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원의장 공백사태 장기화하나 ‘시계제로’…이스라엘 지원 등 차질 우려
▶ 이틀째 의장 선출 투표 불발…장기화 대비 임시의장 권한 확대 목소리도
공화당의 하원의장 후보에 선출된 스컬리스 원내대표[로이터=사진제공]
공화당의 하원의장 후보로 당선된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12일 당 내부 갈등 끝에 결국 하원의장직 도전을 철회했다. 당 의원 총회에서 선출된지 하루만이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이달 3일 공화당 강경파 반란으로 해임된 이후 스컬리스 원내대표까지 후보 사퇴를 표명하면서 초유의 하원의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P 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스컬리스 대표는 이날 저녁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공화당 의원들에게 이 같은 의사를 밝혔다.
공화당이 스컬리스 대표를 공화당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했지만, 당내 강경파 의원이 이에 반기를 들면서 혼란이 이어진 끝에 나온 결정이다.
공화당 내분에 차기 의장 선출을 둘러싼 혼란은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컬리스 대표는 사퇴 표명 후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며 자신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직함을 얻으려고 의회에 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나라는 우리가 다시 뭉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일부 의원들은 '자신만의 의제'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하원에는 의장이 필요하며 우리는 하원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며 "그러나 분명 모든 사람이 거기 있는 것은 아니며 해결해야 할 분열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앞서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전날부터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전에 들어갔지만 하원 공화당 의원 221명 가운데 대략 20명 가량이 스컬리스 원내대표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고 미국 CNN방송은 이날 보도했다.
의회 전문 매체인 더힐은 공화당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코커스 소속인 로렌 보버트(콜로라도) 의원을 포함해 밥 굿(버지니아), 마조리 테일러 그린(조지아) 등 15명의 의원이 본회의 표결 때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스컬리스 원내대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힌 의원들은 4명, 아무 의견을 밝히지 않은 의원을 1명으로 더힐은 각각 집계했다.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려면 하원 전체 의원수(433명) 과반인 217표가 필요하다. 공화당 의원 중 5명만 이탈해도 하원의장 당선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울 수 없다.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11일 공화당 비공개 회의에서 113표를 얻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을 제치고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조던 법사위원장은 99표를 얻었다.
매카시 전 의장에 이어 하원 공화당 서열 2위인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일찌감치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로 당내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당내 극심한 분열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하루 만에 자진 사퇴했다.
내년 대선 공화당 유력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며 공화당 하원의장 경선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원의장 경선에서 조던 법사위원장을 지지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스컬리스 원내대표의 혈액암 투병을 언급하며 "그런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최근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AP 통신은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주로 조던 법사위원장을 지지하는 의원들로부터 100표 이상을 확보하려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을 받은 많은 강경파 의원들은 스컬리스 원내대표의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새 하원의장 후보로 하원 공화당 지도부를 포함해 여러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뚜렷한 주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원의장 부재 상태가 길어질 수 있는 만큼 패트릭 맥헨리 의원이 맡고 있는 임시 의장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이날 조던 법사위원장을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차기 하원의장은) 자신과 개인적 이익을 위해 그 일(하원의장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컬리스 원내대표의 후보 사퇴 후 매카시 전 의장은 기자들에게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면서 "그(스컬리스)는 여전히 우리 다수당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WP는 보도했다.
매카시 전 의장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을 피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민주당과 손잡고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을 처리했다. 셧다운은 막았지만 당내 소수 강경파에 의해 해임됐다.
하원의장 공백 사태가 지속될 경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원의장 부재 상황이 2주째로 접어들면서 의회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지면서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에 대한 정치적 압박도 더 커질 전망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의 동맹국들이 전쟁 중이고 의회가 (예산안) 지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정부 셧다운이 임박하는 등 여러 위기 속에서 (하원의장 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하원을 발목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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