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협회 단체행동 방식·수위 논의… “정치적 책임 묻겠다”
▶ 의료연대는 총파업 유보…복지부 “간호지원대책 충실 이행”
(서울=연합뉴스) 대한간호협회 김영경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간호법 공포 촉구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이하 한국시간) 간호법 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간호사들이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반발했다.
간호사들은 준법투쟁을 포함한 단체행동 가능성을 거론하며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간호법 저지 투쟁을 벌여온 의사, 간호조무사 단체는 거부권 행사를 환영하며 17일로 예고했던 총파업을 유보했다. 정부는 간호법 제정과 무관하게 간호사들의 처우와 근무환경을 책임지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간호사단체 "총선서 단죄할 것…법 제정 투쟁도 계속"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국무회의 직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 약속은 근거와 기록이 차고 넘치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약속을 파기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며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간호법 제정안은 국회로 다시 이송돼 표결을 거치게 되는데 재의결을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경 간호협회장은 "간호법을 파괴한 불의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반드시 단죄할 것"이라며 "다시 국회에서 간호법을 재추진하겠다.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남정자 경남간호사회 회장이 오열 중에 쓰러져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기도 했다.
간호협회는 이후 대표자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단체행동 수위나 방식을 논의했다. 방식이 정해지면 당장 17일부터 개시할 가능성도 있으며, 진료보조(PA· 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중심으로 업무 외 의료활동을 하지 않는 준법투쟁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원일 간호협 정책자문위원은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투쟁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PA 간호사가 수술실에 들어가는 행위나 채혈, 심전도 검사 등은 현재 의사 지시로 위력에 의해 하는 불법행위로, 이를 거부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간호협회는 회원의 98.6%가 거부권 행사시 "적극적인 단체행동이 필요하다"고 답한 조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 의사·간호조무사 등은 '환영'…"총파업 유보"
이에 반해 간호법에 반대해온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이뤄진 보건복지의료연대(이하 의료연대)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부권 행사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17일 계획한 연대 총파업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깊은 고뇌 끝에 국회 재의결시까지 유보할 것"이라며 "법안 처리가 원만히 마무리될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연대는 다만 간호법 제정안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선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의 결격·면허 취소 사유를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선고유예 포함)'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연대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의료인의 평등권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의료인 면허박탈법'에 대한 재개정 절차에 국회와 정부가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도 이날 별도 입장문에서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이중처벌이자 과잉처벌"이라고 주장하며 "향후 법이 공포되자마자 헌법소원과 법 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복지부 "책임지고 간호사 처우 개선"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대통령에 건의한 정부는 간호법안의 취지를 살려 고령화 시대에 받는 의료·돌봄 시스템을 구축하고 간호사 처우와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간호사 처우 개선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간호사 여러분들께서 자부심을 갖고 의료 현장에서 일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앞서 지난달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5명으로 낮추는 것을 포함한 간호인력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조 장관은 "간호법안 제정과 무관하게 종합대책을 착실히 이행해 간호사의 근무환경을 국가가 책임지고 개선할 것"이라며 "입법 방향과 관련해서는 당과 협의해 방향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브리핑에 배석한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간호지원대책을 상세히 설명하며 "정책 우선순위를 갖고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간호조무사들의 반발을 산 간호조무사 학력 규정과 관련해서 임 실장은 "학력 상한을 철폐하는 부분을 당정협의를 거쳐 검토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 장관은 이날 브리핑 후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PA 간호사 등과 현장 간담회를 가졌는데, 일부 간호사들은 간호법 재의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조 장관을 향해 "왜 온 것이냐"고 외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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