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연방 대법원의 최근 어퍼머티브 액션 판결에 관한 기사와 글들을 많이 본다. 해당 소송에 직접 관련된 대학교는 하버드대학과 노스캐롤라니아 주립대학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의 모든 대학교에 적용되는 판결이 되었다. 판결과 그에 대응하는 대책에 관한 의견이 분분하다. 본 칼럼에서는 이 소송을 ‘하버드대학 입학 소송’이라고 하겠다.

하버드대학 입학 소송에서 로버츠 대법원장이 쓴 판결문과 소토마이어 대법관이 쓴 소수의견문을 읽어 보면 대법관들 사이에 수정헌법 14조에 나오는 ‘평등권 (Equal Protection)’에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다수의견 대법관들에게는 과정에 차별이 없는 한 결과적으로 인종적 불균형이 발생한다 해도 괜찮다는 입장인 반면 소수의견 대법관들은 그러한 불균형도 차별이며 평등권 위반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소송이 진행되어 오는 지난 몇 년간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는 미국 내 최우수 고등학교 중 하나인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TJ) 입학 사정에 대한 소송도 같이 진행되었었다. 이 TJ 소송에서 지난 5월 연방 제 4 고등법원은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원고 측이 아직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길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TJ 소송이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하버드대학 소송 결과를 주목해 왔다. TJ 소송에서의 주 쟁점이 교육위원회의 입학 사정 정책 변경이 좀 더 많은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의 합격을 유도하기 위한 인종적 차별 시도에 근거한 것인 가였다. 따라서 만일 하버드대학 소송에서 대법원이 인종적 배경을 고려한 입학 사정도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면 TJ 소송은 더 이상 진행할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물론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TJ 입학 사정 정책 변경 배경에 인종적 고려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변경된 정책 어디에도 지원 학생의 인종적 배경을 참고한다는 내용이 없는 게 바로 그 증거라고 한다. 반면 소송을 제기한 측은 서류상 없을 뿐이지 정책 변경 논의 과정과 내용을 살펴보면 인종적 이유가 바닥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대학 소송 판결문에 지원자의 인종적 배경이 고려될 수 있는 부분에 관해 대법원장이 부수적 의견을 피력한 게 있다. 지원자가 에세이에서 자신의 인종적 배경이 준 영향에 대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해당 학생 자신의 고유한 상황에 맞춰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지 같은 인종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 모두를 일률적으로 같이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법원장은 대학교들이 본 판결의 정신을 위배하고 또 다른 방법을 동원해 인종적 배경을 고려하는 편법적 시도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리 일침을 가했다. 그리고 TJ 소송에서 원고 측의 주장이 바로 대법원장이 일침을 가하고 있는 이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원고 측 주장에 따르면 페어팩스 교육위원회의 TJ 입학 사정 정책 변경은 바로 인종적 이유에 의한 것이었고 서류상 인종이 언급 안 된 것은 그게 가져다 줄 수 있는 불법성을 피하기 위해 쓴 편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TJ 소송에서 원고가 대법원에 상고를 하려면 오는 8월 21일까지 청원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모든 상고 청원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연방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선 총 9명의 대법관들 중 최소 4명이 동의해야 하며 수 많은 상고 청원들 중에서도 매우 극소수만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미 TJ 소송 진행 과정 중 한 차례 대법관들이 이 소송에 관여한 적이 있었다. 연방지법의 판결이 고등법원에 항소된 후 고등법원이 지법의 판결을 임시적으로 유보시켰는데 그 고등법원의 유보 결정을 해제해 달라는 원고 측의 긴급 신청에 대해 3명의 대법관들이 동의했었다. 긴급 신청에 3명이 동의했다면 정상 절차인 대법원 상고 신청에 4명이 동의하는 것은 무난하지 않겠나 예견해 본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미 하버드대학 소송에서 민감한 인종 이슈에 대해 지각이 흔들리는 판결을 내린 대법관들이 또 다시 충격을 불어올 수도 있는 TJ 소송 건은 피해가는 ‘정치적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문일룡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