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가면 오죽헌이 있다. 조선시대 율곡 이이의 주택이 있는 곳이다. 검은 대나무가 집 주변을 둘러 있어서 오죽헌이란 이름이 붙었다. 오죽헌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율곡 이이의 동상이 있고 그 아래 ‘견득사의(見得思義)’, “이득을 보면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고위 관료나 높은 지위에 오르는 지도층 인사가 되면 상대적으로 이득을 볼 기회가 많아 진다. 국가 대사를 결정하고 시행하는 위치에 있으니 일반 국민은 알 수 없고 알아서도 안 되는 고급 정보를 취급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자신의 지위나 권한을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려고 하고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기득권을 확장하려고 한다.‘견득사의’는 이런 지도층의 부정한생각을 경계한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추구하는 것을 부정부패라고 말한다. 부정부패로 당사자는 이득을 취할 지 모르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 안게 된다. 그러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자신들은 일반 국민들보다 나은 상위 1%의 존재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세상에 이보다 더한 속물들이 있을까?
삼권분립은 국가의 권력을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나누어 서로 견제하도록 함으로써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중요한 권력분립의 원칙이다. 여기에 언론은 이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론은 선정적 보도를 통해 국민의 여론을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명정대하고 진실한 보도를 통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는 온갖 궤변으로 가득 찬 거짓 뉴스와 선정적 보도에 노출되어 있다. 어느 것이 진실인 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혼란한 상황에 빠져 있다.
기원전 5세기경 온갖 궤변이 만연하던 그리스 사회를 향해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유명한 말을 하였다. 당시 그리스에는 “지식을 알려 주고 가르치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이들을 가리켜 ‘소피스트’라고 하는데, ‘현자’(賢者) 혹은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들 중에 자신의 지식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진실을 왜곡시키는 ‘궤변론자’들이 등장하여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다. 그런 이들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다.
지금 사람들은 제한적으로 드러난 사실만 놓고 왈가왈부하지만, 말한 당사자는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있다. 사업을 결정하거나 행한 사람도 무엇을 했는지, 왜 그렇게 했는지 본인은 알고 있다. 지금은 권력의 힘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세상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 할 지 모르지만, 실상 자기 자신을 속이는 세상에 둘도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어떻게든 국민을 기만하려는 지도자에게“너는 알고 있지 않느냐?”“네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자기 성찰의 관점에서 “너 자신을 알라”는 말과 같은 뜻을 성경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갈라디아서 6장 7-8절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성경은 사람을 속일 수는 있어도 하나님을 속일 수는 없다고 가르친다. 사람은 권력이나 명예나 재물을 탐할 때 자신을 속이는 일이 일어난다. 그러면서 이것을 능력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능력이 아니라 어리석은 확신에 불과하다. 헛된 것을 의지하고 그것을 능력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 속고 있는 것이다.
고사성어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이 있다. 올바르지 못한 것이 기승을 부리고 이기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올바른 것이 이기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성경에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갈 6:7)는 말도 같은 뜻이다. 콩을 심으면 콩을 거두고 팥을 심으면 팥을 거둔다. 적게 심으면 적게 거두고 많이 심으면 많이 거둔다(고후 9:6) .심고 거두는 때가 있는 것처럼 모든일에는 하나님의 때가 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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