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결함·주택 내 사망·이웃 소음’ 등 계약 취소는 물론 법적 책임 질 수 있어
셀러는 매물과 관련,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고 과거 결함 사실도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준 최 객원기자]
고장 난 가전제품을 실수로 작동한다고 알렸다가 주택 구매 계약이 취소될 뻔한 사례가 보고됐다. [로이터]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주택 결함이나 설비 고장이 생기게 마련이다. 수리해서 살면 큰 문제가 없지만 집을 팔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깔끔하게 수리했더라도 집을 구매하는 바이어 측에 결함 사실을 통보할 의무가 있다.
이는 연방 정부는 물론 각 주마다 바이어 보호 차원으로 시행하는 셀러의 매물 정보 공개 의무 규정이다. 이 규정을 어길 경우 주택 매매 계약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법적으로도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셀러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온라인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이 매물 상태 공개와 관련, 셀러가 주의해야 할 점을 정리했다.
◇ 알고 있는 결함 사실 반드시 통보
집을 팔 때 실제 면적보다 넓게 말해 조금 더 비싸게 팔고 싶은 유혹에 빠질 때가 있다. 수년 전에 곰팡이가 피어 수리로 한동안 고생했던 사실은 감춰야 집이 팔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전달하거나 아예 사실을 감추는 셀러로 인한 바이어 피해를 막기 위해 주정부는 물론 연방 정부도 셀러에 의한 매물 정보 공개 의무를 두고 있다.
연방 정부 차원에서 시행되는 대표적인 공개 의무는 납 성분이 포함된 페인트 사용 여부다. 1978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에는 납 성분이 포함된 페인트가 사용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련 사실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이 밖에도 각 주정부에서도 지붕 결함,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지반 결함, 해충 피해, 하수 시설 결함, 토지 경계선 관련 분쟁, 주택 내 사망 사실 등을 반드시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셀러는 이미 파악된 결함이나 피해 사실을 셀러 측에게 반드시 알려야 할 뿐만 아니라 실제와 다른 사실을 전달해서도 안 된다.
◇ 가전제품 잘 작동합니다
매물 상태를 공개할 때 의도치 않은 실수도 조심해야 한다. 한 부동산 에이전트는 셀러가 실수로 잘못된 사실을 공개하는 바람에 거래가 중간에 깨질 뻔했다. 셀러가 매물 정보 공개서에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는 마이크로웨이브가 잘 작동한다는 란에 표시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바이어가 실시한 홈 인스펙션에서 마이크로웨이브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바로 파악돼 분쟁이 시작됐다.
셀러가 실수로 잘못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바이어의 상한 기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혹시 다른 사항도 허위로 공개하지 않았을까’라는 바이어의 의심이 시작된 것이다. 셀러가 고장 난 마이크로웨이브 수리비를 크레딧으로 제공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분쟁은 가까스로 마무리됐지만 하마터면 작은 실수로 주택 거래가 무산될 뻔한 사례다.
◇ ‘워크 인’ 옷장, 당연히 있지요.
‘워크 인’(Walk-In) 옷장을 갖춘 주택은 일반 주택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수납공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워크 인 옷장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워크 인 옷장을 강조하려면 그 의미부터 파악해야 한다. 일반 옷장을 워크 인 옷장으로 설명했다가 과장 또는 허위 공개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워크 인 옷장은 말 그대로 사람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옷장 및 수납 공간을 의미한다. 적어도 한 사람이 들어가서 옷을 걸고 갈아입을 만한 공간이 있어야 하고 대개 여닫이문이 설치된다. 그런데 미닫이문이 설치된 일반 옷장을 워크 인 옷장으로 공개하면 바이어가 집을 보러 와서 바로 사실이 아니라는 것으로 알게 된다. 셀러의 의도와 상관없이 바이어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행위로 이런 경우에는 주택 구매 계약이 체결되기 힘들다.
◇ 조용한 동네입니다.
집을 살 때 주위 환경이 주택 조건만큼 중요하다. 옆집에 어떤 사람이 사느냐에 따라 쾌적한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 주택 가치까지 좌우된다. 가주의 경우 주택 매물 정보 공개서에 이웃(환경)에 대한 항목을 별도로 두고 셀러로 하여금 자세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정보 공개서에 이웃과 관련해서는 소음 또는 소란 행위가 있는지에 대해 표시하는 항목을 두고 있다. 동네 환경과 관련해서는 교통 혼잡 상황, 비행기 또는 기차에 의한 소음, 악취나 쓰레기 소각장 여부 등 자세한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약 45%에 달하는 셀러가 이웃과 관련된 사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를 안고 있다.
매물 공개서에 포함되지 않은 동네 안전 관련된 내용도 사실대로 공개하는 것이 좋다. ‘동네 어때요?’란 바이어의 질문에 대부분 셀러가 ‘안전하고 살기 좋아요’라고 대답하기 쉽다. 지역 안전성은 집을 보러 가서 확인하기 힘들지만 인터넷을 검색하면 쉽게 확인되는 정보다. 관할 경찰국을 통해서도 범죄율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알고 있는 사실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이 집을 파는 데 도움이 된다.
◇ 리모델링요? 물론 실시했죠.
셀러가 자주 하는 ‘거짓말’ 중 하나가 바로 리모델링과 관련된 사항이다. 리모델링 비용을 부풀려 말하는 행위가 가장 흔하고 적절한 허가 없이 실시한 리모델링을 숨기는 셀러도 종종 있다. 리모델링을 실시하면 살기도 편하고 주택 가치도 상승하기 때문에 집을 팔 때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일부 리모델링은 관할 시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실시할 수 있다. 무허가 리모델링 사실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홈 인스펙션을 통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시 건축 담당 부서를 통해서도 공사 허가 발급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허가 없이 실시한 공사는 사실대로 공개하는 것이 좋다.
무허가 리모델링 사실이 바이어에 의해 확인되면 구매 계약 취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로부터 재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까다롭고 자칫 재공사를 실시해야 할 위험이 커 계약을 취소하려는 바이어가 많다. 리모델링 비용을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전주인이 실시한 공사를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거짓말하면 매물 상태 공개 절차에서 들통나기 쉽다.
◇ 우리 집에 소중한 추억만 있어요.
주택 상태뿐만 아니라 집에서 일어난 ‘사건’도 공개 대상에 포함된다. 일부 사건은 주택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바이어가 주택을 구입하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다. 가주에서는 대표적으로 주택 내 사망 사실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에이즈로 불리는 HIV 바이러스에 의한 사망을 제외한 과거 3년간 주택 내에서 사망 사실이 있다면 공개서를 통해 공개해야 한다. 최근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은데 과거 또는 현재 애완동물 보유 여부도 공개 대상이다. 애완동물에 의한 냄새나 건물 피해도 공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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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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