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백만 세입자 숨통·주거비 부담은 여전, 렌트비 둔화는 연준 핵심 목표 중 하나
▶ 하반기 재계약 시 인하된 가격 반영 기대, 하반기 재계약 시 인하된 가격 반영 기대
지난 5월 주택 렌트비가 전년 동월 대비 3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부터 임대 재계약에 인하된 렌트비가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이터]
수년간 고공행진을 거듭한 주택 렌트비가 마침내 하락세로 돌아서 수백만 명 세입자가 드디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은 지난 5월 렌트비가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0.5% 하락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전년 대비 렌트비가 하락한 것은 강한 임대 수요에 비해 매물이 턱없이 부족했던 팬데믹 초기 이후 처음이다. 5월 렌트비 호가(집주인이 내놓는 렌트비 가격)는 월 1,739달러로 2022년 최고치보다 38달러 하락했다. 그러나 5월 렌트비는 전달 대비 3달러 올랐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5월 대비로는 여전히 344달러나 상승한 수준이다.
렌트비가 오를 때마다 한숨만 내쉬어야 했던 세입자들이 환영할 만한 소식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주거비가 여전히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에 너무 기뻐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살인적인 주거비 문제 해소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경제 안정화 노력에서부터 낮은 가격대의 신규 매물 공급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인에 달려있다.
■렌트비 부담 여전히 높아
대니얼 헤일 리얼터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렌트비 하락)을 기다리는 데 오랜 기간이 걸렸다”라며 “그러나 렌트비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세입자뿐만 아니라 경제학자와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도 주택 임대 시장이 안정되기만을 기다려 왔다. 주거비는 재택근무자가 급증했던 2020년과 2021년을 거치며 급등했고 2022년 중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렌트비 상승세 둔화가 시작됨에 따라 전년도 임대 계약이 갱신되는 올해 하반기 주택 임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렌트비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적어도 건물주에 의한 무분별한 렌트비 인상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파트 매물 검색 사이트 아파트먼트 리스트의 이고 포포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주택 임대 시장은 마치 풍선이 방안 천장까지 빠르게 올라갔다가 천장에서 멈춘 뒤 통통 튀며 떨어지지 않는 상황과 같다”라며 “렌트비가 천장에서 멈춘 풍선처럼 상승을 멈춘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많은 세입자가 그 풍선을 잡기에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집계와 시간 차 있어
주택 임대 시장의 변화는 리얼터닷컴의 분석 자료에서 잘 반영되고 있다. 또 아파트먼트 리스트의 6월 보고서를 보면 연중 렌트비가 오르는 시기에 둔화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임대 시장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민간 기관과 다른 방식으로 임대 비용을 산출하는 정부의 인플레이션 통계에 주택 임대 시장 둔화세가 잡히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렌트비는 리얼터닷컴의 집계와 달리 전년 동월 대비 0.5% 상승했다. 전달인 4월의 0.6%에 비해 상승 폭이 소폭 둔화한 것이지만 렌트비(금액)는 1년 전에 비해 여전히 8.7%나 높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이 정상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는데 렌트비 등 높은 주거비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래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포포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임대 주택 약 100만 유닛이 올해 말과 내년에 걸쳐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신규 임대 주택 매물이 대부분이 고가 임대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공급될 것으로 보여 시장 내 다양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시장 불균형 해소에 도움 될 것
다국적 컨설팅 업체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렌트비 둔화세가 반영된) 임대 계약이 갱신되더라도 통계에 잡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이 시간 차가 매우 중요하다”라며 “신규 임대 매물이 시장에 공급되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시장은 여전히 매물 부족으로 인한 과열 경쟁 현상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렌트비 추이는 주택 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할지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표다. 주택 시장 한쪽에서는 팬데믹 관련 렌트비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서 퇴거가 늘고 있어 우려된다.
일부 세입자는 월 수백 달러에 달하는 렌트비 인상을 감당하지 못해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10월부터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면 일부 세입자의 예산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팬데믹 기간 치솟았던 주택 가격은 최근 전국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데 인구 밀집 도심 지역은 최근 수년간 가격 둔화세가 뚜렷했고 집값이 떨어진 도심 지역도 있었다. 반면 도심 외곽 지역이나 농촌 지역은 집값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렌트비 둔화는 연준 목표 중 하나
연준은 경제 안정화 노력이 주택 시장을 냉각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정책이 시중 다른 이자율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지난해 한때 7%를 돌파하기도 했다.
모기지 이자율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6%대를 넘고 있는데 2021년 3%대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모기지 이자율 상승으로 주택 수요 억제 효과가 나타나긴 했지만 집값 하락 등 주택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
지난달 초 연준이 작년 3월 22일 이후 처음으로 기준 금리 동결을 발표했을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주택 시장의 비용이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중앙은행의 경제 긴축 정책 성공 여부는 그 예측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달려있다.”라며 “앞으로 인하된 렌트비가 적용된 임대 계약이 늘어날 것으로 이는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라고 향후 주택 임대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파월 의장은 또 “인플레이션이 올해와 내년에 해소될 것이라는 예측에는 주택 임대 시장 둔화세가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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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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