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인터뷰 - 차세대 리더를 만나다
LA시 센트럴 도시계획위 스티브 강 커미셔너
▶ 명문대 의사의 길 접고 정계 밑바닥부터 입문, LA 한인회 부회장·한인 민주당협 이사장까지…주류사회서 최고로 인정·가장 바쁜 차세대 리더
스티브 강 LA시 센트럴 도시계획 커미셔녀는 주류 정계에서도 인정하는 LA 한인사회의 대표적 차세대 리더로 꼽히고 있다. [박상혁 기자]
아메리칸드림을 품고 이민 온 미주 한인들의 사회경제적 성공과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이으로 바탕이되야 할 요소는 바로 정치력이다. 한인 이민 120주년을 맞은 한인사회 정치력은 여전히 과도기에 있으며 차세대 한인 정치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러한 가운데 많은 주류 정계 관계자들이 LA 지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인 차세대 정치인이자 한인사회 최대 인적자산으로 꼽는 인물이 바로 스티브 강(37·한국명 강성인) LA시 센트럴 도시계획 커미셔너다. LA 커미셔너직 외에도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대외협력 디렉터, LA 한인회 수석부회장, 한인민주당협회 이사장, 한인타운노동연대(KIWA) 이사 등 다양면에서 활발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현재 LA 한인사회에서 가장 바쁜 차세대 한인 리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민 1.5세 정치의 꿈을 품다
스티브 강씨는 1986년 한국 경기도 연천에서 1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DMZ 인근 군부대가 많은 시골 동네에서 부모님은 작은 수퍼마켓을 운영하셨다.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친 직후인 1995년 가족들이 LA로 이민을 와 라크라센타에 정착했다. 강씨의 부모님은 카피머신 수리 및 판매, 밴딩머신 관련 사업, 은행 텔러 등 다양한 일을 하며 두 남매를 키워냈다.
부모님은 총명했던 장남이 의사가 되길 원했다고 한다. 능력도 있었다. 우수한 성적으로 아이비리그 명문 컬럼비아 대학에서 ‘프리메드(pre-med)’ 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우연히 듣게된 교양 정치학 수업이었다. 처음부터 정치에 대단한 꿈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정치학 수업이 재미있었고, 알게 될수록 빠져들었다. 정치의 진짜 모습과 중요성을 알게 되고 한인사회의 현주소도 깨닫게됐다. 그렇게 고심끝에 전공과 진로를 변경했다.
“당시만 해도 주류 정치에 한인의 영향력은 거의 전무했죠. 그렇다 보니 주류사회는 다양성을 외치면서도 한인사회는 안중에도 없었고 한인들은 무시받기 일쑤였으며 보이지 않는 차별은 일상이었죠. 한인사회를 위한 거창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나비효과를 낼 수 있는 날개짓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었었어요.
전공 및 진로를 부모님 몰래 바꿨는데 그게 죄송했죠. 그래도 부모님은 항상 변함없이 저를 믿고 응원해 줬고 그게 큰 힘이 됐어요. 지금은 너무 좋아하세요.”
대학 졸업 후 정치에 뜻이 있었지만 필드에 뛰어들기 전 견문을 넓히고자 영국 런던의 정치경제대학교에서 석사과정에 도전했다. 영국 내에서 가장 학부 경쟁률이 높은 대학이며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등 세계 각국에서 35명의 국가 정상을 배출하는 등 수많은 유명 동문이 있는 곳이다.
■바닥부터 쌓아올린 공든탑
학력으로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미국 정치는 인맥과 경험이 우선시되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는 바닥부터 시작했다. 마이크 가토 전 하원의원 선거 캠페인 자원봉사가 스타트였다. 그가 당선된 후 가토 의원 사무실에서 인턴십을 거쳤다. 이후 그레이스 유 LA 10지구 시의원 후보 선거 캠프, 데이빗 류 전 LA 4지구 시의원 선거 캠프 사무실에 일했고, 류 시의원 당선후 인수위원회에서도 일했다.
이때부터 활동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5년 한인민주당협회 이사로 들어갔고, 한미연합회(KAC) 사무차장으로 영입됐다. 이듬해인 2016년 LA 한인회 이사로도 영입됐다. 이때부터 계속 활동해온 한인민주당협회에서는 지난 2021년 회장을 지냈고 현재도 이사장으로 있으며, LA 한인회에서는 부회장을 거쳐 현재 수석부회장으로 활약 중이다.
2018년에는 LA 지역 최대 한인 비영리 봉사단체인 KYCC의 대외협력디렉터로 영입돼 현재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LA시 센트럴 지역 도시계획위원회 커미셔너로 임명돼 LA 시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LA 한인타운을 포함한 센트럴 지역 내 건물 건축과 부동산 개발, 주류판매 승인 여부 등을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상당히 영향력있는 자리다.
이렇다 보니 강씨는 그야말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을 필요로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 좋고 다앙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다고 그는 말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한인 차세대 리더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스티브 강씨는 현재 LA 정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한인 차세대 리더로 꼽힌다. 많은 한인 인사들은 정계에 대한 통찰력, 인맥, 인성, 봉사정신, 한인사회에 대한 애정을 두루 갖춘 인물은 스티브 강 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에는 LA 카운티 민주당에서 당원 투표로 선정해 수여하는 ‘올해의 LA카운티 민주당원상’을 한인 최초로 수상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9년에는 이스라엘 외교부 선정 아시안 커뮤니티 차세대 정치 리더 자격으로 이스라엘에 초청돼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완벽히 구사하며 한인사회와 타인종 및 주류 사회에 넓은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한인사회 활동 뿐 아니라 타인종 사회와 한인사회 간 가교 역할을 해오며 한인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이뤄진 LA 선거구 재조정에서 ‘한인타운 선거구 재조정 태스크포스’를 이끌었던 그는 한인타운이 단일 선거구에 포함되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또 LA 한인회관에 아시안 증오 퇴치 벽화 제작, 사우스 LA에 4.29 30주년 기념 화합 벽화 제작, 주류 업계 종사자 의무시험(RBS) 한국어 버전 마련, LA 카운티 정신건강국 청사에 한인 벽화 제작, 연방하원 34지구 아시안 증오 태스크포스 발족, 지난해 3월 2,000여명이 참여했던 한인타운 아시안 증오 근절 행진 시위 개최 등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외에도 타 아시안 리더들과 함께 주정부 차원 1억5,600만달러의 아시안 증오 퇴치 기금이 마련되는 데에도 일조하는 등 수많은 활동을 해왔다. 최근에는 LA 한인타운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역사회 개발안이자 20여년만에 개정을 앞두고 있는 ‘윌셔커뮤니티 플랜’의 한인타운 자문그룹을 이끌고 있다.
■거물 정치인들의 러브콜
스티브 강씨는 지난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식 인정한 한인 캠페인 단체인 ‘코리안아메리칸 포 조 바이든’의 공동의장으로 활동했고,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그의 아태계 박물관 건립위원회 구성안 서명식에 주요 한인 인사로 초대받기도 했다.
캐런 배스 현 LA 시장과 한인사회의 최대 접점이 되는 인물도 스티브 강으로 꼽힌다.
■도전은 계속된다
“한인 정치력을 더 신장시켜 한인사회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올 수 있는 정치 지형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스티브 강씨은 정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인 만큼 다양한 출마 러브콜도 받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선출직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섬기고 싶다”면서도 “다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면에 나서지 않더라도 현재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많은 일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그의 행보를 많은 정계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강씨는 “한인사회의 정치력이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 과제가 많습니다. 한인사회가 앞으로 더욱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발전하고 로컬 정치에서 큰 손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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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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