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중 부추기는 겹겹이 규제
▶ 2020년부터 화장품 규제 강화, 작년 수출 5년만에 줄어 36억달러…내년 5월부터 원료 독성평가 요구
일부업체는 중국 제품군 60% 정리, 동남아 등으로 시장 다변화 노려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국 화장품 수출 실적이 5년 만에 감소했다. 중국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2020년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화장품 규제 강화로 국내 기업의 영업 기밀 유출 우려까지 높아지고 있어 국내 화장품 업계의 부담은 어느 때보다 더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여러 국가들이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지만 당장 규제 완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22년 화장품 생산·수입·수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화장품 수출 실적은 약 36억 1176만 달러(4조 7000억 원)로 전년(48억 8171만 달러) 대비 26% 감소했다. 2018년 26억 5616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한 후 증가세를 이어오다 5년 만에 감소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2022년 화장품 전체 수출 실적도 91억 8357만 달러에서 79억 5320만 달러로 13.4% 줄었고 생산 실적도 전년 대비 18.4% 감소한 13조 5908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을 비롯한 국내 화장품 수출 실적이 부진한 것은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와 더불어 중국 정부의 화장품 규제와 자국 제품 선호 추세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미 중국 정부의 개정안이 발표되고 규제가 시행되고 있어 기업들 입장에서는 별다른 대응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시장에서 버티기 위해 기술 유출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공개할 수밖에 없다”며 “신제품 개발에 주력해 다른 업체들과의 차별성을 만드는 게 전부”라고 밝혔다.
또 중국 정부에 화장품 제조 방법 및 원료 배합 등 영업 기밀을 공개하는 것과 함께 원료에 대한 안전성 입증까지 요구되고 있어 기업이 느끼는 부담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내년 5월 시행되는 강화된 안전성 평가 보고서 제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원료의 독성 평가 및 위해 평가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해당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국내 원료는 상당히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아 원료사 선택의 폭이 국내 일부 업체 또는 글로벌 기업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로 인해 원료 가격 협상력이 하락하고 제품 다양성, 시장 경쟁력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5월부터는 원료 하나하나에 대한 안전성을 기업에서 증빙해야 한다”며 “비용적 부담이 많이 들지만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 강화를 앞두고 제조사 측에서는 고객사 제품 납품에 문제가 없도록 국가별 안전성 사례 등을 취합해 자체 안전성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면서도 “원료사들에도 안전성 관련 자료를 사전에 준비하도록 요청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원료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암담한 중국 시장에 대한 비중을 줄이며 동남아 시장 등 수출국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수출국은 163개로 전년 대비 10개국이 증가했다. 특히 한류의 영향으로 베트남(23.4%), 대만(21.1%), 태국(13.2%)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프랑스(5.8%), 캐나다(40.8%) 등 주요 선진국을 비롯해 키르기스스탄(33.2%), 카자흐스탄(11.2%)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도 수출이 증가하는 등 시장 다변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편 식약처와 대한화장품협회는 화장품 규제와 관련한 업계 의견을 취합한 뒤 중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업 간담회나 민관 협의체를 통해 업계 애로 사항을 수렴한 뒤 2020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기술장벽(TBT) 위원회를 통해 유럽·미국·일본 등과 함께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양자 회의에서도 기업 정보 보호와 각종 제도 완화를 요청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중국 정부와 ‘규제 당국 간 협력회의(R2R)’를 개최해 각국 수출 기업의 애로 사항을 논의하고 향후 국장급 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 또한 “화장품 관련 규제가 입법된 2020년부터 협회에서는 중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규제 완화 건의를 하고 있다”며 “내년 5월 시행 예정인 안전성 평가 보고서와 관련해서도 중국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여태껏 규제 완화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
박정현·이덕연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