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세대 아이돌, 가요계 주축으로 고속 성장
▶ 기획사, ‘부익부 빈익빈’…역주행으로 반전 노리기도
그룹 제로베이스원이 10일(한국시간)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데뷔 앨범 ‘유스 인 더 셰이드’(YOUTH IN THE SHADE) 발매 기념 쇼케이스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데뷔와 동시에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4세대 신인 아이돌 그룹이 가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기획사의 팬덤과 자본력을 등에 업고 초고속 성장하는 신인 그룹들이 늘어난 만큼 기획사 규모에 따른 가요계의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4세대 그룹, 선배들 '성공 방정식' 따라 고속 성장
2010년대 후반 이후 등장한 4세대 아이돌 그룹은 수년 사이 가요계의 주축으로 성장하며 빠른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18일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월간 차트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청취자들이 가장 많이 들은 상위 20위의 곡 중 데뷔 3년 차 이내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12곡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몇 주째 1위를 지키고 있는 뉴진스의 '슈퍼 샤이'를 비롯해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피프티 피프티 등 1~3년 차 그룹이 차트를 점령한 것이다.
올해 7월 데뷔한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은 데뷔 음반으로 발매 첫날 124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K팝 그룹 사상 최초로 데뷔 첫날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달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른 뉴진스는 선배인 블랙핑크가 데뷔 6년 만에 써낸 이 기록을 데뷔 1년 만에 초고속으로 뒤를 잇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신인 그룹의 고속 성장이 가능해진 것은 앞선 그룹들의 활약으로 K팝 시장의 저변이 안정적으로 다져지고 노하우가 축적된 결과로 보인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이라는 월드 스타를 키워낸 기획사 하이브는 여러 중소 기획사를 산하 레이블로 인수하거나 새로 설립해 자본과 노하우를 지원하는 '레이블 체제'로 이 같은 대형 신인 배출에 앞장서고 있다.
데뷔 직후부터 '신드롬'급 인기를 끈 뉴진스의 성공은 하이브의 자본력과 소녀시대, 에프엑스, 레드벨벳 등의 콘셉트 제작에 참여해 온 민희진 어도어 대표 이사의 노하우가 모인 결과라는 평을 받는다.
하이브는 또 그룹 여자친구를 배출한 중소 기획사 쏘스뮤직을 인수해 지난해 르세라핌을 성공적으로 데뷔시켰으며, 래퍼 지코가 소속된 KOZ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를 올해 선보이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도 이와 유사한 멀티 제작센터와 레이블 체계를 도입할 계획을 밝히면서 이와 같은 레이블 체제는 가요계에 더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BTS, 블랙핑크의 성공 이후 K팝의 저변과 팬덤이 안정적으로 확보된 덕분에 신인 아이돌 그룹도 데뷔했을 때 일종의 성공 방정식을 따라 기대 이상의 성과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하이브의 경우 효율적인 제작 시스템을 어느 정도 갖춰두고 이를 외부 기획사나 인재들을 영입해 적용하며 기회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 불붙은 신인 경쟁에 가요계 '부익부 빈익빈' 심화
하반기에도 하이브, SM, YG 등을 중심으로 대형 신인들이 잇달아 가요계에 데뷔하며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다만 기획사의 초기 투자와 인지도가 큰 영향을 미치는 '신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획사의 규모에 따른 성과 격차도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써클차트에서 집계한 올해 상반기 국내 판매량 상위 100위 앨범 판매량 중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앨범 판매량 점유율이 절반에 가까운 46.2%를 차지한 것은 이런 양극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뉴진스는 최근 발매한 미니 2집 '겟 업'의 수록곡 전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아낌없는 지원 속에 앨범 첫 주 판매량(이른바 초동) 165만장으로 1년 전 데뷔 앨범(31만장)과 비교해 무려 5배가 넘는 급성장을 이뤄냈다.
반면 비슷한 시기 데뷔한 중소 기획사 그룹 하이키와 아일리원의 초동 판매량은 아직 1만장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달 데뷔하는 YG의 신인 그룹 베이비몬스터와 SM의 라이즈는 연습생 시절부터 SNS 팔로워 수십만명에 달하는 팬덤을 거느리며 데뷔와 동시에 스타덤에 오르는 것도 가능해졌으나, 인지도나 홍보 마케팅 여력이 부족한 중소 기획사의 신인에게 이런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신인 그룹에 기대하는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져 준비도 치열해졌다"며 "일반적인 음악 방송 준비뿐 아니라 자체 콘텐츠 촬영이나 SNS 관리, 행사 기획 등으로 준비 기간과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SNS나 경연 프로그램 등을 통한 화제 몰이로 차트 역주행을 꾀하며 '중소돌의 기적'을 노리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첫 미니 음반 타이틀곡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로 음원 차트를 역주행하며 화제가 된 그룹 하이키의 멤버 휘서는 최근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 '퀸덤 퍼즐'에 출연하며 실력 알리기에 나섰다.
이에 대해 정 평론가는 "미디어 환경이 다양해지고 개인화되면서 그 안에서 의외의 반응과 다양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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