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서 천문학적 투자 발생…바이든 “경제 성장의 가장 큰 동력”
▶ 중국은 경기침체 속 외국 자금 ‘외면’… ‘中 대체’ 인도로는 투자 몰려
미국 정부가 야심 차게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 1주년을 맞으면서 미국·인도 그리고 중국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물가 대응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도입한 이 법이 궤도에 오르면서 미국은 세계의 자금을 빨아들였고 중국은 외국투자자로부터 외면당했다.
이 과정에서 인도가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투자 수혜를 누렸다.
◇ 미소짓는 미국…300조원 투자 프로젝트 유치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IRA와 반도체법이 발효된 후 미국에서 최소 2천240억달러(약 300조5천억원) 규모의 관련 투자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이런 투자를 통해 기업들은 10만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6일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해 7천400억 달러(약 992조원)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 IRA에 서명했다.
지난해 같은 달 시행된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에 총 520억달러(약 69조8천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미국청정전력협회(ACP)가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도 IRA 입법 후 태양광 관련 사업 52개 등 83개 사업의 미국 내 투자가 이뤄졌고 투자액은 지난 1년간 2천700억달러(약 362조3천억원)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IRA와 반도체법으로 미국에서만 제조업 분야에서 2천300억달러(약 308조6천억원) 규모의 투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투자 규모는 매체와 조사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미국이 IRA 시행을 통해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쓸어 담았다는 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는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IRA 시행 1주년 백악관 행사에서 "이 법은 미국의 일자리 및 경제 성장의 가장 큰 동력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수년간 중국은 청정에너지 관련 공급망을 장악했다"면서 "더는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여기에서 만들어서 그 상품을 해외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 미 견제에 중국 경제 위축…최근엔 부동산 업계 위기
중국의 경제 상황은 지난 1년간 크게 위축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의 견제를 받아온 중국은 IRA와 함께 첨단 기술 관련 수출 통제와 투자 제한 등 연타를 맞았다.
와중에 부동산 업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까지 고조됐다
지난달 중국의 수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14.5% 줄어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중국 경제는 침체 속에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대형은행 JP모건체이스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6.4%에서 4.8%로 낮췄다.
이처럼 중국 경제가 불안해지자 외국인도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다.
중국에 들어온 신규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를 나타내는 직접투자 채무액의 경우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외환관리국 통계에 따르면 2분기 직접투자 채무액은 49억달러(약 6조5천700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87%나 감소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로디엄그룹도 중국 내 1분기 FDI가 200억달러(약 26조8천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 '세계의 공장' 중국 위협하는 인도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는 가운데 또 다른 인구 대국 인도의 경제는 상승세다.
중국에서 발을 빼거나 중국 투자에 불안을 느낀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인도에 공장을 짓겠다고 밝히면서다.
애플은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4에 이어 올해 신작인 아이폰15도 인도에서 생산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애플은 2017년 대만의 애플 협력업체인 위스트론과 폭스콘을 통해 인도에서 생산을 시작했지만 대부분 아이폰 구형 모델이나 저가 모델이었다.
폭스콘도 최근 인도에 5억달러(약 6천700억원)를 투자해 부품공장 2곳을 지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수년에 걸쳐 인도에 4억달러(약 5천400억원)를 투자해 엔지니어링 센터 등을 구축하겠다고 밝혔고, 반도체 제조업체 마이크론도 8억2천500만 달러(약 1조1천억원) 투자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미국 반도체기업 AMD도 지난달 말 인도 시장에 4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현대차도 과거 제너럴모터스(GM) 인도법인이 운영하던 인도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하기로 한 상태다.
현대차 인도아중동대권역장 김언수 부사장은 "2025년 탈레가온 공장 본격 가동을 시작으로 인도 자동차 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최첨단 제조 허브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인도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6.4%, 6.7%로 전망했다. 이는 주요 경제 강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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