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관계 돌파구 필요할 때 사용되던 고위급 대화채널
▶ 재가동 11월 APEC 때 샌프란에서 바이든-시진핑 만날지에 관심 집중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선 만난 미중 정상 [로이터=사진제공]
미중 고위급 인사가 최근 전격 회동함에 따라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미중 정상회담 개최가 성사될지 주목된다.
양국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임)이 16∼17일 몰타에서 회동했다고 밝혔다.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각각 양국 정상의 최고위 외교안보 참모이며, 양자간 대화 채널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중관계의 돌파구를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의 전임인 양제츠 전 주임은 2021년 10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비밀리에 회동했고, 그다음 달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간의 첫 화상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이어 설리번과 왕이는 미중이 올해 2월 중국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의 미국 영공 침입 사건을 계기로 '대화없는 갈등기'를 보내고 있던 지난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양국 대화 재개의 물꼬를 텄다.
두 사람 회동 이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줄줄이 중국을 방문해 양국 관계를 '관리' 국면으로 돌려놓은 바 있다.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중국 외사판공실 주임 대화 채널의 무게와 그간 역할, 미중관계의 흐름상 이번에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부장은 양국 관계의 중대 현안, 즉 11월 정상회담을 성사하기 위해 만났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추정이다.
지난 6월 블링컨 장관이 정찰풍선 사태로 4개월여 연기된 중국 방문을 진행해 시 주석 등과 만났을 때만 해도 미중 정상의 두 번째 대면 회담은 가시권에 들어오는 듯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만남을 기대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왔다.
그러나 지난 9∼10일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불참하면서 양국 정상회담은 불발됐다.
이어 오는 19일부터 뉴욕에서 진행될 유엔 총회 고위급 회의에 당초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던 왕이 부장이 불참하는 것으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도되면서 상황은 더욱 미묘하게 돌아갔다.
친강 전 외교부장의 낙마와 리상푸 국방부장의 비위설 등으로 중국 정가가 어수선하고, 중국 경제도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시 주석이 당분간 내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런 만큼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부장의 회동은 오는 11월 APEC 정상회의 때 미중정상회담과 관련한 동력을 다시 살리는 차원의 대화였을 수 있어 보인다.
미중 양국 모두 정상회담을 통해 두 나라 관계를 안정화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내년 재선 도전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도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 속에 대외 관계의 최대 현안인 중국과의 갈등이 내년 11월 대선 전에 재차 심화하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반도체 등 전략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은 지속 추진하되,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서 우발적 군사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군사 부문 핫라인을 확보하는 것 등을 희망하는 모양새였다.
더욱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북러관계 밀착이 포착되면서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시 주석과의 회담 필요성이 더 커진 측면이 있다.
미국 안팎에선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탄약 및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막거나 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의 역할이 있을 뿐만아니라, 동북아에서 한미일 3국 공조에 맞서 북중러 협력체제가 구축되는 것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심상치 않은 경제 상황에 직면한 시 주석 역시 대서방 관계의 핵심인 대미관계를 안정화함으로써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데 집중할 여력을 확보하길 원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미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는 이번 설리번-왕이 회동에 대해 나란히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백악관은 "향후 몇개월 간 미중 간 추가 고위급 접촉(engagement)과 주요 분야 협의를 추진하기로 약속했다(committed)"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 모색과 관련한 '추가 고위급 접촉'은 6월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질 왕이 부장의 미국 방문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총회가 됐든 그 이후가 됐든 블링컨 장관이 연내에 왕이 부장을 미국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2021년 11월 화상회담을 한 데 이어 작년 11월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계기에 첫 대면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이 이번에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난다면 약 1년만에 대좌하는 것이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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