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목 그룹에서 만난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옛 친구처럼 친한 회원들이 이른 아침 버지니아 페어팩스의 약속 장소에서 도킹(Docking)하여 의기투합 하였다.
바다 현지 악천후로 계속 연기되다가 우여곡절 끝에 회원들의 간절한 소망이었던 크랩 여행이 드디어 최종 결정되었다. 메릴랜드 블루 크랩(Maryland Blue Crab) 부두가 있는 조그마한 외딴섬을 향해 뚜우~ 뚜우~ 향수의 뱃고동 소리 울리며 두 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신나게 출발!
1963년 개봉한 가수인 클리프 리차드 주연 ‘썸머 홀리데이(Summer Holiday: 유혹의 여름)’ 뮤지컬 영화의 주인공처럼 모두 기분이 업되고 신이 나서 심장이 바운스(Bounce) 바운스 바운스….
가는 도중 바닷가 공원에서 중간 휴식를 취하면서 홈메이드 김밥과 약밥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하였다. 출렁이는 파도의 리듬을 들으면서, 푸른 바다 먼 지평선에 피어있는 흰 뭉게구름을 감상하면서, 수다 반찬 삼아 즐기는 김밥과 약밥의 맛, 감성, 분위기를 감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메릴랜드에서 가장 고독한 길(The loneliest road in MD)로 소문난 차도를 따라 땅끝 섬을 향하여 달리다 보면 메릴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The most picturesque views in MD)으로 명성있는 대자연을 만난다. 자연의 숭고함과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산천경개(山川景槪) 좋고 바람 시원한 희망의 나라가 바로 여기가 아닌지 착각할 정도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바다 위의 아치형 연륙교(Land Bridges)를 지나 선착장에 정박되어 있는 각양각색의 보트도 눈요기하고, 금빛 갈매기 춤추는 바다의 짠 냄새도 맡으면서 달려온 2시간 반 여정이 호기심과 신기함에 사무쳐 전혀 지루하지 않고 즐거웠다. 크랩 부두가 있는 평화스러운 ‘땅끝마을’의 아담한 섬은 설렘으로 처음 찾아온 회원들에게 기꺼히 따듯한 손을 내민다.
신비스러운 외딴섬 사파이어빛 바닷가 쉼터에서 담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큰 누이처럼 인상 좋고 친근한 크랩 가공 회사 오너 여사장님의 특별 배려로 살아있는 싱싱한 크랩을 공장의 대형 스팀머(Steamer)에서 직접 쪄서 준다. 빨간 앵두처럼 색깔부터 아름답고 먹음직스럽고 군침이 돈다. 냄새가 죽인다 죽여! 일반 크랩 식당과는 스케일과 차원이 다르다.
진주처럼 붉게 잘 쪄진 블루 크랩을 부두 쉼터에 마련되어 있는 길다란 피크닉 테이블 위에 수북이 쭈~욱 쏟아 붓자 이구동성으로 우와~~ 탄성이 자동연발로 폭죽처럼 터진다. 얼굴에는 저마다 함박 웃음꽃이 피어난다.
크랩의 환상적인 짝궁인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면서, 얼굴에 스치는 바닷바람의 상쾌함도 느끼면서, 맘껏 양껏 싫컷 눈치 코치 나이 체면 체통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저돌적으로 까고 까고 또 까고 게살을 발라 먹는데만 온 신경 집중 무아지경 크랩 삼매경에 빠진다.
진짜로 싱싱하고 맛 좋다는 연발탄 소리와 저마다 크랩 까는 소리가 심포니 앙상블로 울려 퍼져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출렁이는 파도 소리만 간간이 추임새로 가늘게 들릴 뿐… 흥분하여 술렁이던 분위기가 크랩 속살이 입에 들아간 순간부터 서로 말도 않고 조용하다. 침묵의 먹자 삼매경이다.
외딴섬 풍경과 쪽빛 바다 구경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외지인이 별로 찾지 않는 땅끝 섬마을에 와서 프랑스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맛 좋기로 소문난 메릴랜드 블루 크랩을 먹다니… 음덕양보(陰德陽報)는 아니더라도 천재일우 큰 행운이다. 이런게 바로 대박이다.
뱃고동 소리 뚜우 뚜우 다시 울리며 늦은 오후에 무사히 귀가 하였다. 엔돌핀이 팍팍 솟는 날은 피곤하지도 않다. 저녁에 푹 자고 나서 아침 일찍 일어나 부두에서 구매한 살아있는 싱싱한 크랩으로 찌게탕을 끓이고,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만들고 나면 즐거운 여행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양념게장을 소분하여 냉동고 깊숙이 넣어 두고 일 년 내내 귀한 반찬으로 먹을 때마다 블루 크랩 여행을 기억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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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모 워싱턴산악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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