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회랑 MOU 발표…철도·항만 잇고 파이프라인 설치해 에너지등 교역 촉진
▶ 바이든, 내달 시진핑 주재 일대일로 정상포럼 앞두고 발표… “진짜 빅딜”
인도-중동-유럽 연결 회랑 발표한 인도-유럽-미국 정상 [로이터=사진제공]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맞서 인도-중동-유럽의 철도·항구 등 인프라를 연결하는 구상이 미국 주도로 출범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은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IMEC)' 설립을 위한 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불참(리창 총리가 대리 참석)한 G20 회의 계기에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또 하나의 다국적 이니셔티브를 발족시킨 것이다.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올린 양해각서 전문에 따르면 IMEC는 인도와 걸프 지역을 잇는 동부 회랑과, 걸프 지역과 유럽을 연결하는 북부 회랑으로 구성된다.
IMEC 프로젝트에 포함된 철도가 완공되면 기존의 해상·도로 운송 경로를 보완하는 국가 간 선박-철도 환적 네트워크를 제공함으로써 인도, UAE, 사우디, 요르단, 이스라엘, 유럽 사이의 상품 및 서비스 운송을 원활하게 만든다는 구상이 양해각서에 담겼다.
또 IMEC 참가국들은 철도를 따라 송전·디지털 연결을 위한 케이블과 청정 수소 수출을 위한 파이프라인을 설치한다는 의향도 피력했다. 이를 통해 IMEC는 공급망 안정을 담보하고, 무역 접근성을 높이고, 무역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양해각서는 밝혔다.
참가국들은 회랑을 통해 효율을 높이고 비용은 절감하는 한편 경제적 통합성을 증대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게 될 것이며, 이는 아시아와 유럽, 중동의 변혁적 통합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양해각서는 부연했다.
다만 이번 MOU는 "참가국들이 정치적 약속을 피력한 것으로, 국제법 하의 권리나 의무를 만들지 않는다"며 "참가국들은 앞으로 60일 안에 만나 관련 시간표와 행동 계획을 만들고 공약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과 함께 한 IMEC 발표 행사에서 이번 구상은 아시아와 유럽 대륙의 항구들을 연결하는 "진짜 빅딜"이라며 "더 안정되고 번영한 중동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오늘 우리는 커다란 상호 연결 구상을 출범시킨다"며 "우리는 미래 세대가 큰 꿈을 꿀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구상이 "역사적"이라며 철도 연결만으로도 EU와 인도 간 교역의 속도를 40%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악관은 "이 기념비적 회랑은 두 대륙에 걸친 연결성 강화와 경제적 통합을 통해 경제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유럽과 중동, 아시아 사이의 철도와 항구 연결에 있어 새로운 시대를 이끈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입장에서 이번 구상은 민주주의 진영에 속한 인도와 유럽, 이스라엘에 더해, 중동에서 미국의 입김이 통하는 나라들을 하나로 묶어 중국 주도 '일대일로'에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내달 시진핑 주석이 주재하는 다자 국제회의인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최에 앞서 시 주석의 핵심 대외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를 견제하는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이번 구상은 미국의 영향력 하락과 중국의 영향력 강화가 교차하는 중동에서 자국에 유리한 외교 환경을 만들려는 행보로도 해석된다.
올해 들어 중국이 '앙숙'인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며 중동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수니파 이슬람 맹주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중재에 상당한 외교력을 투입하고 있다.
이번 경제 회랑 구상에 사우디와 이스라엘을 참여시킨 것은 중국의 영향력 확장이 이뤄지고 있는 중동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역학 구도와 안정적 정세를 조성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번 구상이 걸프 지역에서 유럽까지 가는 에너지와 무역 물량의 수송 시간, 비용 등을 줄임으로써 세계 무역에서 중동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측은 바이든 대통령의 내년 재선 도전에 활용할 대중국 견제 관련 외교 성과를 만들고, 앞으로 회랑의 완성을 위한 정권 연장 필요성을 부각하는 측면도 의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참가국들이 앞으로 60일 안에 실무그룹을 통해 재원 마련을 포함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과 시간표를 만들면 내년에 실질적인 재원 조달과 건설 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AP통신은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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