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랑 일론 머스크, 어느 쪽에 걸래?”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의 레드록카페. 실리콘밸리 창업자와 벤처캐피털(VC)이 모여서 투자 논의를 하거나 여러 중요한 의사 결정이 내려지는 곳으로 유명한 이곳 2층에 들어서자 흥미로운 화제가 귓가에 들려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간 오프라인 대결이 성사되면 라스베이거스로 가서 경기를 관전할 방법을 찾고 진 쪽이 경비 부담을 하자는 계산을 비롯해 저커버그와 머스크의 체급 차이, 즐기는 운동, 경기 전략에 대한 열띤 토론이 오갔다. 평소라면 노이즈 캔슬링 모드로 헤드폰을 낀 채 맥북에 코를 박고 있을 이들도 슬그머니 합류해 관전 포인트를 공유했다. 토론의 열기가 정점으로 치달을 때쯤 한 명의 발언에 상황이 종료됐다. “저커버그가 이기면 머스크 트위터 반납하라고 공약 걸어야 해.”
이곳 사람들의 트위터 사랑은 유별나다. 네트워크를 어떤 자산보다 중시하는 이들은 대부분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으로 상대를 파악한다. 링크드인 연결이 상대의 이력을 파악하기 위한 명함 교환 같은 느낌이라면 트위터 소통은 본게임에 가깝다. 계급장 다 뗀 채로 스스로의 주장을 공유하고 영향력을 확인하는 측면에서는 트위터를 선호한다.
트위터에서 수천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해 영향력을 키우다 직접 트위터의 룰을 바꿔보겠다고 나선 머스크를 비롯해 트위터상에서 영향력이 있는 이른바 ‘트위터 VC’의 경우 팔로어가 백만 명이 넘는 경우도 흔하다. 하루에 많은 시간을 들여 트윗과 리트윗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자신의 인사이트를 공유하며 영향력까지 발휘하는 게 미덕으로 여겨진다. 모바일 시대 최초의 대규모 은행 파산이라고 불리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도화선이 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도 트위터를 통한 유력 VC들의 정보 공유가 계기였다.
이들로서는 가장 큰 활동 기반인 트위터가 머스크에게 인수된 후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좌절감과 허탈함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머스크가 하루에 확인할 수 있는 게시물 수를 유료 서비스 이용 유무로 차등화해 기름을 부었다. 이들에게 저커버그가 ‘넥스트 트위터’를 꿈꾸며 트위터에 대항하는 텍스트 기반 소셜미디어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가려운 곳을 긁어준 사건이다. 수년간 미 의회와 정부의 소셜미디어 때리기로 ‘국민 밉상’이 된 저커버그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의 공통적인 갈증은 2006년 첫 서비스 론칭 당시 트위터에 대한 향수다. 누구나 280자 안에 담긴 자신의 생각을 빠르게 전파하고 내용만 호응을 얻으면 공유의 힘으로 빠르게 퍼질 수 있다는 데서 초창기 트위터에 대한 갈증을 찾고 있다.
이 같은 향수는 지난 10년 소셜미디어를 지배해온 추천의 시대에 대한 반작용으로도 나타난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붐 와중에 적지 않은 창업이 이뤄지는 소셜미디어 분야인데, 창업자들마다 각자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기반으로 한 소셜미디어를 내세우고 있다. 트위터에서 프로덕트매니저로 일했던 가보 셀은 트위터 이후를 구현하겠다면서 T2를 내세웠다. 셀 창업자는 정말 연결되고 싶은 소수의 사람들을 기반으로 검증된 사람들을 연결하겠다며 이를 위해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갓 구운 빵의 바삭바삭한 느낌처럼 처음 트위터에 글을 게시했을 때의 감동을 구현하고 싶다”고 서비스 론칭의 기획 의도를 내세웠다. 다른 스타트업인 블루스카이는 애초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가 별도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게 확대된 경우다. 이곳 역시 장기적으로 소통의 자유를 줄 수 있는 트위터의 대안이 되겠다며 빠르게 가입자 기반을 넓히고 있다.
머스크와 저커버그 간 승부와는 별개로 넥스트 트위터는 이용자들의 가려운 데를 어떻게 긁어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 트위터의 첫 감성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 동시에 장기적으로 독립되고 시스템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이용자 만족도를 줄지가 관건이다. 넥스트 트위터를 둘러싼 진짜 결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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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서울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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