를 빠른 속도로 파산시키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비꼬는 글을 X에 올렸다.
“3사 인상, 테슬라 노조 설립 부추길 것”
길게 보면 이번 파업이 머스크에게 독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테슬라의 시간당 평균 인건비는 약 45달러로 3사 평균인 86달러보다 훨씬 적은데, 3사 임금이 인상되면 격차가 더 커진다. 이는 당장은 테슬라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테슬라의 노조 설립 요구에 다시 한 번 불을 붙일 수 있다.
라훌 카푸어 미국 와튼스쿨 경영학 교수는 최근 미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테슬라 노동자라고 치자. 지금도 포드, GM, 스텔란티스 노동자보다 임금이 적은데 3사의 임금 인상 소식을 들으면 어떻겠나. 당연히 노조 설립으로 눈을 돌리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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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이서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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