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기업이나 업체 명의를 무단으로 도용해 허위 구인광고를 낸 뒤 구직자들로부터 수천달러씩 갈취를 시도하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한인 업체들도 도용 피해를 보고 있어 한인 업주들과 구직 희망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들 사기범들은 고액 연봉 및 채용 혜택 등을 미끼로 구직자들에게 출근을 위해서는 디파짓을 먼저 보내라는 식으로 돈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도용된 한인 업체 구인 광고를 보고 접근하는 한인 구직자들 뿐 아니라 해당 업체도 쏟아지는 문의와 항의 등으로 뒷수습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 업무에 큰 지장을 입는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사기범들은 데이터 입력 담당 등 원격 근무가 가능한 직종에 좋은 조건으로 인력을 구한다는 내용의 채용 광고를 유명 구인 사이트들에 올려놓은 후, 지원자들에게 접근한다. 그럴듯한 채용 절차를 진행 후 합격을 알리며 원격 근무에 필요한 노트북 등 장비 구매를 위해 거액(체크)을 보내준다고 하면서, 이를 위한 보증금을 보내라고 요구한다.
지원자가 돈만 받고 연락이 두절될 것을 염려한다는 이유인데, 결국 보증금만 받고 연락을 끊거나 유효하지 않은 체크를 보낸 후 잠적하는 식이다. 인터뷰 과정에서 민감한 개인정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LA 한인타운에서 활발히 성업 중인 한 한인 프린팅 업체도 최근 이러한 사기에 업체 명의를 도용하는 피해를 입었다. 사기범들이 이 프린팅 업체를 사칭해 허위 구인광고를 올린 것이다.
이를 보고 수백명의 구직자가 해당 광고를 통해 연결되는 연락처가 아닌, 온라인 검색 사이트에서 검색해 본 실제 회사 전화로 확인 차 연락을 해 왔는데, 그 중엔 한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만큼 사기범들에게 직접 연락해 피해를 당한 구직자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일 현재도 각종 구인사이트들에 여전히 이 업체 이름인 ‘성원 프린팅(Sungwon Printing)’을 도용해 올린 채용 광고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광고를 보면 원격 ‘콜센터 수퍼바이저’로 일할 풀타임 직원을 구하며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 이상, 임금은 시간당 25달러90센트를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성원 프린팅’은 현재 인력을 구하고 있지 않고 과거 채용 광고를 올린 적도 없다. 게다가 이 업체는 LA 다운타운에 위치해 있지만 이 허위 구인광고에는 뉴올리언스에 있다고 소개돼 있다.
또 다른 웹사이트에는 이 업체가 원격 ‘데이터 입력 담당자’로 일할 풀타임 직원을 구한다는 내용으로 구인광고가 올라와 있다.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 이상, 임금은 시간당 29.16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업체는 샌디에고에 위치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광고는 모두 사기로 확인됐다.
성원 프린팅의 로버트 도 사장은 “실제 회사 전화로 지난주 2~3일간 매일 100통이 넘는 전화가 와 사기라는 사실을 일일이 알려줬고 이 중엔 한인도 있었다. 소셜미디어와 성원프린팅 공식 웹사이트에 사기라는 것을 알리는 등 수일간 제대로 영업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회사로 이력서까지 보내 온 구직자들이 많은 만큼 실제 피해자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한인 업체 도용 사례가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한인 구직자 피해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 한인 사업주는 “이런 일을 당했을 때 경찰에 신고해 봐야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사기범들은 잘 알고 있어 이러한 사기 행각이 지속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인 관련 사기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크게 증가해 다양한 수법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9만4,129명이 구인 관련 사기를 당했고, 피해액은 총 3억6,7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러한 피해액은 2021년과 비교해 76% 증가한 숫자였다.
인적자원관리협회(SHRM)의 앰버 클레이튼 시니어 디렉터는 ▲온라인에서 회사를 검색해보고 구인광고 및 채용담당자라고 주장하는 이가 공유한 웹사이트가 진짜 해당 회사 웹사이트와 일치하는 지 확인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전화기, 노트북 등 장비를 구입하라고 말하거나 구입해주겠다고 말하는 경우 의심 ▲구인광고 및 채용담당자라고 주장하는 자의 이메일 주소가 실제 회사 웹사이트에 나와있는 이메일과 일치하는 지 확인 ▲상대의 신분 확인이 확실하게 되지 않는 경우 절대로 민감한 정보를 주지 않기 ▲인터뷰는 직접 또는 상대방 얼굴이 보이는 화상으로 하기 등을 조언했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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