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 인도위기에 국제사회 잰걸음…내일 카이로서 ‘평화 정상회의’
라파 검문소 앞에서 대기 중인 가자지구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들[로이터=사진제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발발 2주째를 맞은 20일(현재시간) 확전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 남부 라파 국경으로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한계 상황에 내몰린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국제사회의 행보도 빨라졌다.
◇ 북부도 전운 고조…이스라엘, 헤즈볼라 공격 증가에 대피령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거듭 다짐하는 가운데 북부 레바논 접경 지역에서도 무력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전쟁이 가자지구를 넘어 하마스와 연대하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와의 '제2 전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20일 북부 레바논 접경지역 도시 키르야트 시모나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을 겨냥한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동맹 파벌들의 로켓과 미사일 공격이 지속한 데 따른 조처다.
레바논 북부에서는 전날에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겨냥해 로켓을 발사해 이스라엘군이 포격으로 반격하는 등 지난 7일 전쟁 발발 이후 교전이 잇따르고 있다.
헤즈볼라에 따르면 양측의 공방이 격해지면서 최근 이스라엘군과 교전으로 숨진 대원은 13명에 달한다.
이스라엘은 이번 주 초부터 레바논 국경에서 2㎞ 이내 지역의 주민들을 계속 피난시키고 있다.
또 다수의 예비역 병력과 전차(탱크) 등 기갑차량들을 이 지역에 배치, 헤즈볼라와 무력 충돌 악화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도 계속 늘고 있다.
전날에도 가자지구 내 그리스 정교회 성 포르피리우스 교회와 북부 난민촌 등이 공습을 받아 수십 명이 숨지고 다쳤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교회로 꼽히는 이 교회에는 피습 당시 피란민 약 500명이 있었다고 가자지구 내무부는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는 지금까지 어린이 1천524명을 포함해 최소 4천137명이 숨지고 1만3천명 넘게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폭력사태로 팔레스타인인 최소 81명이 사망하고 1천300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측에서는 군인 306명을 포함해 1천400명 넘게 숨지고, 부상자는 4천명을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인질은 203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배포한 성명에서 "인질 대부분은 살아 있다"고 밝혔다.
◇ 라파 '생명길' 개방 또 지연…"첫 구호물품 21일 인도 전망"
이스라엘군의 전면 봉쇄와 공습 지속으로 한계 상황에 놓인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구호물품 전달은 하루 더 미뤄졌다.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지난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계기로 트럭 20대 분량의 구호물품을 1차로 가자지구에 반입하는 데 조건부로 합의했다.
그러나 애초 이르면 이날 중으로 예상됐던 1차 구호물품 반입은 이스라엘 폭격으로 구덩이가 생긴 도로 보수 등의 문제로 이뤄지지 않았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이날 "가자지구의 구호품 전달이 가능한 한 빨리 시작될 수 있도록 모든 관련 당사자와 심도 있는 협의를 하고 있다"며 "첫 번째 인도는 다음날(21일)쯤 시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를 잇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인 라파 검문소 앞에는 이미 세계 각국과 국제단체에서 보낸 트럭 150여대 분량의 구호물자가 대기 중이다.
1차 물량은 트럭 20대분이지만, 유엔은 물, 식료품 등이 거의 고갈된 상태에 놓인 가자지구 주민 200만여 명을 지원하려면 최소 100대분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라파 검문소를 찾은 자리에서 "트럭들이 최대한 빨리 필요한 만큼 지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다수의 호송 차량이 허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라파 국경 검문소 앞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로이터=사진제공]
◇ 세계 각국 정상·대표 카이로 집결…내일 '평화 정상회의'
막대한 민간인 피해와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하는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한 중동 주변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21일 카이로에서 중동 주요국과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일부 국가의 정상과 대표들이 참석하는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를 주재한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에미르(군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 중동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등 유럽 정상들도 동참한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는 외무장관을 보내기로 했으나 프랑스의 경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전격 참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와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주요 국제기구 대표들도 동석할 예정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도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참석하고 일본도 외무상을 보내는 등 미주를 비롯한 일부 대륙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많은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참석자들은 재앙 수준으로 치닫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 해소와 민간인 피해 최소화, 사태의 조속한 종식 등을 위한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회의를 계기로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선언문 채택도 추진 중이나 아직 이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미국과 이스라엘 등 주요 당사국이 불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체적인 성과 없는 '반쪽' 정상회의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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