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나서 잠도 못 자”…교사들 의기투합해 거리 집회 열기도
▶ 이주호 “학생인권조례 재정비”…학생 지도 가이드라인 마련
▶ 교사 ‘아동학대 면책권’ 부여 등 관련법 개정 추진
21일(한국시간) 서울시교육청 앞에 초등교사들이 보낸 ‘시위 트럭’이 서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신규 교사가 사망한 사건은 경위가 아직 정확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참고 참았던' 교사들의 분노를 표출시킨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수년간 학생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해오면서 정당한 생활지도에도 아동학대 가해자가 될 위험에 노출된 교사들의 현실이 이번 사건을 도화선으로 해 폭발했다는 것이다.
교직사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교육부는 이주호 부총리와 현장 교원들과의 긴급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교육부는 우선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 부총리는 지난 21일(한국시간) 서울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가진 현장 교원과의 간담회에서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실 현장이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 조항 때문에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에 대한 차별로 인식되고 다양한 수업이 어려워지고 있다. 사생활 자유를 지나치게 주장하니 적극적 생활지도가 어려워지고 교사 폭행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도 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학생인권조례는 과거 권위적이고 억압적이었던 학교 문화 속에서 짓밟힌 학생들의 권리를 되찾아줬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체벌' 등을 대신해 교사들이 학생들을 훈육할 정당한 수단이 없어지고 교사들의 권리를 보호할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교권추락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 또한 만만치 않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의 사생활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적극적인 생활지도는 물론 교육적 목적으로 숙제로 내주던 일기 쓰기도 하지 못하게 됐다는 토로도 나온다.
교육부는 교육활동 침해 학생을 즉시 분리하고, 중대한 침해 행위에 대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개정에도 나설 예정이다.
또 지난해 12월 교사의 학생생활지도 권한을 초·중등교육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한 데 이어 지난달 같은 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한편 구체적인 지도 방식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문제 행동을 한 학생에게 뒤로 나가 서 있기, 교무실에서 반성하기, 학부모 상담 등 구체적인 지도 방식이 담길 것으로 교육계는 기대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그동안 교사의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 계류돼 있던 관련 법안 처리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경우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아동복지법상 정서적·신체적 아동 학대, 방임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신고와 관련해 지자체·수사기관 조사 전 담당 교육청의 의견을 청취하는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등 교원 보호 장치를 두도록 했다.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에는 학교폭력 처리 과정에서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교원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교육부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정 필요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이 부총리는 교원 간담회에서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에서의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할 때 학교에서의 교육활동이 보호될 수 있도록 국회 입법 과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교사들의 분노를 하루아침에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0년 차 교사 A씨는 "새벽에 처음 (교사 사망) 기사를 접한 후 화가 나서 아침까지 잠을 못 잤다"며 "동료 교사들끼리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었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교원단체는 기자회견을 잇달아 개최하고, 전날에는 온라인상에서 의기투합한 교사들이 서울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어 교권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서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사망한 교사가 근무한 서초구 초등학교가 낸 입장문에도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교사들이 많다.
교사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논란이 확산하자 학교 측은 해당 교사의 업무가 학교폭력 담당이라던 소문과 달리 교사가 희망한 대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라고 설명했다. 1학년 담임 역시 교사의 지원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1학년은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기피 학년인 데다 나이스 역시 올해 개편될 예정이어서 대부분 교사가 떠맡기 싫어했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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