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번호 2313827’로 전직대통령 최초로 도널드 트럼프가 머그샷(Mugshot)을 찍었다.
지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관련 혐의로 형사기소된 트럼프는 8월24일 오후 7시30분께 조지아주 검찰에 출두, 구치소에 일시 수감되어 첫 머그샷을 찍고 보석금 20만달러를 내고 20여분 만에 석방되었다.
이마를 찌푸린 채 성난 표정으로 정면을 노려보는 이 머그샷이 곧바로 전세계로 퍼져 망신살이 뻗치는가 했더니 트럼프선거운동캠프는 이 머그샷이 새겨진 티셔츠, 컵 등 머그샷 굿즈를 팔았다. 그래서 4번째 기소 후 머그샷까지 찍는 과정에서 700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단숨에 모금했다.
머그샷은 범인을 식별하기 위해 경찰서 유치장이나 구치소, 교도소에 구금하는 과정에서 이름표나 수인번화를 들고 정면과 측면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말한다.
정식명칭은 경찰 사진(Police photograph)으로 이 단어는 18세기에 얼굴의 은어인 머그(Mug)에서 유래했다. 즉, 머그는 ‘상판대기, 낯짝’의 속된 뜻을 지녔다.
공개정보로 분류한 정보자유법에 따라 미국은 범죄 종류, 피의자 국적과 상관없이 경찰에 체포될 경우 그 샷을 촬영 공개한다.
얼핏 듣기에 머그샷은 큰 손잡이가 있는 커다란 잔에 가득 담긴 김 오르는 커피 한 잔이 떠오르지만 사실은 감옥행 사진으로 다소 무서운 단어이다.
그리고, 얼마 전 월북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 송환 문제를 앤드루 해리슨 유엔군 사령부 부사령관이 ‘핑크폰’을 통해 북한과 대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앙징맞게 사랑스러운 늬앙스와 달리 핑크폰은 판문점 경비구역(JSA)내에서 유엔군 사령부와 북한군이 소통하는 직통전화기를 말한다. 지난해 유엔군 사령부는 핑크폰을 이용해 98건의 통지문을 북한에 전달했다.
판문점 남측 구역 건물에 위치한 대북직통전화 핑크폰은 2002년 설치되어 하루 2번, 오전 9시30분과 오후 3시30분 업무개시와 업무 마감을 알리며 하루 두번 통화, 기기의 정상작동 여부를 점검한다고 한다. 2013년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며 북측에 의해 끊겼다가 2018년 7월 남북화해 분위기 속에 복구되었다.
자칫 잘못되면 전쟁도 불러올 수 있는 전화기 이름이 왜 하필 핑크폰일까? 요즘 보기드물게 줄이 달린 송수화기에 번호의 버튼을 누르는 구식 전화기 색깔이 연한 분홍색이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무 의미없다.
또한 ‘리틀보이(Little Boy)’, ‘패트맨(Fat Man)’ 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지닌 사물이 있다.
리틀보이는 1945년 8월6일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 폭탄에 부여된 코드 명이다.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보이로 인해 폭심지에서 12킬로미터 범위내 8만 명이 8월6일 당일 사망했고 1945년 12월까지 추가로 6만 명이 사망해 사망자수는 14만 명(히로시마시 인구 약 34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패트맨은 8월9일 나가사키에 투여되어 7만명이 사망했다.(나가사키 인구 약 24만 명)
막대 모양의 리틀보이(꼬마)와 공 모양의 패트맨(뚱뚱이)은 루즈벨트와 처칠의 별명이기도 했다. 당시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원자폭탄의 아버지)의 학생이었던 로버트 서버가 핵폭탄 설계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폭탄의 모양에 따라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삼라만상에는 다 이름이 있다. 스스로 이름을 짓기 보다는 사람들이 지어서 불러준다.
아기가 태어나면 평생 불릴 이름이므로 발음, 뜻, 느낌, 사주상 부족한 오행(五行)을 보완하여야 한다. 상품의 이름은 세련되고 친숙하며 재밌거나 사랑스럽고 함축적이어야 소비자의 머리에 잘 인식된다.
리틀보이나 패트맨은 공포와 두려움의 존재를 일부러 가볍게 지어 부담감 없게 받아들이려는 건지. 아니면 오히려 쉽게 가까이 다가오게 만들어 공포감을 극대화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금방 되게,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지었을 것이다.
머그샷을 비롯한 단순하고 쉬워 금방 기억하게 하는 이름들이 실로 엄청나게 무서운 존재라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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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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