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노조 파업시위 동참한 바이든 맹공
▶ 서로 선명성 경쟁 속 후보들간 난타전
▶ 크리스티·디샌티스 ‘트럼프 저격수’ 과시
27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빠진 채 7명의 후보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2차 TV 토론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한 공화당 대선 주자 7명이 27일 두 번째 TV 토론에서 격돌했다. 압도적 격차로 선두를 달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에도 불참함으로써 토론은 다소 맥 빠진 가운데 진행됐다. 대신 7명의 주자는 자신이 ‘트럼프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고자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다. 7명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트럼프에 못 미치는 절박한 상황을 의식한 듯 주자들은 상대방의 발언을 계속 자르고 끼어들었고, 사회자의 제지에도 동시에 목소리를 높여 토론이 여러 차례 중단되는 등 난전을 벌였다.
■라마스와미 ‘공동의 표적’
지난달 열린 첫 토론에서 트럼프를 연상시키는 과격한 발언과 ‘트럼프 판박이 정책’을 제시하며 예상외로 관심을 받은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가 이번에도 다른 주자들의 공동 표적이 됐다.
그는 이를 의식한 듯 공화당 내 화합을 강조한 레이건 정신을 언급하며 “이 무대에 있는 이들은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팀 스콧 상원의원은 곧바로 라마스와미가 과거에 운영했던 제약사가 2018년 중국 국영 투자기업과 협력 관계를 발표한 것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대해 라마스와미는 이후 중국의 위험을 인식하고 더 이상 거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주자들은 라마스와미가 중국 공산당과 사업했다고 비판했다.
라마스와미는 미국에서 인기가 많지만 안보 우려가 있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왜 가입했느냐는 질문에 선거에서 이기려면 젊은 미국인들에 다가가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정치) 신인이라서 당신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당신들 눈에는 내가 좀 서두르고, 어쩌면 야망이 있고, 때로는 모든 것을 아는 체하는 젊은이로 보일 텐데 난 모든 것을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너무 화가 난다. 틱톡은 가장 위험한 소셜미디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라며 “난 솔직히 당신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좀 더 바보가 된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마스와미가 해명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헤일리 전 대사는 “우리는 당신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을 구호처럼 반복했다.
■바이든에 한 목소리로 공세
후보들은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노동자 파업 시위에 참여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날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현장 지지방문을 경쟁적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이 파업의 진짜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선명성 대결을 벌였다.
스콧 의원은 “조 바이든은 피켓라인이 아니라 남부국경에 있었어야 했다. 남부국경지역이 안전하지도 않고, (이민자들에게) 휑하니 뚫려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라마스와미는 “UAW 시위대는 워싱턴DC에 와서 백악관 앞에 피켓을 들어야 한다”면서 “그곳(백악관)이 정말로 시위가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바이드노믹스’는 실패했다면서 “바이든은 피켓라인에 속한 게 아니라 실업라인에 속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그린 뉴딜 정책’은 중국에만 좋고, 디트로이트 노동자에게는 나쁜 것이라고 비판했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왜 노동자들이 거기서 시위를 벌이느냐”고 자문한 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도록 바이든이 밀어붙인 지출 때문”이라며 파업의 근본 원인이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에 있다고 지적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워싱턴에 있는 사람들이 무분별한 행동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봉쇄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돈을 차입하고, 찍어내고, 마구 지출해서 지금 여러분들이 모든 것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우크라 놓고 입장차 뚜렷
라마스와미는 우크라이나 지원에서도 “푸틴이 사악한 독재자라고 해서 우크라이나가 선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며 다른 주자들과 각을 세웠다. 헤일리 전 대사는 “러시아의 승리는 중국의 승리”라며 우크라이나 지원 필요성을 강조한 뒤 한때 중국 기업과 협력했던 라마스와미를 향해 “당신이 중국을 좋아한다는 것을 잊었다”라고 꼬집었다.
펜스 전 부통령도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갖게 하면 그건 중국에 대만을 가지라는 청신호”라고 지적했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주지사도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대고 있고, 이란은 러시아에 더 정교한 무기를 공급하며, 이제 북한도 그러고 있다”면서 이 모든 문제가 연결됐는데도 일부 주자가 무대에서 보여준 “순진함”이 놀랍다며 라마스와미를 겨냥했다.
반면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으면서도 “백지 수표를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 트럼프 공세 연대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 비판을 자제해온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토론에서 태세를 전환해 눈길을 끌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 “조 바이든은 어디 있나? 그의 지도력이 완전히 부재하다”면서 “또 누가 부재한지 아느냐? 도널드 트럼프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밤 (토론)무대에 있어야 했다. 그는 재임 기간 국가 채무를 7조8,000억 달러 늘려 우리가 당면한 인플레이션의 발판을 마련한 것을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2위를 기록하며 한때 ‘트럼프 대항마’로 거론된 디샌티스 주지사는 기대만큼 트럼프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하자 최근 트럼프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 트럼프 노선을 견지해온 크리스티 전 주지사도 예외 없이 ‘트럼프 저격수’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는 트럼프가 겁먹어서 토론을 피하려(duck)한다며 “계속 그러면 누구도 당신을 도널드 트럼프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당신을 (디즈니 캐릭터인) ‘도널드 덕’(Donald Duck·‘토론을 회피하는 도널드’라는 의미)이라고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자는 토론 마지막 순서로 각자 종이에 누구를 가장 먼저 탈락시킬지 적으라고 주문했다. 이에 디샌티스 주지사가 “그건 여기 후보들에게 실례가 되는 일”이라고 지적해 무산됐지만, 크리스티 전 주지사 혼자 이름을 적는 모습이 포착됐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토론에 불참해 유권자를 존중하지 않았고, 공화당을 분열시켰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장 먼저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라마스와미는 “트럼프는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앞서 불법이민자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대통령이 되면 불법이민자 자녀의 출생시민권 제도를 없애겠다”며 트럼프와 같은 정책을 내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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