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를 이끈다 - 한인 차세대 리더] 자넷 강 세법 전문 변호사 겸 CPA
▶ 명문대 나와 LA시 윤리위·엔터업계서 우뚝, 주류사회서 맹활약 후 한인타운으로 돌아와 “차세대와 함께 성장하는 한인사회 만들고파”
자넷 강 세법 전문 변호사 겸 CPA는 주류사회에서 맹활약하다 한인타운으로 돌아와 한인사회를 위해 일하는 보기 드문 인재다. [박상혁 기자]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높은 교육 수준과 많은 주류사회 경험을 쌓은 차세대 전문 인력들의 유입이 매우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정작 한인사회 및 한인타운에서 활동하고 있는 능력 있는 한인 2세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처럼 귀한 한인 2세 인적자원들 중 한인사회에 들어와 그 능력을 다방면에서 발휘하고 있는 전문가 중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자넷 강(37) 변호사다. 그는 한인사회에 드문 세법 전문 공인 변호사이자 CPA로, 현재 한인타운에서 부친 강신용 CPA와 함께 한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일하고 있다. 팬데믹 전에는 한인 사업주를 위한 무료 법률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으며, LA 평통 청년분과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UCLA를 나와 워싱턴 DC에 있는 조지 워싱턴 법대를 졸업한 강씨는 CPA와 세법 전문 변호사 자격을 동시에 갖춘 상법 변호사로 한인사회에서 주목되는 차세대 인재이자 리더로 손꼽히고 있다.
■내 생일은 4.29
자넷 강 변호사는 미국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한국과 한인사회에 대한 인연과 애정이 특별하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다. 당시 아버지는 미 육군에 복무하고 있던 미 시민권자였지만 아버지가 한국 대구 기지에서 복무하던 1986년 한국 병원에서 강씨가 태어났다. 이런 경우 어떤 국적도 부여받을 수 없어 약 6개월간 국적이 없는 상태였다. 출생 6개월 뒤 아버지가 미국으로 다시 복귀한 뒤에야 미군에서 국적 취득 절차를 진행해 비로소 미 시민권자가 됐다.
“출생지가 해외이기 때문에 정부 관련 기관에서 일할 경우 국적 확인 절차를 한 번 더 거쳐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한국과의 연결고리를 더 강하게 만드는 이러한 출생 스토리는 나에게 매우 특별하다”고 강 변호사는 설명했다.
강 변호사의 생일은 4월29일이다. 그래서 한인사회에 큰 피해를 준 역사적 사건인 4.29 폭동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폭동이 일어났던 1992년 당시 한인타운 지역에 거주했던 그는 창문을 열면 보이는 불타는 건물의 연기를 목격했고, 무시당하던 한인사회의 성장을 느끼며 자랐다. 특히 세법 전문 공인 변호사로서 LA 폭동 당시와 지금의 한인사회가 질적으로 크게 변화했는 것을 느낀다.
“1992년 4.29 폭동 때는 한인 업주들이 세금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라 피해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었죠. 그러나 30년이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때 한인들은 성실한 세금보고 자료를 통해 다양한 정부 혜택을 누릴 수 있었고 이는 한인사회가 위기에서 재건하는데 원동력이 됐죠. 많은 이들이 이러한 부분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지만 이는 한인사회가 매우 큰 질적 성장을 이뤘는 것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는 세법 전문변호사로서 앞으로 이러한 부분들에 한인사회에 큰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주류사회 인재 다시 한인타운으로
유년시절을 샌프란시스코, 새크라멘토에서 보내다 부모를 따라 LA로 이주해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LA에서 다녔다. 강 변호사의 부모는 강씨가 스스로 해야할 일을 찾고 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항상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을 고민했던 어른스러우면서도 학업성적까지 뛰어난 모범생이었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는 브렌트우드 사이언스 매그닛 스쿨, 원더랜드 매그닛 스쿨, 포터 미들스쿨, 베버리힐스 하이스쿨 등을 거쳐 UCLA에 우수한 성적으로 진학했다. 동부 여러 ‘아이비리그’ 대학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었지만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위치해 있고 학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교 중 평판이나 학업 시스템이 가장 좋은 대학을 찾았다.
기업경제학 전공에 회계학을 부전공했던 그는 UCLA를 2년만에 졸업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버지의 일과 봉사활동도 도왔던 강 변호사는 부모에게 한없이 고맙고 자랑스러운 딸이었다.
법률과 회계 능력을 겸비한 강 변호사는 로스쿨 졸업 후 LA시 윤리위원회에서 4년간 중용됐고, 이후 LA 지역에서 가장 ‘핫’한 업계 중 하나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몸담으며 역시 법률과 회계 능력을 갖춘 탁월한 인재로 인정받았다. 그러다 어느날 한인타운에 있는 아버지의 CPA 사무실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도움을 요청했어요. 특별한 거부감은 없었어요. 돌아갈 곳에 돌아온다는 느낌이었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도 좋지만 선대의 가업을 이어받아 발전시키는 일도 가치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분야에 내가 관심과 강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요.”
한인사회에서 강씨와 같은 경험과 두뇌를 갖춘 전문 인력의 중요성과 가치는 매우 높다. 이러한 인재들이 한인들을 대상으로 일하고 서비스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한인사회의 수준을 높이게 된다. 특히 회계 및 세법 분야는 한인사회가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주류사회에서 세법 전문 변호사는 매우 중요한 인적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특정 그룹이 합법적으로 경제적 성장을 특정 한계 이상 이루는데 필수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특별한 교육과 헌신
자넷 강 변호사는 부모님의 가르침과 헌신이 자신의 삶에 큰 도움이 됐다고 고백한다. 그의 부친은 LA 한인사회에 잘 알려진 강신용 공인회계사다. 한인 CPA 협회장에서부터 테니스협회장에 이르기까지, 그가 지난 수십년간 한인사회에서 봉사한 크고 작은 단체의 직함만 모아도 족히 50여개는 넘을 것이다. 하루를 남들보다 2~3배는 더 분주하게 살았을 그가 자녀에게 가장 물려주고 가르치고 싶었던 것은 공부 방법이나 성공 전략이 아니었다. 바로 인성과 봉사정신이었다.
강신용 CPA는 딸 자넷 강 변호사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잘 웃고 잘 인사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 매일 딸을 버스타는 곳까지 데려다주며 함께 했던 것이 ‘스마일 앤 그리팅(smile & greeting)’ 훈련이었다.
봉사의 중요성도 가르쳤다. 강신용 CPA는 “봉사의 중요성은 특히 미군에 복무하며 크게 깨달았고 이를 자녀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었다”면서 “봉사를 하면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며 이는 내 삶에 예상치 못한 긍정적 결과로 크게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자넷 강 변호사의 초등학교 입학시절부터 백방으로 좋은 공립학교를 알아보고 지원서를 직접 챙긴 어머니의 노력이 있었기에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한국어는 나의 힘
자넷 강 변호사의 장점 중 하나는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자랐지만 훌륭한 한국어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한글학교를 다녔던 그는 여름방학 때 부모님의 지원으로 매일 1~2시간 씩 한국어 튜터링을 받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차세대들의 한국어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국어를 알면 한국 문화와 사고방식이 이해되고 정체성 확립에 크게 도움이 된다. 또 세대간 간극을 좁히는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때 미국사회 적응을 위해 일부러 안 가르치는 부모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한국과 한국어의 위상을 비롯해 상황이 많이 변했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차세대와 함께 성장해야
강 변호사는 한인사회 및 한인타운에 앞으로 많은 차세대 인재들이 유입되길 소망하고 있다.
“어릴때부터 미국의 교육시스템에서 자란 차세대는 유창한 영어실력 뿐 아니라 주류사회와 한인사회의 장단점을 동시에 이해하고 선택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그러나 이민 1세대들과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다른 점이 많죠. 능력있는 차세대들이 한인사회와 한인타운으로 돌아와야 할 현실적인 이유가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그런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도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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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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