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수익 약속하고 신뢰 쌓은 뒤 투자금 모집, ‘커뮤니티·인종·교인’ 등 대상 ‘동호회’ 수법
▶ ‘경제 시스템 불리하다’ 믿는 흑인 피해 심해…SEC,‘헥스, 펄스체인, 펄스엑스’ 피해 접수
범죄 세계가 폭염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각종 사기 범죄자들이 조사를 받는 가운데 일부는 기소되고 일부는 유죄를 선고받는 그야말로‘사기꾼이 판치는 여름’이다. 연방 규제 기관, 주 검찰총장, 연방수사국(FBI) 등의 수사를 통해 피라미드, 폰지 사기꾼들이 수만명의 투자자에게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입힌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주 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는‘헥스’(Hex) 암호화폐 토큰 창시자로 리처드 허트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리처드 슐러를 기소했다. 슐러는 미등록 암호화폐 제공을 미끼로 1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불법적으로 모금했으며 이중 약 1,210만달러를 호화 물품 구매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슐러는 투자자의 자금으로 고급 스포츠카, 10만~100만달러를 호가하는 롤렉스 시계, 555캐럿 블랙 다이아몬드 등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SEC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연간 약 38%에 해당하는 수익을 헥스 토큰으로 제공받기로 약속받았다. SEC는 웹사이트(sec.gov/tcr)를 통해 헥스, ‘펄스체인’(PulseChain), ‘펄스엑스’(PulseX) 투자 피해를 접수 받고 있다.
지난 7월 DJ ASAP으로 잘 알려진 말론 무어와 그의 부인 라숀다는 아칸소 주검찰국으로부터 1,08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들 부부는 주 관리기금을 통해 판결액을 납부해야 하며 이 금액은 다단계 사기 피해를 입은 전국 약 8,000명의 소비자에게 환급될 예정이다.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아칸소주는 이들 부부를 다단계 마케팅 사업에서 영구히 제외하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흑인으로 알려진 무어 부부는 흑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자손손 부를 쌓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접근했다. 그리고 이른바 ‘축복 클럽’(Blessing Loom)에 가입하면 무려 800%의 수익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들 부부의 투자 권유는 피라미드 사기의 일종으로 밝혀졌다.
아이티 출신으로 뉴욕에 거주하는 에디 알렉상드르는 주로 흑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2억6,250만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모금했다. 그는 자신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암호화폐와 외환 독점 거래 시스템 ‘에미니FX’(EminiFX)를 앞세워 투자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그가 개발했다는 거래 시스템은 투자 클럽 가입자들의 계좌에 매주 5%의 수익을 허위로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FBI가 입수한 사진을 보면 에미니FX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5%~9.98% 수익률 약속!!!’이란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이 나온다. 지난 2월 알렉상드르는 상품 사기 혐의를 인정했고 9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원 지정 자산 관리 업체는 알렉상드르가 투자금의 대부분을 투자에 사용하지 않고 대신 15만5,000달러짜리 BMW 차량을 구입하는 등 개인 사치 생활에 썼다고 법원에 보고했다.
자사 관리 업체는 6월 말까지 이자와 수수료 비용을 포함한 1억5,370만달러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에미니FX 투자자들은 자산 관리 업체 웹사이트(eminifxreceivership.com)에서 보상 절차 업데이트를 확인할 수 있다.
당국은 현재까지 에미니FX에 투자한 사람이 약 2만5,000명 있는 것으로 확인했는데 실제 투자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일련의 투자 사기와 법 집행 절차 사례를 통해 배울 점이 있다. 이들 사기 행위를 잘 살펴보면 특정 커뮤니티 또는 인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이른바 ‘동호회 사기’(Affinity Fraud)라고 부른다.
워싱턴포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공동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1명은 지난 3년간 사기 피해를 입었고 5명 중 1명은 주변에서 사기 피해를 입은 사람을 알고 있었다. 대부분 피해자의 피해 금액은 100달러 정도였고 1,000달러~5,000달러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약 22%, 피해 금액이 5,000달러 이상인 피해자도 11%였다.
인종 간 사기 피해 유형과 피해 금액에 큰 차이는 없었지만 유독 흑인 피해자 그룹에서만 나타난 차이점이 몇 가지 있었다. 저소득층 흑인일수록 사기 피해를 당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연 소득 5만달러 미만인 흑인 가구 중 약 15%가 금융 사기 피해 경험이 있었고 연 소득 5만~10만달러, 10만달러 이상인 흑인 가구 중 사기 피해 비율은 각각 약 10%와 약 7%로 낮았다.
흑인들이 특정 그룹 구성원을 노리는 동호회 사기에 취약한 이유가 있다. 미국 경제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질문에 흑인의 81%는 (경제 시스템이) 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답했다. 흑인 사이에는 그들의 중간 소득이 평생 백인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51%의 흑인은 소득 격차 줄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고 33%는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생각했다.
연방 센서스국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백인 가구의 중간 소득은 7만7,999달러인 반면 흑인 가구 중간 소득은 4만8,297달러로 현저히 낮았다. 흑인 사기꾼들은 흑인들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열망이 높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간파하고 있다. 또 그들은 미국의 체계적인 인종차별 역사를 잘 알고 있고 이를 이용해 매우 악랄한 사기 범죄 행위를 벌이고 있다.
사기 범죄의 첫 번째 신호는 믿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익을 약속하고 보장하는 행위다. 그런 다음 피해자의 인맥과 관계가 있다는 말로 신뢰를 유도하는 행위가 뒤따른다. 사기꾼의 세계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기꾼이 있다.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유형이 첫 번째다. 그들은 소셜 미디어 영상, 개인 이메일, 온라인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피해자를 물색하고 파악한다. 순진하면서도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이들의 ‘먹잇감’이다.
두 번째 유형은 평소 알고 있는 이른바 친밀한 사기꾼이다. 이들은 피해자의 지인을 알고 있고 피해자와 함께 찬양하며 피해자의 재정 축복을 위해 기도하는 악마와 같은 사기꾼 유형이다.
데미언 윌리엄서 뉴욕 남부지부 검사는 “가장 질이 나쁜 유형인 알렉상드르는 그의 교회와 아이티 커뮤니티 내에서 그의 지위를 신뢰하는 많은 투자자들 모집했다. 모집된 교인들로 하여금 에미니FX 투자자를 모집하도록 지시하기까지 했다”라고 밝혔다. 사기꾼이란 단어 ‘CON ARTIS’T에서 ‘CON’은 ‘신뢰’(CONFIDENCE)를 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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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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