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중산층의 조건
▶ 실제는 6.3억, 624만원, 314만원…중산층 평균과 부동산·비 괴리
2022년 조사 중산층의 45.6%가 스스로 중산층이 아니라고 생각, 부동산 규모·거주환경이 큰 영향
10명 중 7명이 ‘은퇴후 추락 걱정’, 주관적 빈곤·심리적 박탈감 많아
귀하는 중산층이십니까? 먼저 중산층의 정의를 살펴보면, 경제적·사회문화적 수준이 중간 정도 되며 스스로 중산층 의식이 있는 사회집단을 일컫는 말로 정의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쉽지 않으며 분류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컨대 서구사회에서는 중산층에 대해 경제적 기준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기준을 중시하기도 합니다. 프랑스에서는‘남들과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실력’, 영국에서는‘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이 대처할 것’, 미국에서는‘사회적 약자를 도와야 할 것’ 등을‘중산층’으로 인정하는 주요 기준으로 삼습니다. 물론 이 같은 기준을 모든 나라에 일방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요.
그래서 국내 통계청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중위소득의 75~200% 해당 가구를 기준으로 중산층의 현황을 분석했습니다. 중위소득이란 가구소득을 일렬로 세웠을 때 정 가운데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을 의미하는데요. 전체를 100가구라고 가정했을 때 소득 순으로 50번째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이 바로 중위소득이 됩니다. 여기서 가구원 수는 가구마다 다르기 때문에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가구원 수를 반영한 균등화 중위소득(가구소득을 가구원 수의 제곱근으로 나눈 값)을 구해서 적용합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4인 가구의 균등화 중위소득은 월 512만 원(2023년 540만 원, 설문조사 시점을 고려해 2022년 통계 사용)입니다. 결과적으로 4인 가구가 중산층에 들기 위해서는 월 384만 원(중위소득의 75%)과 1,024만 원(중위소득의 200%) 사이의 가구소득이 필요조건이 되는 셈입니다.
100세시대연구소는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한 ‘중산층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데, 첫 발간(2015년 12월) 당시부터 세간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소수 자산가들을 다룬 기존의 ‘부자보고서’와는 달리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내용이다 보니 자기 자신의 이야기로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재무적인 현황은 통계청에서 제공되는 통계를 분석해도 충분하지만, 사실 궁금한 것은 중산층의 인식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최근(2022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중산층의 절반에 가까운 45.6%가 스스로를 중산층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실제 중산층의 기준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중산층 기준과의 괴리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좀 더 문제가 있다고 보이는 점은 은퇴 이후 중산층 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10명 중 7명꼴(69.1%)로 나타났다는 결과입니다.
수치적인 중산층의 노후준비 수준은 85점으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고,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는 비율도 60%(59.8%)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는 굉장히 위축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한편으로는 3층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중산층은 21.8%로 낮은 수준이며, 연금자산의 부족금액도 100세 기준으로는 3억 원이 훌쩍 넘고 있어 실질적인 노후준비가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지금부터 중산층의 실제 현황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중산층의 재무적 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주요 항목들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먼저 중산층 대상 설문조사에서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이 686만 원은 돼야 중산층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는 실제 중산층 4인 가구의 평균소득 월 624만 원보다 조금 많지만 중위소득 75~200%(384만~1,024만 원) 구간에 해당하는 금액이기도 합니다.
소득이 계층을 구분하는 주요 요인인데, 소득 측면에서는 중산층의 이상과 현실에 큰 괴리가 없어 보입니다. 반면 삶의 질과 연결되는 소비수준이 중산층의 인식에 더 많이 작용할 것 같습니다. 소비수준을 놓고 보면 월 427만 원의 소비를 할 수 있어야 중산층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가구 소득상위 9.4%의 소비수준으로, 실제 4인 가구 중산층의 평균 생활비(월 314만 원)보다 100만 원 넘게 많은 금액입니다. 소비측면으로 분석해보면 소득상위 10% 정도의 소비수준을 누릴 수 있어야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난 모습입니다.
우리나라 중산층은 원하는 소비수준이 소득수준을 넘지는 않지만 더 많은 금액을 소비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서 중산층의 자산과 부채 측면을 분석해 보면, 4인 가구 기준으로 순자산(총자산-부채)이 9억4,000만 원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산층의 평균 순자산(5억 원)보다 4억4,000만 원 많고, 동일 그룹(4인 가구) 중산층의 순자산(6억3,000만 원)보다 3억 원 이상 높은 결과로 순자산 상위 10.6%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현실은 중산층인데 실제로는 중상층의 모습을 그리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중산층은 소득뿐만이 아니라 순자산을 계층을 나누는 주요 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가구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중산층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동산의 규모는 8억4,000만 원으로 중산층의 실제 현실(3억9,000만 원)보다 4억5,000만 원, 2배 이상 많은 수준입니다.
서울과 같은 주요 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이해되는 결과입니다. 중산층을 나누는 기준으로 소득(70.6%)을 가장 많이 꼽았지만, 다음 기준은 부동산(16.0%)을 꼽는데 심리적으로는 부동산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구경제에서 부동산이 가지는 상징성과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으며, 대다수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과 연결됩니다. 입주 형태별로는 월세인 경우 중산층으로 인식 비율이 24.5%에 불과하나, 전세의 경우 52.6%, 자가의 경우 62.6%로 높아집니다.
안정된 거주환경 또한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데 주요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주 주택별로는 아파트(60%)에 사는 사람들이 단독주택(41.5%) 또는 연립·다세대(41%)에 사는 사람들보다 중산층 인식 비율이 높고, 거주면적이 증가할수록 중산층 계층인식이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25평 이상일 때 중산층 인식비율이 절반을 조금 넘지만(56.4%), 32평 이상일 때 72.3%로 크게 높아지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갈수록 높아지는 중산층의 눈높이
지금까지 기준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중산층의 모습과는 괴리가 크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중산층의 범위가 상당히 넓게 형성되어 있다는 측면에도 원인이 있어 보입니다.
특히 균등화 중위소득 범위에서 실제 하단인 75%에 해당하는 가구는 소득 수준이 낮다 보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중산층의 모습과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국가에서 생계지원 대상자 선정기준으로 삼는 4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324만 원(2023년 기준)인데 4인 가구 중산층 하단에 해당하는 소득 384만 원과 금액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하단부근에 위치한 가구들이 자신들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경제적인 상황에 여유가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을 보았을 때 어느 정도 중산층으로 보이는 모습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이 아니라는 답변이 많은 것은 주관적 빈곤감이나 상대적 박탈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중산층의 눈높이가 높게 형성되고 갈수록 높아짐에 따른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산다는 것, 보통사람에 중간으로 산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중산층의 삶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다음 단계인 부자의 삶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 중산층의 삶을 되돌아보고, 50대 이후 또는 은퇴한 이후에 안정되고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위한 자산관리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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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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