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쿠바에 다녀왔습니다.
중남미 국가들의 근세 역사가 그렇듯이 쿠바도 19세기까지는 스페인의 식민지였다. 1895년 당시 국내에서는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시해당했던 해에 미국은 스페인과 전쟁을 해서 승리한다. 그리고 쿠바, 필리핀, 푸에르토리코를 스페인으로부터 지배권을 차지하게 된다. 대부분의 남미 국가들이 현재까지도 친미정권으로 이어져오고 있는데 반해서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자주적인 노선을 걷고 있다. 이들은 국민들을 볼모로 하면서 미국의 중남미 길들이기 정책과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1959년 쿠바혁명은 미국이 내세운 중사 출신의 친미 바티스타 독재 정권과 부패할 대로 부패한 기업들에 대한 자생적 혁명이었다. 당시 미국에도 드문 컬러 TV가 있을 정도로 심각한 빈부격차 등이 혁명의 동인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혁명가들의 높은 도덕성 때문인지 쿠바의 수도 아바나를 비롯한 도시들의 건물 벽에는 지금도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의 그림들이 벽화로 남아 있었다. 아직도 이 나라에는 ‘무릎을 꿇고 사느니보다 서서 죽기를 원한다.'라는 자존심이 엿보였다. 비록 상대적인 개념이지만 가난하더라도 개인보다는 서로를 위하는 공동체 신념도 강해 보였다. 그걸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여기에서는 일단 논외로 하자.
혁명 당시 그들은 미 기업가들의 쿠바 내 재산을 몰수하고 추방해 버리지만 그 후과(後過)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사유재산은 인정하되 중과세를 하고 있고, 일말의 부패라도 적발이 되면 혹독한 처형을 각오하든지 플로리다 등으로 망명을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오바마는 2번째 당선된 뒤 급속하게 쿠바 수교를 추진한다. 2014년 당시 미 상공회의소 분석에 따르면 양국의 경제적 손실액은 20억 달러(미국 측 13억, 쿠바 측 7억)에 달했다. 그런데 2017년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쿠바의 국내 정치범 및 인권문제와 미국에 적대적인 베네수엘라와의 관계 등을 이유로 계속 관계를 악화 시키더니 임기 마지막 해인 2021년에 기어코 쿠바를 다시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 해 버린다.
이에 대한 대부분의 여론은 전임 오바마의 정책이나 치적은 ‘무조건 반대'로만 하고 있는 후임 트럼프의 열등의식 때문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아바나의 어느 식당에 갔더니 뭔가를 갈망하듯이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방문 시 앉았다는 의자를 식당의 천정에 매달아 놓고 기념하고 있었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세기적인 문호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아바나 저택을 가보고 싶어 하고, 많은 엔터테인먼트와 할리우드 예술인들이 쿠바의 자연들을 화면에 담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행태를 지켜보는 양국의 국민들은 어떤 심정일까, 그런 트럼프가 여전히 차기 대선을 위해 몸을 풀고 있다. 누굴 믿고 그러겠는가, 8.15 기념식 이전에도 한국의 현 집권여당에서는 이전 문재인 정부를 ‘반국가세력' 운운하더니, 무슨 생각이었는지 국경일 기념식에서 또다시 이를 되짚었다.
이에 대해 맞는다고 대답하는 국민들이 30.3%, 아니다는 60.0%다. 또한 경찰제도 발전위원회의 박인환 위원장이 말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생각한다(26.3%). 아니다(76.4% 여론조사 꽃 7/3일 참조)
이 시대에 이런 말을 던진 사람이나, 이런 여론조사를 하는 기관이나, 이런 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역사앞에 숨 쉬는 것조차도 사치라는 생각마저 든다. 민(民)이 스스로 졸(卒)이 못돼서 안달하면 이렇게 된다.
말 많은 역대 정부 민관 합계 대북 지원금의 규모를 보면 이명박(19억 7,645만 달러), 박근혜(3억 3,727만 달러, 2017년 4월 통일부 발표), 문재인(4,525만 달러, 통일부, 통계청 자료 참조)이다. 이 발표대로라면 간첩이라고 하는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전쟁 이야기가 거의 없었다. 돈도 안 들이고 평화를 유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성과는 대단하게 대한민국으로 되돌아왔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문재인 집권 2년 차인 2018년 5월 국정지지도는 79.5%(한국갤럽)였다. 임기말에도 50%를 넘나들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전 정부가 간첩은 물론 반국가세력이 아니라고 답하는 70%의 민(民)들은 졸(卒)이 될 준비가 아직 안 되었거나,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 턱이 없으니 날도 더운데 30%의 졸(卒)로 보는 분들에 취(醉) 한 꽹과리 소리만 더욱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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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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