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수료 1천944억 챙겨…시세조종 가담 3명 추가 구속영장
라덕연 [연합뉴스 자료사진]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투자컨설팅업체 H사 대표 라덕연(42)씨 등 주가조작 세력 일당이 26일(이하 한국시간)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24일 삼천리·다우데이타·서울가스 등 8개 종목이 돌연 하한가 랠리를 펼치기 시작한 지 32일 만이다.
검찰은 라씨 일당이 4년 가까이 8개 종목 주가를 띄워 7천억원 넘는 부당이득을 올리고 2천억원 가까운 수익을 수수료 명목으로 투자자들에게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이들과 함께 개인 투자자를 유치·관리하면서 주가조작에 깊숙이 관여한 3명의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 부당이득 3배 가까이 늘어…재무·거래·영업 담당 영장
서울남부지검과 금융당국 합동수사팀은 주가조작을 주도한 라씨와 투자자를 모집한 라씨의 측근 변모(40)·안모(33)씨 등 3명을 자본시장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 등 방식으로 8개 상장사 주가를 띄워 약 7천305억원의 부당이익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2019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투자를 일임받아 수수료 명목으로 약 1천944억원을 챙긴 혐의, 같은 액수의 수수료를 식당과 갤러리 등 여러 법인 매출로 가장하거나 차명계좌로 지급받아 '돈세탁'을 하고 수익을 은닉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지난 9일 검찰에 체포된 뒤 구속 상태로 피의자 조사를 받아왔다.
당초 부당이득 2천642억원, 수수료 1천321억원으로 파악됐으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검찰은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라씨 등이 보유한 152억원 상당의 재산을 추징보전하고 국내외 은닉재산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 이들이 소유했던 롤스로이스와 마이바흐 차량, 고가의 미술품 등도 압수했다. 부당이득으로 집계된 시세차익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국내외 부동산 등 재산추적 작업도 계속될 전망이다.
합동수사팀은 라씨 곁에서 재무관리를 총괄한 장모(36)씨와 시세조종 매매 총괄 박모(38)씨, 투자유치·고객관리 담당 조모(42)씨 등 핵심 가담자 3명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장씨는 투자금·정산금 등 자금 정보를 취합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라씨 일당이 수수료 창구로 활용했다는 갤러리에서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박씨는 시세조종을 위한 매매 스케줄을 관리·총괄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이 이미 추징보전한 라씨 차명재산의 상당 부분이 박씨 명의로 돼있다.
조씨는 라씨 일당이 투자받은 온라인 매체 대표로 고액 투자자 등을 상대했다. 의사 등 고액 투자자의 수수료를 온라인 매체 배너 광고비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SG발 폭락 투자자 모집책 2명 [연합뉴스 자료사진]
◇ '8개 종목 동시 폭락' 원인 규명 본격화
검찰 수사는 수수료 창구로 활용된 각종 법인 관계자, 다른 투자자 모집에 관여한 고액 투자자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하다가 돌연 동시에 폭락한 직접적 원인도 규명될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라씨와 관련된 증권계좌 정보를 확보했다. 검찰은 금감원 자료로 라씨 등이 주가를 띄운 종목의 거래 시점과 증권사 정보 등을 대조·분석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고소득 의사를 투자자로 끌어들인 의혹을 받는 주모 씨의 병원과 주거지에 이어 수수료 창구로 활용했다는 미술품 갤러리, 투자금을 관리한 장씨의 주거지 등을 잇달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최근 라씨 등 일당이 시세조종 수단으로 악용한 차액거래결제(CFD)로 수사의 초점을 옮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8개 종목이 동시에 급락한 배경도 구체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CFD는 실제 투자상품을 보유하지 않고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을 이용한 차익을 목적으로 매매한 뒤 차액을 정산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다. 40%의 증거금으로 최대 2.5배 레버리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라씨 등 주가조작 세력은 투자자들 명의로 CFD 계좌를 개설한 뒤 레버리지를 일으켜 거액의 투자금을 굴렸다. 이같은 방식으로 장기간 주가를 끌어올리며 시세차익을 극대화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4일 키움증권과 KB증권을 압수수색해 CFD 거래내역을 확보했다. 압수물을 분석해 장기간 우상향하던 주가가 갑자기 폭락한 데 인위적 개입이 있었는지, 이 과정에서 이득을 본 사람은 없었는지도 폭넓게 확인할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폭락 당시 반대매매 등으로 CFD 매물이 대량 출회되면서 주가 하락 폭과 속도를 키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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