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의 오늘과 내일
▶ 빅데이터로 생산 효율성 높여·10년간 기업 수익률 30%↑, AI 선두주자 미 빅테크·한국 기업들도 발빠른 움직임
AI 기술이 IT는 물론 전통 제조산업에서도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트리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
인공지능(AI)은 이미 다가온 미래다. 올해 뉴욕 증시에서 높은 상승세를 보인 주요 종목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테슬라 등 상승장의 주역들이 모두 AI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반도체부터 클라우드, 온라인 플랫폼, 전자상거래와 전기차까지 주요 영역에서 글로벌 산업계를 뒤흔들어 놓는 인공지능 변화의 물결을 추적해본다.
■모든 산업 발전시키는 ‘트리거’
AI가 모든 산업에서 주목 받는 이유는 제조업부터 정보·기술(IT) 산업까지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트리거가 되기 때문이다. AI가 갖고 있는 자동화와 미래 예측 능력이 기업 운영을 혁신하고 이 과정에서 효율성을 제고하며 운영 비용을 줄여주고 매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생산 측면에서는 그동안 노동자가 직접 손으로 작업했던 과정을 기계가 만들 뿐만 아니라 AI가 어떤 모델이 어떤 지역에서 잘 팔릴지를 예측하는 등 각종 시장 수급을 파악해 비용 절감과 생산 비용을 최대한 아낄 수 있게 된다.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산업계에서 예측하는 AI의 수익성 창출 능력에 대한 기대감도 매우 크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이 향후 10년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들의 수익률을 30% 이상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벤 스나이더 선임 전략가는 “AI가 향후 10년간 매년 생산성을 1.5% 증가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신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큰 증권시장의 특성을 고려해도 매년 수천억달러의 성장성을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MS부터 테슬라까지…미국이 대세
그렇다면 AI 기술의 선두주자인 기업들은 누구일까. 글로벌 시장은 역시 실리콘밸리의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중심에 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올해에만 200% 가까운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엔비디아가 있다. 엔비디아는 AI 기술 구동의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의 1인자인데 과거 게임·비트코인 채굴 등으로 주목 받았던 기술이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핵심이 되고 있다. 특히 고성능 GPU분야에서는 사실상 엔비디아가 독점하는 상황이라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면 먼저 엔비디아에 주문을 하고 상품을 받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항이다.
기존 빅테크 사업의 주인공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초 챗GPT의 등장으로 현재 MS가 구글보다 앞서가는 듯한 상황이 연출 중이다. 특히 검색 광고 시장에서는 1분기 실적에서부터 당장 수익성이 나타났기 때문에 MS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그리고 MS는 개인 컴퓨터 운영체제는 물론 오피스 프로그램, 온라인 플랫폼까지 다양한 루트로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익 창출 능력도 향후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MS의 강력한 경쟁자인 구글의 경우 자사 AI 시스템인 바드로 MS에 대항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한 유통 기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마존 역시 AI 업계에서 선두주자다. 당장 AI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배송하는 물품의 불량품을 걸러내는데 사용한다. 여기에 더해 아마존은 기업 비즈니스에 필수인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가장 앞서나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여러 곳에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갖고 있으면서 AI 기술과 연합할 경우 더 많은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사업화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도 AI와 연관성이 있다. 테슬라는 현재 자율주행에서 가장 앞서간 자동차 회사로 평가 받는데 해당 기술이 AI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테슬라의 경우 미국의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과 함께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고성능 AI 반도체 시장에서 벗어나 자사만의 칩을 개발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비용 효율화 효과를 크게 볼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벤처 업계에서 차기 AI 기술 기업이 새로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벤처 업계의 자금 공급이 매우 침체한 상황인데 떠오르는 AI 산업이 반전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벤처업계에 따르면 현재 실리콘밸리의 벤처 기업들은 투자자들을 만나는 IR 활동에서 AI 사업 진출을 대대적으로 홍보 중이다. 이와 같은 경영 전환은 엔비디아 GPU 주문으로 이어지는 등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도 수혜
AI 기술이 개화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도 발맞춰 뛰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회사의 경우 엔비디아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가 아닌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지만 향후 수혜가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보다 전반적으로 저렴하고 시장 수급에 따라 가격도 급반등하지만 AI 기술 자체가 막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추가 수요는 확실시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업계 선두인 대만 TSMC와 경쟁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인 파운드리를 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들이 TSMC에 주문을 맡기고 있지만 향후 생산 캐파가 더 필요하면 삼성전자에 위탁할 가능성도 크다. 점점 더 많은 물량이 필요해 TSMC 혼자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악 시나리오는 ‘인류 멸종’… AI 위험성도 크다대량 해고·거짓 정보 확산 등 머스크 “인류 성장 제약 위험”
포비아보다 건강한 규제 필요인공지능(AI)이 불러올 산업 변화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영화 주제로 주로 다뤄지는 인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더라도 대량 실업을 불러오고 신기술을 선전하려는 주요국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글로벌 안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단체 AI임팩츠에 따르면 머신러닝 연구자 700명 이상을 대상으로 AI 발전과 그로 인한 위험성을 동시에 물어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인간 멸종처럼 ‘매우 나쁜’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5%라고 생각했다. 특히 이와 관련해 AI 전문가인 토론토 대학교의 제프 힌튼 교수는 AI가 인류를 멸종시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AI가 불러올 수 있는 대량 해고 문제의 경우 이미 단순 제조업 분야에서는 현실화한 위협이기도 하다.
또 다른 리스크를 살펴보면 쳇GPT가 불러올 수 있는 거짓 정보다. 오늘날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피해가 증폭될 수 있는 것이다. 쳇GPT와 같은 텍스트 생성 엔진은 다양한 최적의 스타일을 모방할 수 있어 허위 정보를 퍼뜨리거나 사람들을 속여 돈을 빼앗거나 직원들이 사기성이 있는 이메일 내 링크를 클릭하도록 유도해 회사 컴퓨터를 악성코드에 감염시키는 등의 일에 사용될 수 있다.
글로벌 주요 기업인들도 AI가 불러올 수 있는 리스크를 우려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CEO 카운슬 서밋’에서 “AI가 인류를 발전시킬 수도 있지만 인류를 절멸시키거나 인류의 성장을 제약할 위험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AI가 군사 부문에 거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했다. 머스크 CEO는 “미래에는 적어도 드론을 운용할 능력이 있는 나라 사이의 전쟁은 AI 전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I 기술을 두고 벌이는 주요국들의 경쟁도 예상하기 힘든 발화점이 될 수 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막기 위해 최첨단 반도체 수출을 전면 차단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두 나라의 갈등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향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전쟁 양상이 사실상 인류의 첫 AI 전쟁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AI 기술이 불러올 긍정적 효과를 생각하면 ‘포비아’로 공포심만 키우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다. 사회와 인류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지만 기술 개발 확대, 생산성 향상 등 인류 보편의 행복을 키울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첨단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AI를 둘러싼 규제를 글로벌 차원에서 함께 진지하게 논의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수의 IT 업계 저명 인사가 참여한 AI 안전 센터(CAIS)에서는 지난 3월 공개 서한을 통해 AI 사용에 대한 규칙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당 서한에는 머스크 CEO,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서한은 점점 더 지능화되는 AI 시스템이 사회와 인류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강력한 AI 시스템은 그 효과가 긍정적이고 위험을 관리할 수 있을 때만 개발해야 하는데 현실은 이미 개발자가 AI 프로그램을 제어하기는커녕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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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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