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icone)가 2020년 7월 6일 92세의 일기로 영면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 작곡가이자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모리코네는 공연 음악과 500편 이상의 영화 음악을 작곡한 영화음악 사상 전무후무한 위대한 음악가로 추앙받았다.
그의 영화 음악 중에서 첫 번째로 작곡하고 1968년에 제작된 <석양의 무법자>는 역사상 최고의 사운드트랙으로 명예의 전당에 헌정 되었으며, 1천만 장 이상의 레코드 판매고를 올려서 시작부터 국제적인 스타로 수직으로 부상했다. 모리코네는 스파게티 웨스턴 음악으로 본격적인 서부영화의 전성시대를 열게한 장본인이 되었다.
석양의 무법자의 영화 시작 장면을 회상한다. 휘파람 소리를 연상케 하는 팬플리트 악기의 음악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시골 동네 입구로 정의의 석양의 무법자가 중심가의 주점 앞으로 걸어간다. 그의 앞에 험상궂은 악한이 길을 막고 낭인(클린트 이스트 분)에게 결투를 청한다. 두 사람이 동시에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상대에게 쏜다. 악한이 총상을 입고 땅에 쓰러진다.
내가 고교 2학년 때 감상한 이 영화의 시작 장면에서 긴장과 흥분을 부르는 휘파람 음악 소리가 아직도 나의 기억에 전율하며 선명하게 남아있다.
모리코네의 대표작은 ‘man with a harmonica’, ‘here’s to you’, ‘CHI mai’,와 ‘GABRIEL OBOE’, ‘사랑의 테마, 등이 있다. 모리코네는 영화 음악의 최고의 상인 오스카 상을 수상했다. 그의 수 많은 히트 곡 중에서도 특히 나는 ‘CHI MAI’ 와 ‘GABRIEL OBOE’ 를 좋아한다. chi mai는 테마 음악인 바이올린 독주가 조용히 흐르고, 싱그러운 오보에가 곡을 반복한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감미로운 선율이 흐른다. 새벽길 숲속을 거닐며 앙드레 가뇽의 ‘아리아’를 듣는 것 같은 성스러운 분위기 속으로 빠져든다. 이 곡은 지나간 아름다운 세월을 회상하거나 절망과 슬픈 사연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하고 성찰케 하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선율의 명곡이다.
넬라 판타지아는 영화 ‘MISSION’의 주제가로 아프리카 원주민에게 선교하는 선교사 가브리엘이 자신을 죽이러 온 원주민을 목전에 두고 오보에로 넬라 판타지아를 불러 원주민들을 감복케 하고 원주민들의 영혼을 치유케 해주었다. ‘넬라 판타지아’는 영원과 구원을 갈망하는 인간의 소망이 가득히 담긴 성가와도 같은 불후의 명곡이다.
넬라 판타지아가 발표된 직후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정상의 가수들이 앞다투어 아름다운 곡을 부르기 위해 모리코네에게 간청을 했다. 대표적인 일화의 주인공인 영국 가수인 사라 브라이트만이 이 곡을 받기 위해 모리코네에게 이 곡을 부를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는 간절한 편지를 보냈다. 모리코네는 친절하게 거절했다. 그녀는 이에 포기하지 않고 모리코네가 그녀의 충정을 알 때까지 매 2개월마다 편지를 그에게 보냈다. 1년이 지나서 모리코네는 허락했다.
넬라 판타지아의 유명세는 KBS 2TV의 ‘불후의 명곡’ 편에서 박기영이 이 곡을 불러서 1천만 뷰를 넘겨 430만 뷰를 넘긴 사라 브라이트만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인기가수가 되었다.
KBS 2TV의 다른 프로그램인 신인 가수 등용 경쟁 프로에서도 ‘넬라 판타지아’를 불러 대상을 받은 22세의 최성봉씨의 감동적인 실화도 있었다. 심사위원이 그의 개인 신상에 관한 질문을 했다. “응시 원서에 가족란이 비워 있네요.” “ 네, 저는 고아입니다.” “음악을 어떻게 배웠어요?” “ 껌을 팔기 위해 길을 걷던 중에 전자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넬라 판타지아를 듣고 이 곡이 너무 좋아 매일 그 가게를 지나면서 노래를 듣고 외워서 따라 불렀습니다. 나는 독학으로 초, 중, 고 및 대학 검정 고시를 합격했습니다.”
그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애절하게 부르는 그의 노래는 심사위원과 모든 청중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방송국 홀을 가득 채웠다. 심사위원들은 오페라 프로 가수의 실력에 못지않은 최성봉 씨의 노래에 감탄했다. 최성봉 씨가 최종 우승자가 되었다.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행복은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 자신이 노력해서 나의 행복을 성취하는 것입니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사라 브라이트만이 모리코네의 부음을 듣고 인스타에 추모의 글을 올렸다.
“신의 음성을 듣고 ‘넬라 판타지아’를 만든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성곡을 나에게 베풀어준 엔니오 모리코네 선생님의 은혜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선생님, 사랑해요.”
엔니오 모리코네는 생전의 유언 속에 모든 친지들에게 보내는 작별의 인사를 남겼다.
“나는 영화의 화면이 보여주지 못하는 영화의 중요한 장면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채웠습니다. 저와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 특히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감사드립니다.
당신을 향한 나의 작별 인사가 가장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나는 그의 유언을 듣고 나의 삶을 통해서 남을 위해 무엇을 채워주었는지를 반문해 본다. 소중한 음악으로 우리를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천국으로 떠난 엔니오 모리코네를 기억하며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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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 그린벨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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