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원합의체, 하드디스크 증거 인정해 징역 8개월·집유 2년 확정
(서울=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확인 경력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상고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최 의원은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피선거권을 상실해 의원직을 잃게 됐다. 2023.9.18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18일(이하 한국시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형이 실효될 때까지 피선거권을 박탈하도록 한 공직선거법과 국회법 규정에 따라 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2020년 1월 기소된 최 의원은 상고심까지 3년8개월이 소요되는 동안 임기의 약 80%를 채웠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최 의원에게 이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최 의원은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로 일하던 2017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조원 씨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줘 조씨가 지원한 대학원의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조 전 장관의 주거지 PC에서 나온 하드디스크 등 저장매체 3개에 들어있는 인턴십 확인서와 문자메시지 등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재판 내내 쟁점이 됐다.
이 저장매체들은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씨가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부탁을 받고 숨겼다가 검찰에 임의제출했다.
판례에 따라 저장매체에서 전자정보 등을 탐색·추출할 때는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 최 의원 측은 '실질적 피압수자'인 조 전 장관 부부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으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일관되게 하드디스크 증거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정경심 등은 증거은닉을 교사하면서 이 사건 하드디스크의 지배·관리 및 전자정보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포기하거나 김경록에게 양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참여권이 보장돼야 할 실질적 피압수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정 전 교수가 하드디스크를 김씨에게 건넨 의도에 주목했다. 정 전 교수가 자신과 하드디스크 사이 '외형적 연관성'을 끊을 목적으로 건넨 만큼 하드디스크의 지배·관리처분권을 포기하고 김씨에게 넘기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봤다.
하드디스크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김씨가 보유하게 된 만큼 전자정보 추출·탐색 과정에서 검찰이 참여권을 보장해야 할 사람도 김씨면 충분하다는 취지다.
주심 오경미 대법관과 민유숙·이흥구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남겼다.
세 대법관은 "증거은닉범(김씨)이 증거은닉을 교사받아 보관하던 본범(정 전 교수) 소유·관리의 정보저장매체를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하는 경우, 본범이 그 저장된 전자정보의 탐색·복제·출력 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받지 않을 실질적인 이익을 갖는다고 평가된다면 본범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른바 '참여권 법리'는 형식적 피압수자를 넘어 압수·수색 처분으로 기본권을 침해받는 실질적 당사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으므로 이번 사건에서도 그런 취지가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증거은닉을 부탁한 정 전 교수가 저장매체를 넘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정보의 관리처분권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세 대법관은 "강제처분의 직접적·형식적 당사자인 피의자는 무관정보(피의사실과 무관한 정보)의 임의적 탐색 등을 막을 별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고 정보저장매체의 소유·관리자에게까지 참여권을 보장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은 그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무관정보에 관한 인격적 법익 침해에 대해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보호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에 관해 안철상·노태악·천대엽 대법관은 "본범(정 전 교수)이 증거를 스스로 은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증거은닉범을 교사해 증거은닉 상태를 초래한 것은 정당한 방어권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국가 사법기능을 의도적으로 침해하면서까지 증거이탈의 상태를 스스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형사 절차상 권리인 참여권이나 관리처분권은 그러한 침해행위의 결과 더 이상 본범에 유보돼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 형사사법 이념에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보통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사건을 심리·판결하지만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사건, 혹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거나 판례 변경이 필요한 사건은 대법관 회의를 통해 전원합의체로 넘긴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고 대법관 전원의 2/3 이상이 참여해 심리·판결한다.
통상 법원행정처장을 뺀 대법관 13명이 전원 참여하지만 이번 사건은 김선수 대법관이 사건을 회피해 대법관 12명이 9대3 의견으로 판결했다.
김 대법관과 최 의원은 모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최 의원은 상고심에서 인턴 확인서가 허위가 아니라는 주장도 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의원은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에 "현재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이 내린 결론이니까 존중할 수밖에 없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도 사실"이라며 "무분별한 압수수색 절차와 피해자 인권 보장과 관련한 획기적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헛된 기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의 '입시비리' 사건 2심 재판 등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 부부는 1심에서 최 의원과 마찬가지로 주거지 PC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들 조원 씨도 최 의원 명의 인턴 확인서 등을 대학원 입시에 제출한 공범으로 입건돼 있다. 조씨의 혐의는 조 전 장관의 혐의가 확정될 때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는 이달 24일까지다. 당초 이 사건이 임기 중 마지막 판결로 알려졌으나 김 대법원장은 21일에도 2건의 전원합의체 사건을 선고한다고 대법원이 이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22일 퇴임식을 끝으로 대법원을 떠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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