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들은 6·25전쟁에 따른 월남(越南) 이산가족이나 식량난 탈피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북한을 자발적으로 이탈한 탈북민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 정부는 인권 증진과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납북자 문제에 접근, 근원적 해결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첫째, 정부가 납북자 문제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책임의식을 자각하는 게 무엇보다 긴요하다. 또 이에 근거해 격을 갖춘 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자국민이 북한에서 간첩·선교 혐의 등으로 체포·억류된 경우 확고한 의지를 갖고 협상에 나서 송환을 실현시킨 바 있다. 일본의 경우엔 2002년 9월 총리가 방북, 협상을 통해 납치 피해자 5명을 데리고 돌아온 바 있다. 이런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현재 납북자 문제는 유엔이란 국제적 틀 내에서 논의되고 있다.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가 2005년 이래 매년 채택하는 북한인권 결의들에선 ‘강제실종의 형태로 행해진 외국인 납치’를 명시하고 있다. 2014년 2월 발표된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북한인권보고서』도 유사한 태도를 보여준다. 외국인 납치에는 한국인 납북도 포함된다.
한국은 상기 유엔 결의와 보고서를 존중하면서 국제사회의 해결 노력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특히 유엔인권최고대표(UNHCHR)와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과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 적절한 시기엔 유엔 결의에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 당사국 회의 소집을 요청하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할 필요도 있다.
셋째, 대북 압박과 설득, 기술지원 등을 병행함으로써 북한의 태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북한에 의한 자국민 납치·억류 경험이 있는 미국, 일본, 태국 등 피해국들과 국제협력을 강화하되, 캐나다, 호주, EU 회원국 등 관심국들과도 공조해야 한다.
비정부 또는 의원외교 차원에서 국제인권단체들이나 ‘북한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과 연대해 납치 문제 규탄 및 해결 촉구 성명을 발표하거나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넷째, 납북자 문제의 진전을 위해선 결국 직접 당사자인 남북한이 당국간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협상에서는 이미 쌍방이 합의한 ‘전쟁 시기 및 전후 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자’, 곧 행불자의 틀 내에서 해결책을 강구하는 게 현실적이다. 전면적인 생사확인을 먼저 추진하되, 이후 서신왕래, 상봉 및 재결합, 유해송환 중 가능한 것부터 실시해야 한다.
다섯째, 일부 납북자 가족들은 2011년 이래 유엔인권이사회의 특별절차에 개인 진정을 제출해 북한 당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황인철 씨 등 KAL기 납북자 가족들은 유엔강제실종실무그룹(WGEID)에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북한인권운동가인 최성용 씨도 같은 기관에 납북 어부인 부친(최원모 씨)에 대한 행방을 알려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 독일 유학 중 월북했다가 탈출한 오길남 박사는 신숙자 모녀에 대해 유엔자의적구금실무그룹(WGAD)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민간의 노력을 직·간접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납북자 문제 해결에 ‘프라이카우프(Freikauf, 자유를 산다는 의미)’ 방식의 원용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서독 정부는 동독의 반체제 인사를 구출하기 위해 1963년부터 비밀협상을 시작했고 1989년까지 동독에 총 35억 마르크를 지불했다. 그 결과 약 3만4천 명의 동독 정치범을 석방시켰다.
납북자 문제는 인권과 인도주의 사안으로 비공개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추구하더라도 불법 뒷거래와 같은 정치적·도덕적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남북한은 납북자 송환을 위한 비공개 협상을 통해 상응하는 대가 제공, 비밀 유지, 송환 실현 후 정치적 이용 배제 등에 대한 기본합의를 도출하고 순차적으로 이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이 방안의 실현에는 경제적 보상 및 정치적 이용 배제에 관한 초당적 합의, 언론과 가족들의 비밀 엄수 등 이해관계자들의 절대적 협조가 요구된다.
이 밖에 납북자들과 북송 희망 비전향 장기수를 상호주의 조건 하에 교환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이런 구상과 관련해 일정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실시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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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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