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사회는 20대 여성이 온라인 과외 건으로 알게 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엽기적 사건으로 뒤숭숭하다. 살인을 해보고 싶어 사람을 죽였다는 범인의 자백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범인의 정신상태와 성격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고, 특히 범인이 사이코 패스인가, 소시오 패스인가에 관심이 많다.
사이코 패스(정신병질자)와 소시오 패스(사회병질자)는 정신과의 정식 진단명은 아니다. 심리적 용어인데 지금은 일반인들이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핵심 증상은 첫째, 정서와 감정 표현이 무디고 둔하여 타인의 감정과 고통에 무관심, 무표정, 무감각하는 등 공감능력의 결핍이다. 둘째, 도덕 윤리 사회규범을 무시하고 잘 따르지 않는다. 그 결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손해를 입히며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 셋째, 언어 생각 행동이 정상범위를 벗어나 무책임함과 폭력적 충동성을 보인다. 즉 반사회적 증상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임상에서는 이 둘을 특별히 구별해 사용하고 있지 않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사이코 패스가 소시오 패스보다 더 심하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굳이 구별하면 소시오 패스는 분열성(schizoid) 성격경향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분열성 성격경향은 근본적으로 사람을 잘 믿지 못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고, 혼자 생활하는 게 편하고 좋다. 직장도 대인관계 별로 없이 혼자 하는 일을 선호한다. 사람들의 칭찬이나 성공, 성취, 실패에 별 관심이 없다. 좋게 보면 도통한 사람처럼 보인다.
사이코 패스는 정신분열증과 유전적 요인이 비슷한 분열형(schizotypal) 성격경향이 있다. 수염을 길게 기른 특이한 외모,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설교하는 기이한 행동,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과대 망상적 사고방식 등이 특징이다. 현실상황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점쟁이, 관상쟁이 같은 직업을 가지고 나름대로 독립적 생활을 유지한다.
사이코 패스나 소시오 패스는 거의 대부분 남성이다. 어려서는 훔치기 좋아하고, 거짓말 잘하고, 동물 학대하고, 불장난에 스릴을 느끼는 행동장애 증상을 보이고, 성인이 되면 반사회적 범죄적 행동을 많이 한다. 아주 심한 경우 묻지마 살인자나 연쇄 살인범도 나타난다. 앞에 언급한 젊은 여성은 몇 가지 분열성 성격 특징은 가지고 있으나 우울 성격과 가학성-피학성 성격도 참고해 볼만하다.
우울 성격은 삶에 애착이 없어 사는 게 신나지 않는다. 항상 외롭고 기분이 저조하고 불만에 차있다. 자기는 우울증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한다. 삶이 간절하지는 않지만 아주 가끔은 무언가 삶에 흥미를 줄 사고를 쳐보고 싶어 한다. 가학성 성격경향은 성관계 중 상대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쾌감을 맛보는 것을 지칭한다. 반대로 상대가 자신에게 고통을 주어 성적 흥분을 느끼면 피학성이다.
“알고 보면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라 말한다. 먹고 마시고 자고 일하다 때가 되면 죽는 생리적 현상으로 보면 그렇다. 또한 인간은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분석심리학자, 칼 융의 이론을 믿어도 그렇다.
하지만 개인의 기질과 성격에 따라 삶의 방향, 믿음의 정도, 소통의 방식이 다르다. 기질은 세상에 나올 때 가지고 나온 유전자의 고유한 특성으로 평생 지니고 산다. 이런 기질의 바탕 위에 주위환경과 경험 등 다양한 요인들이 상호 접목하여 성격이 형성된다. 성격은 한 개인의 사고 감정 행동패턴을 조종하여 가정 직장 이웃 등 사회적 대인관계에 영향을 끼친다.
200년 전 철학자 쇼펜하우어 말대로 사람의 성격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예전엔 우세했다. 그러나 20세기 말부터 유전자는 안 바뀌나 성격은 변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룬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미래의 불확실성, 심리적 불안정으로 인해 불안 우울 등 정신질환이 많아지는 경향이다. 앞의 여성범죄자도 그중 하나일 수 있다. 범인은 사이코 패스니 치유될 수 없는 인간이라고 단정하지 말자. 인간본성인 포용성으로 감싸며 적절한 도움을 주면 어느 정도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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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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