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개월 만에 ‘아웃’ 최단명 외교부장 기록…면직 사유는 공개 안 해
▶ 중화권 매체 “친강 여파 지켜봐야…시스템 안정 위해 베테랑 내세워”
중국이 한 달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친강 외교부장을 면직하고 신임 외교부장에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임명했다.
중국 중앙TV(CCTV)에 따르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5일 오전 제4차 회의를 열어 표결을 거쳐 친 부장을 면직하고 왕 위원을 신임 외교부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이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지 한 달 만이다.
이날 표결에는 전인대 상무위원 170명이 참석했다.
전인대는 친 부장의 면직 사유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날 전인대의 결정에 효력을 부여하는 주석령 8호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인대 회의 결과 발표 후 홈페이지 외교부장 활동 코너에서 친 부장의 사진 등 활동 내역을 모두 삭제한 채 정보 업데이트 중이라는 메시지만 보여주고 있다.
다만 중국 국무원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친강을 국무위원 5명 중 한명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조만간 수정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친 부장은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베트남 외교장관과 러시아 외교차관과 회담한 뒤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7일 그의 상황에 대한 외신기자의 질문에 모른다고 했으나, 나흘 뒤인 지난 11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친 부장의 신체(건강) 원인을 거론하며 그의 상급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친 부장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중병설, 조사설, 불륜설 등 확인되지 않은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다.
중병설은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병에 걸려 별도의 공간에서 치료받고 있다는 설이고, 조사설은 주미 중국대사 재임 시절 문제로 조사받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와 함께 한 방송국 여성 아나운서와 불륜 관계를 이어오다가 최근 드러났다는 설도 제기된 바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까지 친 부장의 소식을 묻는 질문에 "제공할 정보가 없다"라거나 "보충할 소식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여기에 외교부가 매일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친 부장 관련 내용을 삭제하면서 의혹을 키웠다.
친 부장은 중국 당국이 면직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외교부장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쳐 결국 면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친 부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주미 중국대사 재직 중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의 후임으로 외교부장에 임명됐다.
이어 지난 3월 열린 전인대에서 외교부장직을 유지하면서 국무원 최고 지도부인 국무위원으로 한 단계 승격했다.
56세의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것이 초고속 승진의 배경으로 알려졌다.
친 부장은 때로는 경제 보복까지 동원해가며 강경하게 자국의 국익을 관철하는 중국의 이른바 '늑대전사(전랑) 외교'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친 부장은 취임한 지 7개월 만에 면직됨으로써 1949년 현 중국 건립 이후 '최단명 외교부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중국의 외교부장은 제1대 저우언라이 전 총리가 9년 재임한 것을 비롯해 역대 부장들이 최소 2∼3년에서 최대 13년까지 재임해 왔다.
최장수 외교부장은 2대 부장인 천이로 13년을 재임했으며, 첸치천은 10년, 양제츠는 6년간 자리를 지켰고 새로 임명된 왕이도 직전 임기에 9년을 근무했었다.
7개월 만에 외교부장직에 복귀한 왕이 위원은 중국 공산당 서열 24위권인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외교부장을 겸임할 것으로 보인다.
친 부장의 부재가 계속되면서 한때 외교가에서는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과 류젠차오 당 대외연락부장이 그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지만, 중국 최고 지도부는 경험이 풍부한 왕 위원을 다시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만 경제일보는 "중앙정치국 위원 겸 당 외사판공실 주임이 외교부장을 겸임하는 것은 중국의 첫 사례일 것"이라며 "복잡하고 준엄한 외교 환경에 직면한 베이징이 외교 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해 베테랑 외교관을 내세웠다"고 해석했다.
이번 인사 결정으로 중국 외교부장의 부재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친 부장의 면직 원인을 둘러싼 의혹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중앙통신(CNA)은 "왕이 위원이 외교부장에 복귀하면서 인사가 마무리됐지만, 외부에서는 친 부장의 사고 원인에 대한 추측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 여파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중국의 불투명한 정치 시스템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태는 베일에 싸인 중국의 지도부의 투명성과 의사결정 구조를 둘러싼 의혹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전인대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총재도 교체했다.
인민은행 공산당위원회 서기를 겸하는 판궁성 부행장이 신임 인민은행 총재로 임명됐다.
판궁성 신임 총재는 중국 인민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중국공상은행, 농업은행을 거쳐 2012년부터 인민은행 부행장으로 재임해 왔으며, 2015년 말부터 국가외환관리국 당 서기도 겸직해왔다.
이로써 만 65세로 퇴임이 점쳐졌으나 올해 초 깜짝 유임됐던 이강 현 총재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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