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정치인들이 미국민들의 가슴을 계속 조마조마하게 하고 있다. 7월말 정례 기자회견 중 갑자기 얼어붙은 듯 멍하니 서 있었던 미치 매코널(81) 연방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또 다시 같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 달 30일 지역구인 켄터키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이었다. 기자들이 ‘임기가 끝나는 2026년 다시 출마할건가’를 묻자 처음 그는 질문을 못 알아듣더니 다음 순간 멍해졌다. 지난번에는 23초, 이번에는 30초 그는 자신이 어디서 뭘 하던 중이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돌처럼 굳어있었다.
같은 연배인 조 바이든(80) 대통령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4일 노동절, 바이든이 필라델피아의 노조행사장에서 한 연설을 생중계로 들으며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혹시 말실수를 하지 않을까, 넘어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그는 이제 누가 봐도 노인이다. 이번 주 출간된 바이든의 전기 작가, 프랭클린 포에 따르면 바이든은 측근들에게 종종 피로감을 토로한다. 집필을 위해 300번 쯤 대통령을 인터뷰했다는 그는 “만약 연말에 바이든이 재선출마를 취소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좀 놀라기야 하겠지만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팔순 노인에게 가능성 없는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연방 상하원의원들이 여름 휴회를 마치고 워싱턴으로 복귀하면서 정치인들의 고령화 문제가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노쇠한 정치인이 계속 공직에 남아있는 것은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주장들이 힘을 받고 있다. 연방상원의 경우 의원들의 평균연령은 65세, 구성원의 1/4은 70대 이상 노인들이다. ‘가장 호화로운 양로원’이라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원로 정치인들의 비중이 너무 큰 현실에 대해 젊은 세대의 반발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내년 대선 공화당 경선에 나선 니키 헤일리(51) 전 유엔대사는 “75세 이상 정치인은 정신건강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헌법을 고쳐서 70살 이상은 공직을 못 맡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직, 연방의원직 등 선출직에 출마하려면 최저연령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데, 왜 최고연령 제한은 없느냐고 젊은 세대는 지적하기도 한다. 미국이 정치적 고령화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세대교체를 통해 신선한 인물과 아이디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바야흐로 젊은 층 대 노년층, 베이비부머 대 X, Y세대 등 세대 간 대립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에 대한 미국인들의 존경심은 절대적이다. 워싱턴은 독립전쟁 8년 간 대륙군 총사령관으로, 연방정부 수립 후에는 초대 대통령으로 미합중국의 기틀을 잡았다. 그에 대한 지지는 뜨거웠다.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인단이 만장일치로 선출한 대통령은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공화제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없던 당시 국민들은 그를 선출된 국왕으로 여기며 추앙하고 존경했다. 그의 지도력이 탁월하기도 했지만, 그가 보인 절제의 미덕이 대중적 존경의 깊이를 더했다.
워싱턴은 물러나기를 잘 했다. 할 일을 다 했다 싶으면 주저 없이 물러났다. 1783년 파리조약으로 미국의 독립이 승인되자 곧바로 총사령관직에서 물러났고, 1789년 당선되고 1797년 두 번의 임기가 끝나자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임기제한이 없던 만큼 종신 대통령이 된다 해도 문제 될게 없었지만 그는 전격적으로 ‘고별사’를 발표했다. 이후 대통령은 두 번 임기 후 스스로 떠나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었다.
이 전통을 깨트린 것은 민주당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었다. 2차 대전으로 국제정세가 복잡한 와중에 그는 4선에 성공하며 거의 13년간 대통령 직을 수행하다 1945년 뇌출혈로 사망했다. 그의 사후 공화당은 대통령직 임기제한을 추진했다. “누구도 2회 이상 대통령 직에 선출될 수 없다”고 못 박은 수정헌법 22조가 통과되고, 1951년 비준되면서 대통령의 임기는 법적으로 제한되었다.
반면 상하원의원들에 대해서는 임기제한이 없다. 선거에서 이기는 한 하원의원은 2년의 임기, 상원의원은 6년의 임기를 계속 반복할 수 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의원직을 직업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로 여겼다. 아울러 오래 봉직할수록 풍부한 경험과 해박한 지식으로 업무수행에 더 효율적이 될 것이고, 부패나 무능 등 문제가 있는 정치인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걸러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굳이 임기제한 규정을 헌법에 명시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기대수명이 짧고 세상이 단순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정치인들의 나이가 70, 80을 넘고, 연방상원의 경우 보통 수십년씩 연임한다. 정치인들에 대한 나이제한과 임기제한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때가 되었다. 신선한 바람은 어디서나 필요하다.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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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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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일단 당선되면 현직 프리미엄이 있어 계속 해먹게 된다. 정치자금을 두둑히 모아두니 다시 재선이 될 수밖에. 백세시대라 예전에 비해 노익장을 과시하는 경향이 있어 차라리 정치자금 제한법을 강구하면 어떨까? 기울어진 운동장에선 어차피 현직이 절대 유리해 계속 연임을 할테니까
제한 해봐야 마찬가지다.. 소용이ㅡ없다..어차피 다 부패하고 사기친다...젊으면 살인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