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 중국 외교부장의 ‘잠적 미스터리’는 미래의 미-중 관계가 단지 워싱턴의 정책과 (대통령 선거와 같은) 국내 문제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을 것임을 깨우쳐준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불투명하고 염려스런) 중국의 상황도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 절반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바깥에서 보기에 중국은 지난 수십 년 간 종적을 감추었던 마오쩌둥-시대의 정치 스타일로 돌아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친강의 부재를 ‘건강상의 문제’로 둘러댔다. 하지만 그가 권력의 핵심에서 축출된 사실 자체보다는 ‘면직 처리’된 외교부장의 흔적 지우기가 전방위 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조지 오웰은 그의 소설 “1984”에서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고 말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중국의 정치 엘리트층을 인도하는 을씨년스런 금언이다.
베이징의 현 정치체제는 1980년대 중국의 개혁을 단행하면서 덩샤오핑이 채택한 기술관료제와는 거리가 멀다. 덩샤오핑 시대의 정치 시스템은 연령상한제와 고위 공직 연임제한을 둔 다소 모순적인 독재제체였다. 이런 제한 둔 독재체제를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있는가? 이와 대조적으로 오늘날 중국의 통치자가 휘두르는 권력에는 제한이 없다. 중국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이코노미가 이름 붙인 중국의 ‘3차 혁명’은 지금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엘리자베스에 따르면 1차 혁명은 마오쩌둥, 2차 혁명은 덩샤오핑이 주역을 맡았고 현재의 3차 혁명은 시진핑이 주도한다.)
3차 혁명은 단순히 국내정책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진핑은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 중국 공산당을 사회의 정중앙으로 복귀시켰을 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더욱 강력하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시진핑의 공격적인 태도와 정책은 중국 주변국을 들썩이게 만드는 등 세계 전체에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미국도 문제다. 워싱턴은 중국과의 관계를 완벽하게 관리하지 못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양국의 첫 고위관리 급 회의에서 베이징을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등 불필요한 대립각을 세웠다. 이와 함께 워싱턴은 중국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를 그대로 유지했다. (트럼프 관세는 값비싼 실패작이었고.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중국이 아닌 미국인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트럼프는 자신의 실패한 관세 정책으로 손실을 입은 농민들에게 수백억 달러의 추가 보조금을 지불했다. 중국을 상대로 한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핵무기 보유국이며 거부권을 지닌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중국의 지위에도 불구하고 베이징과의 원만한 실무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바이든은 노선을 수정했다. 양국 관계의 악화를 막기 위해 국무장관, 상무장관과 재무장관을 비롯한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잇따라 중국 측 상대와 만나 의견을 나누었다. 앤소니 블링컨 외무장관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로부터 중국과 미국 사이의 원활한 쌍무관계가 복원되길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좁은 마당’과 ‘높은 울타리’라는 비유를 사용해가며 중국과의 기술 공유 제한을 극히 일부의 최첨단 품목에 국한해 적용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또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 조만간 발표될 중국내 투자에 관한 새로운 규정처럼 - 베이징의 반대를 불러올 정책에 대해선 사전 통보를 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외에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이 더욱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할 분야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예를 들어 양국 군사당국의 생산적인 대화를 원한다면서 중국 국방장관에 대한 제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타이완과 같은 첨예한 이슈와 관련해 양국 사이에 오해가 생기지 않으려면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베이징에 대한 제재부터 풀어야 한다.
그러나 공은 중국 측으로 넘어간 상태다. 안타깝게도 현재 중국의 외교정책은 공격성과 호전성으로 특징지어진다. 과거 30년간 이어져 내려온 정책기조와는 완전히 다르다. 시진핑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타이완 주변에서 잦은 군사 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히말라야 국경에서 인도와 충돌을 일으켰고, 호주 정부의 중국 비판 중지를 요구했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의사를 밝히는 한편 미국을 겨냥한 비난이 강도와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같은 정책은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 중국의 주변국들은 베이징의 영향력에 이전에 비해 훨씬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로부터 지원을 받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 필리핀과 인도에 이르는 아시아권 국가들 역시 중국을 밀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은 변할까? 전제적일뿐 아니라 갈수록 닫혀가는 베이징의 정책 결정 시스템이 주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친강의 퇴출 미스터리는 이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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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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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중국이 다 망했는데, 무슨 관계개선??
맨날 글을 써도 늘 민주당 홍보와 트럼프까기로 환장한 자카리아. 사실 중공을 자유진영 많은 나라와 공화당의 반대에도 불구 WTO에 가입시켜 오늘의 중공을 만든 클린턴. NAFTA를 미국에 불리하게 한 후 트럼프가 다시 미국에 유리하게 개정해 USMCA를 만들고. 아무리 중공에 우호적으로 해도 중공은 늘 미국의 등에 칼을 꽂으려고 혈안. 이 양반 관계개선을 바라니 얼마나 순진한가? 이런 것들이 미국의 오피니온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